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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줄기를 찾아서/전북의산 산행기

저 하늘의 밤 별들을 보러 - 지리산 연하천

by 두타행 2011. 9. 9.

저 하늘의 밤 별들을 보러 - 지리산 연하천


- 걸은 길 : 성삼재 - 노고단 대피소 - 노고단 - 피아골 삼거리 - 임걸령 - 노루목 - 화개재 - 토끼봉 - 명선봉 -

연하천 대피소(1박) - 음정, 벽소령 갈림길 - 삼정산, 음정 갈림길 - 벽소령 작전도로 - 마천 음정마을

 


간신히 예약한 연하천 대피소,
주말과 휴일에는 비 소식이 없이 맑은 날이라니
유유자적하는 발걸음이 되리라.


04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일어나자, 일어나자
일어나기 싫어도 일어나자.
왜 연하천을 가야하기 때문에........


짐은 전날 대충 꾸려놨지만
냉장고에 반찬 등 몇 가지가지고 갈 물건들이 들어 있다.
이놈들을 안 가지고 가면 대충 먹거나 재미없는 산길이 될 것이다.
친구도 방금 도착한 것 같다.
전주역으로 향한다.


구례로 가는 06시 06분 열차.
날이 어슴푸레하다.
구례까지 한 시간 거리지만 우리는 잠에 떨어진다.
구례구에 도착, 운 좋게 군내버스를 탄다.
오늘이 구례 장날,
버스안은 웅성웅성, 고추며 장에 내다 팔 물건들.........

얼마 안 있으면 추석인데 값이나 좋게 받을련지
손지들 용돈도 줘야되고..........


구례 터미널에 도착하여 추어탕 한 그릇으로
아침을 때운다.
성삼재로 가는 08시 20분 차,
기가 막힌 운전솜씨,
마치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 같다.
버스기사님 왈,
성삼재 구간을 하루에 7차례 다니다 보니까
눈감고도 다닐 정도라고..........

 

성삼재,
바람이 스산하다.
야, 벌써 가을이 온 것이야.
10시 06분, 노고단 대피소.
어이 성철이 아빠 날씨가 끝내주네
2주전 비가 왔을 때하고는 완전 딴판이지
고리봉 뒤로 봐 바.
사진이나 한 장 찍자고.........

 

 

 

 

 10시 29분, 노고단
야 반야봉 보인다.
광양 땅의 백운산도 보이고 저기 멀리 광양만도 보이네.
응, 저건 만복대지.

 

 

 

 

 

 

 

 

12시 05분, 임걸령 샘터.
물이나 먹고 가지
나는 지리산중 임걸령 물맛이 제일 좋은 것 같애.


13시 조금 넘은 것 같다.
노루목, 여기서 점심이나 먹고 가지.
반찬 다 내놓고 먹으면 남자들이 먹으로 산에 온 줄 아니까
몇 가지만 내놓고 먹지
그러지 뭐
성철 아빠가 가져온 앵두주,
색깔이 좋네.

 

 


 

 14시 30분, 전라도와 경상도가 붙어 있는 삼도봉.
가빈이 아빠 우리 여기 와서 사진 한번도 찍은 적 없지
어,
사진이나 찍을까
하기야 살아온 세월에 사진처럼 생생한 증인이 어디 또 있겠는가.

 

 


 

 

14시 51분, 목계단을 내려서면 화개재.
이 목계단이 5백여개나 된다고 들었는데
오른다고 상상을 해보아라
적어도 다리가 후들후들.............
쉬어 가는 사람들이 많은 화개재,
그저 좋다
우리 걸음도 유유자적이다.

 


 

 

15시 46분 토끼봉.
친구와 나는 힘들게 올라온다.
청년들 어디까지 가시유
연하천까지 갑니다.
우리하고 목적지가 같네
나중에 이 친구들과 연하천에서 술 한잔하는 시간을 갖는다.

 


 

 

 17시 30분, 드뎌 연하천 도착.
다 떠나가고 연하천에서 묶을 사람만 있는 것 같네.
우리는 자리를 펴고 배낭에서 주섬주섬 꺼내어 펼쳐 놓는다.
오늘 안주는 삼겹살,
기가 막힌 만찬이지
자, 일단 소맥으로 목을 좀 축이고
집나오면 개고생한다지만 좋네 그려.
아까 토끼봉에서 만났던 젊은 친구들 와서 소주 한잔하라고 할까
친구의 말이다. 그러지 뭐...........
산꾼들 하나둘씩 대피소로 기어 들어가고
잠시 후 자가발전 전력이 부족해 9시면 소등한다는 대피소의 안내방송,
우리는 그러 거나 말거나.........
이 야심한 여하천에 우리 둘만 있으니 좋네 그려
해드랜턴 끌까
성철아빠 밤하늘을 봐 바
야 저별,
혹시 저 별을 못 보면 어떨까 했는데 그래도 보내
우리 마눌들은 저 아름다움을 알까.........
마지막으로 우리도 대피소로 기어 들어가고.........
근데 매트리스하고 담요가 어디 갔지
나는 쌍소리를 써가며 떠들어댔다.

누가 가져 간 거야.
이런 몰상식한 놈들..........
담요 한 장 빌리는데 얼마씩 간다고
우라질 놈들..........
다행히도 춥지는 않았다.

 

 

다음날,
부시럭대는 소리에도 눈은 좀처럼 떠지질 않는다.
특별히 오라는 곳이 없는데 좀 더 눈을 부치지.
남들 여하천을 떠나갈 마당에 우리는 아침이라.
한번 사봤는데 육개장 맛이 괜찮네, 그치.
성철 아빠, 비상주
속풀이로 조금씩 하지
성철 아빠가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09시 50분, 연하천 대피소
성철 아빠 이리 와 바
우리도 여기서 사진 한 장 찍게
사진 잘 나왔네.

 

연하천을 떠난다.
하루 동안 잘 묵고 잘 먹고 떠난다.
그리움 가득 안고 떠난다.
어젯밤의 추억도 가득 안고 떠난다.
터덜터덜 연하천을 뒤로한다.

 

 

 

 

 


 

 

성철 아빠 이리 와 바.
저 빨간 열매 저거
미안하지만 우리는 그냥 갈 수가 없지
풀 중에 최고는 산삼이고
나무 중에 최고는 마가목이라고 했던가.
이 술 맛이 일품이지.
향도 그윽하고 말이야.

 

 


 

11시 10분, 벽소령, 음정 갈림길.
마눌들에게 음정마을로 오라고 당부하고
음정으로 내려선다.
11시 37분, 탐방로 아님 표지판.
여기서 직직하면 삼정산으로 가는 길이지
우리는 우측으로 가야 하지.

 

 

 


 

12시 23분, 벽소령 작전도로.
이번 폭우에 길이 엄청나게 파였네
재해가 무섭기는 무서워.
야, 오미자가 잘 익었네
너무 높아서 딸 수가 있을 란가
한번 따보지 뭐.
오미자차 우리 마눌이 제일 좋아하는디...........

 


 

 

14시 12분, 음정마을
산에 올랐으면 내려와야 한다.
내 옆에는 또다른 산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산, 저 산 오르고 싶은 욕심이다.

성철 아빠, 간단하게 하산주 한잔하고 있으면
마눌들이 도착하겠는데.
아름다운 자리를 떠난다.


2011년 9월 3일∼4일 지리산 연하천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