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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줄기를 찾아서/모악산시리즈

절 집의 풍경을 담아 - 모악산

by 두타행 2014. 3. 6.

 

2009년 11월 21일(토)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88번 중인리행 버스를 탔다.
모악산을 오르기 위해서......
중인리에서 시작하는 금곡사 능선 길을 택했다
여러 길 중 이 길이 나에게는 유순한 길이라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하지만 산에서만큼은 고민이 깊지 않은 생각이라고
사람과 마주치는 일도 좋다
그게 세상사는 일이니까.......
골짜기에 이르렀을 때는 문득 겨울이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추위, 설산 보다는
두 눈으로 자연을 대할 수 없는 자신감 때문일까
아니면
나보다는 자연이 더 위대하다는 것 때문일까
오래 만에 장근재로 향한다.
아직도 내가 밟고 갈 낙엽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내 심장소리도 들리질 않는다.
그러고 보면 내 육신에서 나는 소리보다
나무, 바람, 낙엽, 땅에서 나는 소리가 더욱 위대하다는 것을 진정 느끼게 한다.
오늘,

하늘은 더욱 푸르다.
하찮은 실력이지만 푸른 하늘과 모악산 아래 절 집의 풍경을 다른 눈에 담아 본다.

 

 

보제루......

넌 시주를 얼마나 했냐

가난한 중생은 시주를 못하니 저 밑을 걸어갈 수가 있을까

 

국보 62호 미륵전......

1400백여년 전의 백제인들의 삶과 백제불교

찬란하고 화려했던 백제인들의 숨결을

미륵전에 모셔진 부처님은 알고 계실까

1400백년의 세월

그 긴 시간은

초석에 뭍히고 또 기둥에 박히고

미륵전 너머 산 그리메는

백제의 영원한 영토였으리라

 

번뇌와 고통 없는 삶을 살아 갈 수가 있을까

오늘 만큼은 더욱 푸르다.

미륵전 위에 걸린 구름도 좋다.

 

나무에 가려진 절집

불자들이 가까이 다가 갈 수가 있을까

 

천왕문......

천국이면 어떻고 지옥이면 어떠랴

또 극락왕생하지 못하면 어떠랴

이승에서 모든 것 누리면 그만이지

 

좋은 양분 다 빨아먹더니

파란잎 튀우고

어느새 노란잎, 붉은잎

계절이 지나면 이 길은 숨을 죽인다.

그 것도 가지만 떨구면서 겨울내 누구 조차 알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숨을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