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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산줄기와만남/고지도

우리 옛지도와 그 아름다움

by 두타행 2011. 6. 2.

우리 옛지도와 그 아름다움

 

한영우.안휘준.배우성 공저 | 효형출판 | 1999년 12월 출간



작가의 말
한국의 고지도는 세계 각국의 고지도 가운데 상대적으로 우수하고 예술적이라는 것이 세계 지도학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조선시대 학자들도 중국에 비해 우리의 지지(地誌)는 낙후되었지만 지도는 더 우수하다고 자부했다. 지도문화유산이 이렇듯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실상을 거의 모르고 있다. 그것은 대형지도의 영인(影印) 보급이 비용상으로나 기술적으로 매우 힘들고, 원본에 대한 접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지도의 영인 보급과 고지도에 대한 해설서의 간행은 누군가에 의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시급하고도 중대한 사업이다. 이 책의 편찬은 이러한 여망에 조금이라도 부응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앞으로 해설사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개별지도의 인쇄실물이 독자들의 손에 전달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21세기 문화의 세기에 내 고장을 사랑하고 내 고장의 문화재를 이해하고 복원하는 일에 고지도는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한영우 

책 소개   
옛 지형의 모습과 함께 지도의 아름다움과 의미, 선조들의 국토에 대한 정신 등을 엿볼 수 있는 책. 국립중앙박물관이 처음 발굴하고 공개한 '동국대전도'와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한국본 여지도'의 역사적 의의 등을 실어 매우 흥미롭고 수준높은 내용이 가득하다.

미디어 리뷰
우리 조상들은 땅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생각한다. 그래서 현대 지도(地圖)가 백두산을 단순히 삼각형으로 표기하면서 옆에 산 높이를 붙이는 데 비해 옛지도는 산과 강과 건물 등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백두산이 실제 크기 이상으로 과장돼 산수화처럼 그려지거나 우람한 봉우리 사이에 거대한 천지(天池)가 장엄하게 펼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책은 삼국시대에서 19세기 <대동여지도>와 대원군 시대의 지도제작에 이르기까지 우리 옛지도의 발달과정을 거시적으로 개관한다. 또 옛지도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조상들의 국토와 세계에 대한 이해 및 인식의 관점을 분석적인 시각에서 검토하는 한편, 우리 옛지도의 회화적 특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 「세계일보」화제의 책 (99/12)

서울대 규장각에는 의궤(조선시대 국가행사를 기록한 그림)가 2,500권, 옛지도가 6,000장이나 있다. 한결같이 아름답고 귀중한 자료들이다. 그러나 이 멋진 보물들은 학자들의 연구에 쓰일 뿐 일반인이 만날 길은 거의 없다. 영인해서 책을 내면 되겠지만, 길이가 1㎙, 2㎙나 되는 지도를 출판하려면 제작비가 엄청나 일반 상업출판사가 달려들 엄두를 못내기 때문이다. 그런 사정으로 규장각이 직접 발간한 옛지도 영인본은 대원군 시절 제작된 지방지도 중 전라·충청·경기 편이 나왔을 뿐이다. 그것도 비매품으로 연구자와 주요기관에 배포돼 일반 독자의 손이 닿지 않는다. 의궤는 딱 1권, 정조의 결혼준비를 기록한 「영조정순후정조가례도감」이 지난해 민족문화추진회에 의해 번역됐을 뿐이다.
「우리 옛지도와 그 아름다움」은 국민 모두의 보배여야 할 옛지도들을 일반독자에게 소개하는 반가운 책이다. 규장각을 비롯해 국내 여러 도서관과 박물관이 갖고 있는 옛지도 수 십장을 싣고, 그것을 읽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이모저모를 차근차근 일러준다. 서울대 교수 3명이 옛지도의 발달 과정(한영우), 거기 나타난 세계관(배우성), 옛지도의 회화적 특성(안휘준)을 설명하고,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국보급 「한국본 여지도」에 대한 논문(한영우)을 덧붙였다.
우리 옛지도는 단순히 어디에 무엇이 있다고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의 반영이다. 거기에는 땅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보았던 조상들의 철학이 깃들어 있다. 조선 태조 5년(1396년)에 이첨이 그린 <삼국도>를 설명한 글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산맥을 보면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구불구불 내려오다가 철령에 이르러 별안간 솟아오르며 풍악(금강산)이 되었고…원기가 화하여 뭉치고 산이 끝나면 물이 앞을 둘렀으니…" (이첨의 「삼국도후서」(三國圖後序)에서). 한영우 교수는 "백두산에서 뻗어내린 대간(大幹)을 산맥의 대종으로 인식하고, 거기서 흘러내린 물줄기를 풍수지리사상에 입각하여 하나의 생명체로 파악하고자 하는 지도제작 태도는 한국 고지도의 특성을 이루는 것" 이라고 쓰고 있다.
우리 옛지도는 또한 아름답다. 지도를 만들 때 지리학자, 수학자(?)와 함께 화가가 참여해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지도를 그려냈다. 바다에 물결무늬를 그려 넣고 방위에 따라 오방색을 칠해 화면 가득 풍부한 색감을 풀어놨다. 산들은 서로 어깨를 걸고 꿈틀꿈틀 흘러내리고, 도성을 그린 지도에는 계절의 풍치, 건물과 사람, 풍속까지 나타난다. 특히 18세기 진경문화가 꽃피면서 회화식 지도가 크게 발달했다. 이들 옛지도는 현대지도에 비해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등고선과 위도, 경도로 표시된 현대지도의 메마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입체성과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배우성 교수가 쓴 「옛지도와 세계관」도 매우 흥미롭다. 조선이 접한 최초의 서구식 세계지도는 마테오리치의 <곤여만국전도>. 17세기 초 이 지도가 중국에서 들어오면서 땅은 평평하고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 믿던 세계관이 깨졌다. 그 충격으로 서구식 세계지도와 동양적 세계관을 결합한,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천하도>가 만들어졌다. 배우성 교수는 천하도의 실체를 규명하면서 조선후기 사상사의 한 흐름을 짚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못내 안타까운 것은 이처럼 아름다운 옛지도들을 실물로 감상할 수 없는 점이다. 효형출판은 책과 함께 아주 큼직한 옛지도 달력도 내놓아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한영우 교수는 " 이 책에 실린 옛지도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이 책은 귀중한 우리 옛지도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박물관과 도서관에 갇혀있는 보배로운 옛 문헌들을 우리 곁에 두려면 얼마나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그는 『의궤나 옛지도를 영인하고 대중화하는 일은 국가사업으로 할 일" 이라고 강조한다.
조선의 문화중흥을 이루었던 정조는 지도 제작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왕에게 그려 올린 지도가 조잡하다고 하여 경상좌도병마절도사 윤범행의 관직을 박탈했을 정도다. 한 교수는 " 옛지도를 통해 우리 조상들이 국가경영에 얼마나 많은 문화투자를 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 고 말한다. 밀레니엄 전야, 새 천년을 맞는 온갖 이벤트의 홍수 속에서 이 책은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을 생각케 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조상이 물려준 보물을 창고에 묵히고만 있으니, 아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 「한국일보」 (99/12/08) 

옛지도에 담긴 세계관과 미학
지도는 ‘땅 그림’이다. 우리는 여기서 구체적인 무언가를 찾고 땅그림이 가리키는 대상을 확인하는 데 익숙해있다. 하지만 우리 옛지도는 그저 무엇이 있다고 가리키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과연 우리의 ‘땅그림’은 무엇을 어떻게 나타내고 말하려 했을까.
신간 『우리 옛지도와 그 아름다움』은 이런 자문들에 대한 대답이다.땅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인식한 조상들의 세계관과 애정,그리고 자부심이투영된 것이 바로 우리의 옛지도라는 게 책을 관통하는 기본 시선이다. 서울대 인문대학장인 한영우 교수를 비롯,우리 사학계의 중견들인 세 저자는 옛지도를 읽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이모저모를 차근차근 일러준다.
한 교수는 삼국시대에서 19세기 <대동여지도>와 대원군시대의 지도제작에 이르기까지 우리 옛지도의 발달과정을 역사적 배경과 함께 개관했다. 이어 배우성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만 특이하게 발달된 천하도(天下圖)의 실체를 해명하면서,과학적인 세계지도제작과 중화(中華)중심의 세계관을 담은 천하도의 유행이 함께 이뤄진 조선후기 사상사의 궤적을 밝힌다. 안휘준 교수는 끝으로 우리 옛지도의 회화적 특성에 주목한다. 지도를 제작한 화원들의 시각과 기법을 한국회화사 흐름속에서 소개하고,풍부한 색감과 산수화적 요소들이 빚어낸 독특한 아름다움을 각각의 지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더듬었다.
                                            -- 「문화일보」 (99/12)

'백두산이 어찌 한점 붓에 다 담기랴'
현대 한반도 지도에서 백두산은 조그만 삼각형으로 표시되고 그 옆에 산 높이가 씌어 있다. 그러나 옛지도의 백두산은 실제 크기 이상으로 과장돼 산수화처럼 그려지고 우람한 봉우리 사이에 거대한 천지가 장엄하게 펼쳐져 있다. 우리 선조들은 왜 이렇게 지도를 그렸을까?
한영우(서울대), 안휘준(서울대), 배우성 교수(청운대) 등 역사학자 3명이 함께 쓴 『우리 옛지도와 그 아름다움』(효형출판 펴냄, 2만원)은 옛지도를 도판과 함께 재미있게 해설한 책이다. 우리 옛지도에 관한 대중적 해설서로는 최초의 것이다.
오늘날 지도는 과학적 측량법을 써서 거리와 높이를 정확히 표시할 수는 있지만, 수직으로 내려다보고 그린 평면지도뿐이다. 그러나 옛지도는 땅을 비스듬하게 내려다보고 그리는 경우가 많아서 산과 강, 건물 등의 입체성이 더욱 뚜렷하다. 또 옛 사람들은 땅에 음양과 오행의 이치가 있고 그 이치에 따라 땅이 살아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방위에 따라 오행의 색깔을 다르게 칠하고 산과 강은 뼈와 혈관으로 이해해 그 맥을 강조해 칠했다.
여러 전문가가 협업해 지도를 제작했다는 것도 우리 옛지도의 한 특성이다. 먼저 국가가 지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상지관이 지형의 풍수적 특성을 파악하며, 화원이 회화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는 국가가 독점하던 지도가 민간에 보급되고 민간인 중에서도 김정호와 같은 우수한 지도전문가가 나왔다.
                                             -- 「한겨레신문」 (99/12/07) 
   

고지도는 아름다운 미술작품
'사람이 머리를 옆으로 하고 등을 구부리고 서 있는 모습이다.백두산이 머리가 되고 백두대간이 척추가 되며 쓰시마섬과 제주도는 두 다리와 같다.' 조선 영조 때 간행된 지도 <대동총도(大東總圖)> 발문에 묘사된 한반도의 모습이다.땅을 생명체로 간주한 풍수지리적 관점.백두산과 백두대간을 하나의 선으로 과장되게 연결하고 강과 산맥을 마치 동물의 혈관처럼 묘사한 옛지도는 이런 동양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했다.
한영우(서울대 국사학과), 안휘준(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배우성(청운대 사학과) 교수가 공저한 『우리 옛지도와 그 아름다움』(효형출판)은 우리 지도의 발달사와 세계관, 아름다움을 살핀 고(古)지도 해설서. 척박한 옛지도 연구 분야에서 선구적인 저서로 꼽힌다.
우리 고지도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풍수지리적 관점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땅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생각한 선인들은 산맥과 강을 뼈와 혈관으로 보고 지도 한 장을 그리면서도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이치에 맞춰 그 기운을 살폈다.남쪽을 적(赤)색,북쪽 흑(黑),동쪽 청(靑),서쪽 백(白),중앙은 황(黃)으로 표현한 것 역시 오방색(五方色)을 통해 음양오행의 조화를 드러낸 것.또 평지가 많은 중국과 달리 산이 많은 지형으로 인해 백두산에서 출발해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산맥의 흐름을 중시하게 됐다.산을 삼각형으로,높낮이는 등고선으로 표시한 무미건조한 현대 지도와 달리 지도를 한 폭의 산수화처럼 표현한 것도 우리 고지도의 특징이다. 회화적 품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비교적 좁은 지역을 대상으로 제작된 성도(城圖)나 군현도(郡懸圖),산도(山圖) 등이지만 바다 부분을 섬세한 물결로 채운 데서 회화적 전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조선시대에 제작된 지도는 관청 소속 화가인 화공(畵工)의 숙련된 솜씨를 빌려 작품성이 뛰어나다.덕분에 미술사와 풍속사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쓰인다.18세기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가 <동국여지지도(東國與地之圖)>를 그린 것처럼 문인화가가 직접 지도를 그리는 일도 많았다.조선시대에는 국가가 지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관(地官)과 화공이 함께 지도를 제작한 협업 체제를 유지한데서 지도를 국방과 행정의 기본으로 중시했음을 알 수 있다.
세계지도는 당대 우주관의 집약판이기도 하다.중국이 세상의 중심이고 하늘과 땅이 평평하다고 믿던 전통적 세계관을 깨뜨린 건 마테오리치의 <곤여만국전도>였다.지동설을 바탕으로 한 서구식 세계지도가 불러일으킨 충격은 국내에 '천하도(天下圖)'를 유행시켰다.중앙대륙과 이를 감싼 바다,그리고 바다를 감싼 바깥 대륙으로 구성된 둥근 모양의 '천하도'는 지구가 둥글다는 서구식 세계관을 동양적 어법으로 번역한 과도적인 형태의 지도였다.이후 우리 지도는 18∼19세기를 서구 문물이 물밀듯 덮쳐오며 차츰 사라져갔지만 '천하도'만은 19세기말까지 민간에서 널리 유행했다.
                                       -- 「국민일보」 (99/12/06)

한폭의 산수화같은 우리 옛지도
우리 옛지도는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다. 특히 옛 고을지도는 땅이라는 물리적 실체를 뛰어넘어 자연과의 합일을 모색했던 우리 선조들의 풍부한 미의식과 삶의 편린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땅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여긴 옛사람들은 땅에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의 이치가 있다고 믿었다. 지도 제작자인 화원(화員)들이 방위에 따라 오행의 색깔을 다르게 칠하고 산과 강을 뼈와 혈관으로 이해해 그 맥(脈)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영우 서울대 인문대학장, 안휘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배우성 청운대 교수 등 3명의 학자들이 펴낸 『우리 옛지도와 그 아름다움』(효형출판)은 우리 옛지도의 숨겨진 미학을 들춰낸 의미있는 저작이다. 저자들은 옛지도의 제작 및 발달과정과 옛지도의 회화적 특성을 개관하고 옛지도에 담긴 선조들의 국토관을 심층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올 초 국립중앙박물관이 처음 발굴·공개한 정상기의 「동국대전도」와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국보급 지도인 「한국본 여지도」의 제작경위와 지도사적 의의 등을 기록한 글이 실려있어 학술적 가치도 높다.
우리나라에서 지도가 처음 제작된 연도는 확실치 않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가 628년 당나라 태종에게 고구려 강역지도인 <봉역도>를 보낸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이 지도가 최초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고려 때는 삼국시대의 지도기술을 이어받아 <오도양계도>로 불린 전국지도가 제작됐고 일종의 세계지도인 <화이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도문화의 융성기는 국가차원에서 지도제작을 추진했던 조선시대다. 1402년 이회가 고급비단으로 만든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아시아·유럽·아프리카 등을 그려 넣은 당대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1463년 양성지와 정척이 10년 만에 완성한 <동국지도>는 고구려의 옛 땅을 수복하려는 역사의식이 담긴 기념비적 작품이며 16세기에 제작된 세계지도인 <혼일역대국도강리지도>와 <화동고지도>는 화려한 색채와 풍부한 지리정보가 돋보인다. 문예부흥기인 영·정조 때는 진경산수화의 화풍이 드러난 각 지방의 지도가 활발하게 제작됐다. 18세기말 만들어진 서울지도인 <도성도>는 왕도(王都)를 마치 소우주처럼 묘사하는 등 정교한 필체와 회화성이 도드라지는 수작이다. 또 「춘향전」의 무대인 광한루와 오작교를 그려 넣은 <남원부지도>, 태조 이성계의 고향인 전주의 각 읍성을 그림으로 표현한 <전주지도> 등은 영·정조대에 제작된 군현지도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저자들은 "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청구도>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옛지도는 정확도와 미적 감각에 있어 세계 최고수준" 이라며 " 위정자의 통치철학은 물론 선조들의 자연관·우주관·생활사 등이 담긴 옛지도는 우리 문화의 보고(寶庫)" 라고 말했다.

                                   -- 「경향신문」 (99/12/07)

역사가 문화를 시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면 지리와 지도는 그 문화를 공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특히 지도는 지형과 유형문화재를 총체적으로,그리고 회화기법으로 묘사한다는 점에서 시각 자료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 이런 의미에서 선조들의 지리관과 우주관,나아가 위정자의 통치철학이 깃들어 있는 옛지도를 접하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서울대 규장각 관장을 역임한 한영우 서울대교수 등 3명의 지도 전문가가 쓴 『우리 옛지도와 그 아름다움』(효형출판)은 우리의 옛지도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한영우 교수는 서울대 규장각 등에 소장된 옛지도의 자료를 통해 삼국시대 에서부터 19세기 <대동여지도>와 대원군 때의 지도에 이르기까지 옛지도의 발달과정을 거시적으로 개관한다.지도의 변천과정과 역사적 배경을 다루면서 이에 투영된 선인들의 세계관과 사회적 동인(動因)을 알려준다.특히 책은 올 상반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정상기의 <동국 대전도(東國大全圖·일명 조선전도)>를 자세하게 다룬다. ‘한국본 여지도’편 에서는 국보급 고도서(古圖書)인 <한국여지도>의 제작 경위와 지도의 특징 등을 설명한다.
서울대 안휘준 교수는 옛지도에서 나타난 회화적 특성에 주목한다.지도 제작에 참여한 화원(畵員)들의 시각과 기법을 소개하고,이것이 한국 회화사의 흐름과 어떻게 연관돼 있는가를 고찰하고 있다. 그는 도면식 지도에 그려진 바다의 수파묘(水波描)는 18세기에 푸른색으로 바뀌게 되고 색채의 화려함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밝힌다. 또 회화식 지도의 회화는 산수화의 시대적 변천과 맥을 같이 하며,조선중기의 절파계 화풍 및 조선후기의 진경산수화풍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청운대 배우성교수는 옛지도에서 엿볼 수 있는 조상들의 국토와 세계에 대 한 인식을 검토한다.독특한 세계지도인 천하도(天下圖)의 실체를 밝히면서 이는 중화(中華)중심의 세계관을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한 교수는 “옛지도는 도형으로 된 현대 지도에서는 전혀 맛볼 수 없는 색다른 묘미가 곳곳에서 스며 있다” 면서 “우리 옛지도는 특히 다른 나라의 것에 비해 예술적일 뿐 아니라 제작기술의 우수성 또한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효형출판사는 규장각과 함께 옛지도를 소재로 한 2000년도 달력 『우리 옛지도와 그 아름다움』도 발행했다.

                                 -- 「대한매일신문」(9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