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표 이야기 둘째 마당 - 4. 이 땅의 산줄기를 그려보면
지리 공부는 이제 졸업할 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산경표의 원리에 절대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럼으로써 여타 개념과의 차별성을 검증하기 위해 '山自分水嶺'에서 파생되는 이치 한가지만 더 살펴보기로 하겠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하나의 산에서 물을 건너지 않고 다른 산으로 가는 길은 반드시 있고, 그 길은 오직 하나 뿐이다.
'물을 건너지 않는다'는 말은 결국 능선길을 밟아 나간다는 뜻이다. 내장산 일대(그림4의 A지역)를 자세히 그린 그림5를 보며 위 사실을 검토해 보자. 편의상 반증법(反證法)으로 풀어 가겠다.
"길은 오직 하나 뿐이다" 라는 논리 : 내장산에서 백암산 가는 길은 그림의 점선이 유일한 것이다. 또 다른 길이 있는 경우란 내장산 남쪽 지능 중 하나와 백암산 북쪽 지능 중 하나가 연결되어 있는 일을 말한다(ⓐ 혹은ⓑ 혹은ⓒ). 그렇게 된다면 능선에 에워싸여 갇힌 추령천 물들은 다 어디로 가나? 거대한 자연호수를 이뤄 지하로 흘러드나? 우리나라에 이런 지형은 없다. 따라서 길은 오직 하나 뿐이다. "길은 반드시 있고" 라는 논리 : 위와는 반대의 경우이다. 사자봉에서 내장산 가는 길이 '없으려면' 남창골 과 약수동계곡이 만나야 한다. 즉 운문암재가 물길로 되어야 한다. 사자봉 가인봉 일대가 거대한 섬이 되는 것이다.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두 물길에 갇힌, 그러한 섬 지형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길은 반드시 있다. |
이로써 계룡산에서 금정산 가는 길은 오직 하나, 설악에서 땅끝 가는 길 또한 오직 하나라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게다가 나라 안의 어떤 산에서 출발하더라도 백두산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두 점을 잇는 선은 하나 뿐"이라는 이 원칙은 이어서 다음과 같은 결과로 이어진다.
산줄기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다. 또한 누가 그리더라도 그 결과는 같다.
그것은 산줄기 그림이 '실제 눈에 보이는' 산과 강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또한 거기에 일관된 원칙을 적용시키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에 반해 지질구조선은 전문가가 그려주면 그런가보다 할 수 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다. 게다가 의견이 다른 전문가가 각각의 그림을 내놓더라도 어찌 해볼 방법이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어려움은 지질구조라는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땅 속의 일에 대한 이론이기에 발생하는 것이다.
자, 이제 우리도 5만분의1 지도를 사자. 그리고 마루금을 긋자. 어디서 자주 보던 그림 아닌가? 흔히 등산잡지에서 보아왔던 개념도(그림3, 그림5 따위)와 같은 모양 아닌가? 산경도라는게 기껏 [등산 개념도]에 불과한 것이라고? 그렇다. 전국 모든 지역의 개념도를 하나로 잇댄 산줄기 그림과 산경도는 본질적으로 같다. 다만 여러 산줄기 중 어느 것이 크고 중요한 줄기인가를 가려 강조해서 그렸고, 거기에 이름을 덧붙였을 뿐이다.
위의 그림6이 바로 그 산경도이다(그 옆의 작은 그림은 옛날식 표현법이다). 그것은 또한 수계도(水界圖)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실제 지형의 '축소 복사' 그림이기도 한 것이다(그에 비하면 산맥지형도는 '임의 작도' 그림이라 할 수 있다).
반복하건대 산경도는 우리나라 '실제' 지형의 축소 복사이고, 따라서 그림 자체는 누가 그리더라도 같아야하는 것이다. 다만 어느 줄기를 큰 줄기로 볼 것이냐, 혹은 그것들에 어떤 이름을 줄 것이냐 하는 부분에서의 견해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 견해 차이에 관한 언급은 조금 후로 미루고, 우선은 [산경표]가 제시하고 있는 산줄기 분류법부터 파악해 나가기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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