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여벌 옷 그리고 야영장비 등
이것저것 챙겨들고 와이프와 함께 지리산 정령치로 떠난다.
지난주 산행에서도 산정은 어느 정도 단풍이 들었지만
여기저기서 갈수록 추색이 짙어간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해서 가볍게 정령치에서
만복대까지 산행한 후에 뱀사골 쪽에서 야영할 계획이다.
물론 계획이 바뀔 수는 있다.
더 아름다운 산,
더 좋은 야영장소가 있으면 적당한 장소에 머무를 생각이다.
가는 도중에 중화요리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북적대더라
속으로 이 집 음식을 괜찮게 하는구나 하고 주문해서 식사를 먹어보니 어느 식당이나 맛이
거기서 거기이고 별반 차이가 없더라.
사실 마눌과 함께 점심 한끼 같이 먹었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는가.
운봉 땅에 들러 정육점을 찾는다.
실은 마눌과 오랜만에 산을 찾는 셈이라 소 등심 한 근을 끊어가서 저녁에 구어 먹을 요량이다.
사는 고기가 1등급이라 또 운봉이 축산업이 잘되는 곳이 아닌가, 저녁에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고기삼거리에서 정령치로 올라가는 도로.........
가빈이 엄마, 저 단풍 좀 봐봐
야! 잘 들었다.
정령치에 도착하니 바람이 심상치 않더라
오늘 춥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날씨 괜찮네
마눌과 나는 간단하게 자켓을 걸쳐 입고 만복대 가는 길로 들어선다.
추색이 짙어 가는 산에는 사람이 많기 마련,
많은 등산객들과 교차한다.
가빈이 엄마, 거기 서봐
사진 잘 나오게 생겼는데
단풍 잘 들었는데, 근데 단풍은 햇볕이 좋아야 더욱 선명한데...........
한 참 가다가 카메라를 확인해보니 제기랄, 메모리카드가 없지를 않는가.
문득 배낭을 뒤져보니 똑닥이 카메라가 있다, 아, 다행이다.
가빈이 엄마 하는 말.......
지금까지 찍은 것은, 다 허탕이지 뭐
그래도 다행이다. 메모리카드가 있어서...........
가벼운 걸음으로 만복대에 도착하니 다소 강한 바람이 분다.
그래도 아직까지 비가 오지 않으니 다행이다.
가빈이 엄마, 가자.
우리는 다시 정령치로 향한다.
빛이 바랜 낙엽도, 아직 단풍이 덜 든 낙엽도 우리에게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정령치에서 뱀사골로 내려선다.
와이프가 물어본다. 주차비가 얼마나 나온 거야 3,700원, 2시간 좀 더 있었는데 그렇게 많이 나와, 정말 많이 받는다.
오색으로 물들어 있는 달궁계곡,
여기가 좋은데, 가빈이 엄마 어떻게 할까.
여기서 머무를까.
달궁 자동차야영장으로 들어선다.
갈수록 늘어나는 캠핑인구, 우리도 끼어 보자구나.
텐트를 설치하고 저녁 준비를 한다.
드뎌 마눌과 함께 하는 산상 만찬,
등심이 먹기 좋게 구어 가고 안주를 한 점 짚어서 마눌과 건배.........
고기 연하고 좋은데........
조금 먹다가 연하고 좋은 고기 맛은 사라지고 웬 고무줄 등심.......
이런 젠장, 1등급이라고 믿고 샀건만 무슨 1등급.........
다른 안주가 없는 터라 안 먹을 수도 없고
와이프, 그냥 먹으란다.
지리산 골짜기에 추위는 내려앉고 바람도 다소 강하게 분다.
만찬이 끝날 무렵,
한 두 방울 떨어지는 비,
여지없이 오는 구만.
끝내 방해를 하는 구만.
가빈이 엄마 치워치워.........
마늘과 나는 급하게 정리하고
텐트 속으로 들어간다.
다소 굵어지는 빗방울,
가을비라. 운치 있네. 안 그려...........
술이 부족했다기보다는 그냥 한 잔 더한다.
와이프한테 말한다.
가빈이 엄마 내일 늦잠 좀 자고 아침 먹고
가진이 중국 수학여행 가는데 준비 때문에 좀 일찍 가야지
와이프의 대답이다.
적당한 시간에 가지.
내일 자고 나면 단풍이 더 들겠는데
잘 자.
9시인데 벌써 자냐고 와이프가 투덜댄다.
2011년 10월 15일
- 만복대를 배경으로........
- 만복대, 그리운 색깔들이 짙게 물들었다.
- 만복대, 스산함마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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