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 - 하얀 눈을 즈려밟고..........
10월 중순에 지리산 만복대를 다녀온 이후로는
계속해서 모악산만 찾았다.
오늘도 다른 산을 찾지 않고 모악산을 오른다.
중인리 신금마을에서 시작하여 비단길을 타고 정상에 오른 다음
하산은 시간에 맞춰 마음 내키는 코스로 내려올 요량이다.
밤사이 눈이 내릴 거라는 예보,
눈다운 눈이 내렸다.
어찌 보면 첫눈이 아닐까 싶다.
찬바람과 대면한 후 걸음을 떼어본다.
한 발, 두발 올라서는 산길
간혹 찬바람이 불때면 내 피부는 움칫 놀라지만
이내 몇 걸음 올라 자켓을 벗게 만든다.
나무가 가지런히 서 있는 길을 걷는다.
곧이어 나타나는 벤치,
차갑지만 편안하게 짐을 내려놓고 쉬어간다.
생명을 다한 낙엽
모진 바람에 나뒹굴었으리라
더위와 추위, 바람과 물 그리고 눈
좋은 양분을 만들어 가는데 더욱 필요하리라.
가파른 계곡에도 눈이 쌓였다.
계곡이어서 그럴까
나무들이 눈에 덮여 있다.
밑에서부터 점차 녹아서 마을 아래로 흘러 내려가면
봄이 찾아올까.
고개를 들어본다.
이제 사 여기를 지나친다.
여기를 지나칠 때면 한참을 더 걸어야겠다는 같은 생각만 하게 된다.
걸어온 길, 올라가야 할 길
이정표를 보니 정확히 반이다.
이 지점은 다시 와도 늘 반이다.
흘러가지가 않는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늘 반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흘러가는 시간에 급급하거나 초조해질 필요도 없고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가 있고
후회해도 늘 그 자리이고
또 굳이 흘러가는 세월을 원망할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유순한 길이지만
내 거친 숨소리를 듣는 사람들에게
양보를 한다.
홀로 산행하니 뭐 조급함이 있겠는가.
이 산 저 산 처다 본다.
그리고 아주 멀리
이가 시리도록 차갑게 느껴진다.
산이라서 언제 봐도 좋은가보다.
산아래 내려앉은 도시
하얀 분칠을 했다.
뚫어져라 처다 본다.
내 애인 같다.
사계절 내내 그리운 길이고
정겨운 길이다.
저 골짜기에도 하얀 분칠을 했다
저것만 없다면 늘 생각했는데
오늘은 다른 눈으로 처다 보자.
돌 위에도 내려앉았다.
내 엉덩이가 무척 시린 것 같다.
따뜻한 봄날이오면 걸터 앉아보리라.
바람이 잦아들었다.
온화한 바람을 불어 주는 것도 산이다.
다시 힘을 내어 걸어본다.
하얀 눈을 즈려밟고 모악산을 벗어난다.
2011년 12월 24일(토)
걸은 길 : 중인리 신금마을 - 비단길 - 무제봉 - 정상 - 북봉H - 금곡사 능선길 - 중인리 도계마을
산행시간 : 점심 먹는 시간 포함해서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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