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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산줄기와만남/조석필의 산경표를 위하여

산경표 이야기 둘째 마당 - 5. 1대간 1정간 13정맥

by 두타행 2011. 6. 28.

산경표 이야기 둘째 마당 - 5. 1대간 1정간 13정맥

 

 

그림을 보면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굵게 표시된 산줄기가 우선 눈에 띈다. '백두'라는 이름에 '대간(大幹)'이라는 격(格)을 주어 여느 정맥들과는 조금 다르게 쳤다. 그러니까 이 산줄기를 우리나라 모든 산줄기의 기둥으로 삼은 것이다.

실제로 '백두대간'에는 나라 안에서 높고 험한 산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산세로만 보아도 기둥의 자격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백두대간은 나라를 동서로 양분하며, 동쪽 물길과 서쪽 물길이 서로 섞이지 않는다는 지리적사실을 아울러 일깨워 주기도 한다.

이번에는 조금 가늘게 표시된 줄기들을 보자. 대간에서 갈래쳐 나온 산줄기는 모두 14개인데(1정간 13정맥), 이것들은 우리나라 열개의 큰 강을 각각 구획하는 울타리들이다. 그런 연유로 해서 정맥의 '이름' 또한 에워싸고 있는 물길에서 따온 것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정맥은 강의 울타리, 즉 분수령이라 했다. 어느 정맥에 서거나 내려다보이는 좌,우 물길은 별개의 강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정맥에서 오물을 버리려면 어느 강을 더럽힐까를 먼저 결정한 후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타당할 일이겠다.

하나의 강을 온전히 에두른 분수계를 그리자면 대개 하나 혹은 두개의 정맥에다 백두대간의 일부를 필요로 한다. 예를들어 '낙동강 수계'라 하면 {낙동정맥 ― 태백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일부 ― 낙남정맥} 으로 둘러싸인 지역을 말한다. '수계(水域, 流域)'라는 말에는 그 안의 물이란 물은 모조리 모여 한군데 하구로 흘러든다는 의미와, 수역 내에서는 어떻게 하던지 산을 넘지않고도 이동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아울러 포함되어 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의 15개 산줄기와, 그 분류의 기본이 되는 10개 큰 강의 분수계를 적어 복습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5개 산줄기백두대간

10개 江 및 그 분수계

백두대간
장백정간
청북정맥
청남정맥
해서정맥
임진북예성남정맥
한북정맥
한남정맥
금북정맥
금남정맥
호남정맥
낙동정맥
낙남정맥
한남금북정맥
금남호남정맥

두만강 : 장백정간, 백두대간
압록강 : 청북정맥, 백두대간
청천강 : 청북정맥, 청남정맥
대동강 : 청남정맥, 백두대간, 해서정맥
예성강 : 해서정맥, 임진북예성남정맥
임진강 : 임진북예성남정맥, 백두대간, 한북정맥
한  강 : 한북정맥, 백두대간, (한남금북), 한남정맥
금  강 : 금북정맥, (한남금북), 백두대간, (금남호남), 금남정맥
섬진강 : 호남정맥, (금남호남), 백두대간
낙동강 : 낙동정맥, 백두대간, 낙남정맥

이제 더 언급할 것이 없을만큼 산경표의 원리는 단순 명쾌하다. 몇가지 이견(異見), 특히 갈래 정하기나 이름붙이기 과정에서의 다른 생각들에 대해 부연하는 것을 끝으로 산경표 공부를 마치기로 한다.

 

몇가지 문제점들

겹칩부분 : '금남호남정맥'은 금남정맥 및 호남정맥을 백두대간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을 독립된 산줄기로 보아 13정맥으로 셈하는 것이 아직까지는 산경표 해석상의 통례이다. 그러나 해서정맥 및 임진북예성남정맥 지역에서는 두 정맥의 겹침 부분(두류산→화개산)에 별도의 정맥 이름이 없다. 이에 근거하여 '금남호남정맥' 또한 독립된 산줄기로 볼 것이 아니라 금남정맥이기도하고 호남정맥이기도 하는, 다시말해 단순한 '겹침부분'으로 해석하자는 의견이 대두 되고 있다([사람과산] 90년 11월호 41쪽). 위 두 의견을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산경표의 취지에 비추어 이것은 고려해 볼만한 견해이다. 예를들어, 20쪽의 표에서 괄호 부분을 빼더라도 의미 전달에는 전혀 하자가 없을 뿐 아니라 단순하기 때문에 오히려 눈에 잘들어온다. 그리하여 같은 경우인 '한남금북정맥'까지 뺀다면 정맥은 11개로 줄어들게 될 것이다.

약간다른 얘기지만, '겹침부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자면 '임진북예성남정맥'의 시작은 현재지명 두류산으로 보는 것이 또한 타당할 것이다(산경표는 현재지명 화개산을 시작으로 삼고 있다)

정맥과 정간 : 조선광문회 본 산경표에 표시된 '정간(正幹)'은 장백정간 1개 뿐이다. 그러나 원전 격인 [여지편람(輿地便覽)]의 산경표를 보면 '낙남정맥' 또한 '낙남정간'으로 표시되어 있다고 한다. 분류법이나 체계(system)는 단순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볼때, 아직까지는 '정간'이 따로 존재해야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드릴 수가 없다. 크게보아 '정맥=정간'으로 간주해도 무리는 없으므로 일단은 그렇게 쓰기로 하겠다.

빠진 부분 : 세력은 작지 않으나 지류를 구획하는 산줄기라는 이유 때문에 '정맥' 감투가 없는 산줄기들, 예를들어 낭림산에서 북으로 뻗는 줄기, 오대산에서 시작하여 북한강과 남한강을 가르는 줄기 따위를 어떻게 대접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또한 본류를 구획하는 산줄기이기는 하되 그 구획하는 강의 규모가 작다는 이유때문에 빠진 경우, 즉 영산강의 북쪽 및 남쪽 울타리들 역시 산줄기로써의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있으므로 적당한 대접이 필요할 것으로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들에게도 기맥(岐脈) 혹은 지맥(支脈) 따위 적당한 격(格)과 함께, '영산북''영산남' 등의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자세한 지리연구 및 전달에 도움이 될 듯하다.

전달상의 문제를 조금 더 고려한다면, 백두대간 만큼은 의미 있는 구역별로 세분하여 각각의 별칭을 함께 사용하면 편리할 듯하다. 예를 들어 '태백산→속리산' 부분은 '백두대간 중원구간' 하고 부른다는 따위이다.

줄기의 방향 : 어떤 정맥을 보면 그 끝이 강의 하구가 아니라, 본류와 작은 지류 사이의 합수지점을 향하고 있는 것이 있다. 예를들어 금남정맥이 그러한데, 아마도 서해안 평야지대 때문에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산세를 감안하여 크게 왜곡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세가 큰 줄기를 따라간 것으로 생각된다. 이 경우 원칙에 벗어나더라도 산경표대로 따를 것이냐, 아니면 산줄기 방향만은 엄격하게 바로잡고(금남정맥의 경우라면, 운장산 부근에서 계룡산을 향하지 않고 서해로 빠진다) 남는 산줄기는 별도의 기맥으로 처리할 것이냐는 여러 연구가의 의견 집약이 필요한 대목이다.

부분적 오류 : 산경표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부분적 오류가 가끔 눈에 띈다. 예를 들어 호남정맥 부분에서는 '금남호남정맥'에서의 분기점 문제, 정맥에 포함될 수 없는 산들이 정맥으로 표기된 경우 따위의 잘못이 보인다. 그 외에 이수(里數)나 방향 표기까지 따진다면 헷갈리는 대목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 중에는 진짜 오류도 있겠지만, 단순히 옛 지명과 현 지명의 해석 차이 때문에 잘못된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겠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러한 부분적 오류(?)에도 불구하고 산줄기의 대세 만큼은 정확하게 제 갈 길 대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해석되고 있는 산경표에는 이와같이 해결되어야할 몇가지 논란거리가 남아있다. 논란거리는 그 성격상 두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당시의 측량 기술 수준의 한계에 따른 '잘못'으로 마땅히 고쳐져야 할 것들이고, 또 하나는 해석상의 차이 또는 견해 차이에 기인한 '혼란'으로 적당한 논의 후에 통일되어야 할 것들이다.

어쨌거나 이러한 것들은 부수적 문제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낮춰 잡더라도 이러한 논란거리들이 산경표가 이 땅을 보는 눈, 즉 산줄기 분류법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수는 없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백두산

백두산은 우리 민족에 있어 좀 특별한 산이었다. 단군(檀君) 탄강(誕降)의 설화로부터 시작해, 언제나 크고 높으며 성스러운 산이었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이를 '나라의 빛나는 양산(陽傘)'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어느 옛 지도를 보더라도 백두산만큼은 그 모양이 좀 특별하게 그려져 있다. 백두산이 누리는 이런 '특별한' 대접이 단순히 상징적인 신성(神聖)에서 유래한, 감정적 경외가 그 전부였을까?

약간 건조한 얘기 같지만 지리학적으로 보더라도 그만한 대접에는 근거가 있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백두산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섬이 아니라는 유일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백두산 이야말로 한반도를 대륙과 연결하고 있는 유일한 지점이

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데 글쓴이에게는 압록강, 두만강을 천지에서 발원하는 강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니까 엄밀히 따져 우리나라는 섬이 아니겠느냐고 우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천지는 순수한 호수일 뿐이다. 두 강의 발원지는 모두 천지 한참 아래에 따로 존재한다).

그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그림6을 찬찬히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의 모든 산과 산줄기 들이 백두산에 매달려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고산자 김정호가 썼던, '백두산은 조선 산줄기의 근원' 이라는 표현은 따라서 지리학적 접근에 의한 사실적 서술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백두산 중심의 시각으로 보자면, 또한 강과 산의 역상관계까지 (강과 산은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고려해 말하자면, "정맥은 대간에서 가지 쳐 내려간다"는 표현보다는 "하구에서 몸을 일으킨 정맥이 대간으로 합맥하며, 마침내 백두산으로 흘러 올라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