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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흔적 그리고 모습/책속의 글

자산어보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by 두타행 2015. 12. 16.

자산어보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흑산도 청년들은 약전이 타고 있던 배의 노를 빼앗아 다시 흑산도 쪽으로 젓기 시작하였다. 여기저기서 욕을 하고 악다구니를 써댔지만 별도리가 없었다.

어르신이 가시믄 안 되제.

흑산도 사람들이 모두 나와 약전을 다시 모셔 들었다.

양쪽 섬사람들이 서로 약전을 모시겠다는 심정은 그도 잘 알았다. 그러나 어느 쪽도 한 치의 讓步가 없었다.

종철이 너는 돌아가서 기다리거라. 내가 이곳 사람들을 설득해서 우이보로 돌아가마.

그라제만 억울혀라우, 어르신. 우이보 사람들얼 전수 데려와서 우격다짐으로라도 모셔가야지 맴이 시원허겄어라.

아니다. 내가 움직인 것이 잘못이다. 說得하고 妥協을 했어야 했다. 절대 싸울 생각은 말고 기다리거라.

종철이 마지못해 대답하였다.

, 알겄구만이라.

그날 이후 약전은 杜門不出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느라 자산어보의 著述專念하였다.

 

대체로 물고기가 알을 낳는 것은 암수의 交配에 의해서가 아니다. 수컷이 먼저 정액을 뿜으면 암컷은 그 액에 알을 낳아 수정, 부화되어 새끼가 된다. 그런데 유독 상어만은 태생이다. 잉태에 일정한 시기가 없다는 것은 바닷 속에 사는 생물로서는 특이한 예이다.

수놈에게는 밖으로 두 개의 콩팥이 있고 암놈은 배에 두 개의 태가 있다. 태속에는 또 각각 네다섯 개의 작은 태가 있다.

이태가 성숙해지면 새끼가 태어난다. 새끼상어의 가슴 아래에는 각기 하나의 태와 알이 있다.

알이 없어지면서 새끼가 태어난다. 상어는 원래 살결이 까칠까칠하여 마치 모래 같다는 뜻에서 沙魚라고 이름을 지었다.

 

약전은 우이보에서 와서 가오리를 처음 먹었을 때 혼이 났던 記憶이 떠올랐다.

 

모양은 연잎과 같이 생겼고 색깔은 검붉고 코는 머리 부분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 基部는 크고 끝이 뾰족하다.

입은 코밑에 있고 머리와 배 사이에는 일자형의 입이 있다.

등에 코가 있으며 코 뒤에 눈이 있다. 꼬리는 돼지꼬리 같다. 꼬리 중심부에 거친 가시가 있다.

수놈에게는 양경이 있다. 모양은 흰 엽전 같다.

두 날개에는 가느다란 가시가 있어서 교미할 때 그 가시를 박고 교합한다. 암놈이 낚시 바늘을 물고 늘어질 때 수놈이 이에 붙어서 交尾를 하다가 낚시를 끌어올리면 나란히 따라 올라오는데 이때 암놈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수놈은 姦淫 때문에 죽는다고 말할 수 있는 바. 음을 탐내는 자의 본보기가 될 만하다.

 

상어도 새끼를 낞는 문이 따로 있는데 홍어나 가오리도 그러하다. 대체로 뱀에 물린 데 홍어의 껍질을 붙이면 잘 낫는다. 그것은 뱀이 홍어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또 홍어로 끓인 국은 酒氣를 없애는 데 매우 效果가 있다.

 

약전이 우이보에서 흑산도로 건너가 精神을 팔면서 觀察했던 이상한 動物은 물개였다. 그는 처음 보는 희귀한 동물을 매일 관찰하여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記錄을 해나갔다.

 

전체적으로 개를 닮았으나 몸이 크고 털이 짧고 뻣뻣하여 창흑황백(蒼黑黃白)의 점들로 이루어진 무늬가 있다. 눈은 고양이를 닮았고, 꼬리는 당나귀를, 발은 개를 닮았으며, 발가락이 붙은 것이 물오리 같을 뿐만 아니라 그 발톱이 매와 같이 날카롭다.

물에서 나오면 발톱이 펴지지 않으므로 걷지 못하여 누운 채로 뒤뚱뒤뚱하며 항상 물속을 좋아한다.

잠을 잘 때는 반드시 물가로 올라와서 자는데 어부들은 그때를 틈타서 잡는다. 外腎은 크게 양기를 돕고 가죽은 신과 말안장과 주머니를 만든다. 물개를 海狗라고도 부르는데 생식기를 海狗腎이라고 하며 양기에 좋다.

 

現代百科事典을 볼 것 같으면 물개의 수놈은 하루에 열 번에서 스무 번의 교미를 하여 한 번의 번식 기간 중 1천 번에서 2천 번의 교미를 하여야 한다고 씌어 있다.

이는 1백 마리 이상의 암놈을 거느리면서 성지를 꾸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개는 베링 해를 중심으로 동쪽은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연해까지 서쪽은 우리나라 동남서해까지의 북태평양을 회유하면서 서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약전의 길고 긴 硏究가 서서히 마감을 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도 애타게 기다리는 아우 약용에게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이렇게 답답할 데가........

약전은 아우를 기다리는 초조함을 달래느라 미친 듯이 자산어보의 執筆에 몰두하였다. 그러나 이제 그것을 完成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중간 생략)

차가운 밤공기에 손이 꽁꽁 얼었다. 약전은 입김으로 손을 녹여가며 계속 써내려갔다. 방문은 여전히 열어놓은 채였다.

 

쏘라는 벌레의 머리는 콩처럼 생겼고 머리 아랫부분은 겨우 形體를 구비하고 있으니 콧물과 흡사하다. 머리는 매우 단단하고 부리는 칼날과 같아서 잘 벌렸다 닫았다 한다.

배 판자를 갉아먹는 것이 나무좀과 비슷하다. 담수에서는 죽는다. 조수가 급한 곳에서는 나아가지 아니하고 대개 잔잔한 물에서 서식한다. 그래서 동해의 뱃사람들은 이를 심히 두려워한다.

그것들은 간혹 해양 한가운데서 마치 개미같이 떼 지어 나타나는데 항해하는 배는 이를 만나면 속히 뱃머리를 돌려 피해야 한다. 배 판자를 그을려 두면 접근하지 못한다.

 

약전이 붓을 놓았다. 자산어보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약전은 論語難 두 권, 易柬 한권, 송정사의(松政私議) 한 권 등을 지었는데 이것들은 분실되고 말았다. 다만 자산어보 세권만이 필사본으로 네 질 전해온 것으로 되어 있다.

자산어보의 玆山이란 黑山이라는 말이다. 玆字는 검을자를 두 개 겹쳐 써서 흐리다는 뜻도 되고 검다는 뜻도 된다.

약전은 이 흑자를 싫어하였는데 섬 이름까지 흑산도였기 때문에 고향에 편지를 쓸 때도 흑자를 피해 흑산도를 굳이 자산도라고 바꾸어 썼다.

약용도 흑산이라는 이름이 듣기만 해도 끔찍하다며 매 편지마다 자산으로 표기하였다. 뜻은 같지만 어감은 매우 다르기에 무섭고 두려운 흑자를 대신하여 유순하고 평이한 글자로 대체한 것이었다.

자산어보는 약전이 흑산도 귀양살이 중에 도민들의 불확실한 知識들을 整理하고 分類한 것으로 장덕순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십수년에 걸쳐 완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어류 전문지이다.

이 책에는 수산동식물 155종의 명칭, 분포, 형태, 습성 등이 기록되어 있다.

이 자산어보는 세권으로 되어 있다.

1권에는 鱗類(비늘이 있는 고기) 73, 2권에는 無鱗類 42, 3권에는 雜類로서 海蟲 4, 海禽獸 1, 海草 35종 등이 비교적 세밀히 분류, 기재되어 있다.

물론 현대 어류학의 분류와는 다르고 한국 근해에 분포되어 있는 어류만 해도 현재 870종이나 되어 비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비도 없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 정도로 상세한 관찰을 하여 기록한 것을 보면 실학자로서 면모가 여실히 나타나 있다 할 것이다.

 

 

황인경

小說 牧民心書 下卷 바람아 구름아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