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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도우미/등산지식

[스크랩] 2. 등산과 알피니즘 -등산이란 그리고 등산은 어디까지 왔나

by 두타행 2011. 5. 6.

2. 등산과 알피니즘 - 등산이란 그리고 등산은 어디까지 왔나

 

 

1. 알피니즘 I - 등산이란 무엇인가?

“등산”이란 소박한 뜻에서 산에 오르는 것을 말한다. 산을 좋아하는 건강한 사람이 산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등산은 스포츠며 탈출이고 정열이기도 하며 일종의 종교와 같다고 마칼루(8,481m)를 초등한 프랑스원정대장 쟝 프랑코가 말했다.
이처럼 등산의 두드러진 특징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것은 내면적인 것이며 등산가의 육체적 노력을 넘어선 곳에 뚜렷이 나타나는 정신적인 세계다. 이러한 등산의 세계는 그 기원과 오늘에 이른 발전 과정에서 개관할 수가 있으며 내일을 내다보게 된다.

 

알피니즘의 기원과 정의
“등산”이라는 말은 알피니즘(Alpinism)에서 왔으며 그 기원은 알프스에 있다. 즉 등산은 서구적인 개념이다.
서양 사람들의 자연관과 행동양식이 등산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냈다.

 

(1) 자연과 인간의 만남
인류역사에서 18세기 중엽까지 자연과 인간은 대립한 존재로 자연은 인간에게 공포의 대상이고 미지의 세계였다. 그러자 중세의 암흑시대가 지나고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인간은 자아를 발견하고 지식욕과 탐구욕과 정복욕이 움텄다.
그리하여 인간은 새로운 눈으로 자연을 대하게 됐다.
1760년 드 소쉬르의 몽블랑(4,807m) 도전 제의가 그것이다.
알프스 최고봉에 대한 이 제안은 결국 25년이 지난 1786년에 비로소 달성했는데 이것을 기점으로 만년설에 덮인 4,000m 고도인 알프스에 인간이 도전하기 시작했다.

 

(2) 알피니즘의 정의
이렇게 해서 사람들이 알프스에 오르면서 그 정신과 행위가 “알피니즘”이라고 불리게 됐다.
그러나 등산이 알프스 지역을 벗어나 세계 전역으로 번지면서 알피니즘의 명칭은 일반화됐다.
영국에서 나온 등산 백과사전(Encyclopedia of Mountaineering, Penguin Books)에는 알피니즘을 눈과 얼음에 덮인 “알프스 정도의 고소에서 행하는 등반”으로 풀이했다.
한편 프랑스 등산가 뽈 베씨에르는 만일 등산이 알프스가 아니고 히말라야에서 시작했으면 히말라야니즘, 피레네이에서면 피레네이니즘...... 로 불렸을지 모른다고 했다. 모두 알피니즘이라는 뜻의 일반성을 말해 준다.
알피니즘의 어원은 ‘Alpinisme’이라는 프랑스 말이다.
등산이 프랑스 알프스에서 프랑스어를 말하는 사람들에 의해 시작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뒤 알프스를 중심으로 한 여러나라에서 뒤따르고 마침내 Alpinism(영국), Alpinismo(이탈리아), Alpinismus(독일)로 불리게 됐다.

 

알피니즘의 세계
알피니즘은 자연과 인간의 만남의 장이다. 따라서 자연을 떠나서 알피니즘은 존재하지 않으며 등산정신이 결여된 곳에 알피니즘은 없다.
알피니즘의 세계는 외적인 자연과 내적인 인간 정신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1) 무 대
등산활동이 전개되는 곳은 지구의 5대륙 6대주에 걸친 고산군이다. 이러한 고산군은 고도와 능선과 벽, 눈과 얼음, 허공 등을 조건으로 이루어진 대자연이다. 위의 개념에서 허공은 추상화 된 듯 하지만 특히 고도를 추구하는 알피니즘에서 허공은 중요한 요소다.
Touching the Void(영), Sturz ins Leere(독)같은 표현은 그 좋은 예다.(Void와 Leere는 모두 ”허공”을 뜻함)

 

(2) 육체적 요소와 정신적 요소
등산은 강한 체력을 요구한다. 사실 등산 활동은 극한화 할 수록 그 노동 역시 격화한다. 체력 문제가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등산의 참 모습은 육체적 노력을 넘어선 정신적 내면의 세계에서 찾게 된다. 등산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거기에 등산만이 가지는 특징이 나타나는 것을 본다.
등산이 일반 스포츠와 다른 것은 이러한 특징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아래와 같은 비교에서 더욱 분명해 진다.

 

(3) 특수성
일반 스포츠는 제한된 구역에서 제한된 조건하에 벌어진다. 플레이그라운드가 있고 규정과 심판과 관람자가 있으며 또한 상대와 技를 겨룬다.
이에 반해 등산의 무대는 대자연이며, 여기에는 규정도 심판도 관람자도 없다. 물론 경기 상대가 없다.
이밖에 등산에는 보상이 따르지 않으며 오히려 죽음이라는 위험이 같이 한다. 리오넬 테레이는 등산을 “무상(無賞)의 행위”라고 했다.

 

알피니즘 정신과 형식
등산은 20∼30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등산계를 개척해 나간 선구자들의 정신과 그 행동 양식의 변천을 그리고 있다.
다시 말해서 1760년이래 자연과 인간이 대결해 나간 그 과정이다. 무슨 일이나 처음에는 초보적 단계에서 시작하여 시대의 추이에 따라 발전한다.
알피니즘도 바로 그 길을 밟아왔다. 즉 18세기의 등산은 문자 그대로 원시적이었다. 선구적인 알피니스트들은 원시적인 복장과 기구로 기술도 없이 오로지 정상을 노렸다.
이른바 피크 헌팅(Peak Hunting)인데 이 때 그들은 원주민을 안내인으로 내세웠다.
그러자 알프스에서 고도 4,000미터 봉우리들이 거이 등정되면서 안내자 없이 오르게 됐고 그들은 정상 아닌 첨봉과 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머메리(A.F. Mummery)는 그 대표적인 등산가로 그는 의지가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며 이른바 베리에이션 루트(Variation Route)의 개척을 주장했다.
그의 등산정신은 머메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오늘에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길 없는 곳을 뚫고 나가려면 자연히 등반을 돕는 보조기구를 쓰게 되어 인공등반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발전했다.

알프스의 4,000m 등반이 어느 정도 마무리 지면서 알피니즘은 외부로 고도를 추구한다.
그리하여 안데스와 가후카츠 등지를 거쳐 8,000m의 세계로 뛴다. 히말라야의 여명은 머메리가 1895년 낭가 파르바트(8,125m)에서 실종하자 더 이상 밝아 오르지 않은채 세계 산악계는 20세기를 맞는다.
이처럼 등산은 알프스에서 히말라야로 무대를 옮긴 듯 했지만 알프스에서 여전히 불가항력의 성지가 인간의 접근을 거절하고 있었다.

아이거(3,970m), 그랑드 죠라스(4,205m), 마터혼(4,478m)의 3대 북벽이다. 그러나 일찌기 등정주의에서 등로주의로 방향 전환을 한 유럽 등산계가 이 난공 불락의 벽을 보고만 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30년대부터 이 거대한 벽에 대한 도전이 시작되어 등산계는 Big Wall Climbing의 시대로 이행한다.
한편 히말라야에서는 8,000미터 자이언트 급 가운데 에베레스트(8,848m)와 낭가 파르바트가 각각 20년대와 30년대에 도전을 받았고 처절하고도 집요한 싸움이 50년대까지 이어졌다.
즉 히말라야는 1950년에서 64년 사이에 인간이 처음으로 8,000미터 벽을 뚫은 안나푸르나 등정을 계기로 세계최고봉급 14봉이 완등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높이를 추구하고 어려움과 싸우려는 알피니즘의 정신을 8,000미터 고도를 무산소와 단독, 그리고 연속이라는 새로운 과제로 대했다.
이 3대 과제를 들고 나온 알피니스트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는 1978년 에베레스트와 낭가 파르바트에서 스스로 그 난제를 풀었는데 이것을 기점으로 세계 알피니즘은 일대 방향 전환을 한다.

 

2. 알피니즘 II - 등산은 어디까지 왔나?

오를 곳이 없다
21세기를 맞이한 세계는 지적, 공간적으로 좁아졌다. 지구의 공백이 사라진 지 오래며 인간들의 이동이 심해지면서 사람의 발이 닿지 않는 곳을 보기 드물게 됐다.
초등하기까지 32년이 걸렸던 에베레스트를 예로 든다.
1993년으로 초등 40주년을 맞는 그 정상에는 하루 35명이 오르고, 표고 5,400미터인 베이스캠프에는 300개의 천막이 줄을 이어 때아닌 촌락을 이루고 500명이 득실댔다.
만고의 고요에 잠겼던 지구의 벽지 에베레스트 산록의 쿰부 빙하가 장터로 돌변하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 (라인홀트 메스너의 네팔 현지 보고)
이 40년 사이에 최고봉에 오른 자는 386명이고 100명이 죽었다.
한편 북미 대륙의 최고봉인 매킨리(6,194m)는 같은 해 초등 80주년을 맞으며 5월 하순 한 주간에 500명이 도전하고 15명이 죽었다.
1993년까지 매킨리 등정자는 7,172명이고 사망자는 71명이었다. 등산의 메카 알프스는 어떤가 고도는 낮은 편이나 여름 한철 티롤 지방에서 113명, 스위스 알프스에서 149명 그리고 노말 루트로 관광객도 오른다는 몽블랑에서 여름 한철 10명의 희생자가 났다.
등산기술은 발달하고 장비도 놀랍게 개량되었으나 산 사고는 날로 늘고 있다. 문명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등산세계에도 그대로 일고 있는 셈이다. 대중 소비와 매스레져시대의 취약성이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침해하고 이것이 산 사고로 이어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문명과 자연
인류의 발달은 자연을 정복하는 과정을 밟아왔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이 현대문명이다.
그런데 밝은 미래를 약속했던 문명사회에 어느새 어둡고 무서운 그림자가 가리기 시작했다.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개발(Graben)이 무덤(Grab)을 뜻한다고 했는데 위대한 시인은 18세기에 벌써 문명의 병폐를 예언했다.
1953년 에베레스트를 초등한 힐라리(E. Hillary)는 네팔 정부에게 에베레스트를 5년간 입산금지 조치를 내리라고 제언했다. 오늘날 지구의 끝 에베레스트가 지상 최고의 쓰레기터로 둔갑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힐라리는 대자연의 보호를 역설한 것이다. 이제 인간은 문명을 추구할 것이냐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냐의 기로에 섰다.

 

등산가의 조건
등산가는 단순한 등산 애호가가 아니다. 몸이 튼튼하고 산이 좋아서 산에 오른다고 모두 등산가라고 할 수는 없다.
등산가는 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우리는 왜 산에 오르는가
근원적인 물음을 언제나 안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을 스스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는 등산의 역사를 공부하며 뚜렷한 등산관을 지니고 행동할 줄 알아야 한다.

오늘날 산에 가는 사람은 많다. 그들 가운데 알피니스트로서의 정신과 몸가짐을 가지고 산에 가는 사람은 얼마나 되겠는가 미답봉이 없어진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산에 오르는 과정이며 정신이다.
이것을 고도(Altitude)보다 태도(Attitude)라고 말한다. 등산계에 미답봉이 없다는 것은 모험과 공포의 대상이 없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문명의 난숙은 생활의 편의를 가져왔고 인간을 나약한 존재로 만들었다.
이에 대해 프랭크 스마이드가 편의성(Expediency)을, 이반 슈나드가 불확실성(Uncertainty)을 논한 것은 주목할 일이다. 이러한 편의성과 불확실성의 문제는 조금도 새로운 논리가 아니다.

등산계를 개척해 나간 지난날의 선구자들은 언제나 어려운 조건하에 무서운 등반을 했다. 그들의 알피니즘은 편의성과 거리가 멀었고 언제나 불확실성이 따랐다.
몽블랑의 등반이 쉽다고 하기 전에, 마터혼의 훼른리 산릉이 별것 아니라고 하기 전에 그들의 초등이 어떻게 이루어졌던가 생각해 볼일이다.

 

등산과 인생
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등산은 스포츠가 아니라 삶의 방법죠지 휜치(George Finch)가 말했다.
산의 정복은 인간의 자기정복의 일부라는 아놀드 런(Arnold Runn)의 말도 있다. 등산에 관한 금언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모두 위대한 등산가들이 산과 만나면서 얻은 등산관이요 인생관이다. 그런데 산과 인간의 관계는 옛날과 크게 달라졌다.

지난날 등산은 인간의 탐구욕과 지식욕과 정복욕에서 시작했다지만 지금은 인간의 생존 조건으로 됐다.
문명이 인간을 파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문명사회에서 잃는 것을 자연으로부터 보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활력의 재충전이다.
현대인은 많은 자격증을 얻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윌더니스 씨티즌쉽(Wilderness Citizenship)이다. 등산관을 바탕으로 한 인생에 주어지는 대자연 시민증이다.
여기 그러한 자격과 권리를 취득한 사람이 있다.
1950년 인간으로서 처음 고도 8,000미터 안나푸르나에 오른 프랑스 원정대장 모리스 에르조그는 그의 원정기를 아래와 같이 맺었다.

“안나푸르나는 우리가 빈손으로 갔지만 앞날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시없는 보물이다. 안나푸르나를 오르고 우리 인생의 새 장이 열렸다. 인생에는 또 다른 안나푸르나들이 있다.”

출처 : 보정산방
글쓴이 : 여수동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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