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승지를 가다 - 충남 공주시 유구·마곡
충남 공주시 유구읍과 사곡면 경계에 상원계곡이 있다. 공주 일대의 사람들이 즐겨 찾는 유원지다.
이곳에서 50년을 살아온 閔씨 할머니 (67.푸른상회 주인) 의 말.
"6.25가 나기 전 강원도 삼척군 가곡면에서 아버지를 따라 이곳에 왔다.
정감록에 난리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아버지가 가솔을 이끌고 오셨다.
그런데 정작 이곳에 와서 6.25를 겪었다. 공비들 등쌀에 죽을 고생을 했다."
비결파의 요람이었던 유구와 마곡은 곳곳에 명당을 간직하고 있다. 사곡면해월리 또한 해복형(蟹腹形) 명당마을로 유명하다. |
한국전쟁 후 할머니는 서울에서 피난온 집안과 결혼, 이곳에 정착했고 그의 부모들은 고향인 강원도로 돌아가 지금은 모두 타계했다고 한다.
閔 할머니의 경우만이 아니라 현재 공주시유구읍 인구의 70%가 외지인이다.
이들 대부분은 대한제국 말에서 일제하 그리고 한국동란 전후에 십승지로 소문난 이 지역에 정착한 비결파 (정감록을 신봉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 의 후손들이다.
당시 외지인으로 이곳에 정착한 비결파들은 집집마다 직조기를 들여놓고 명주와 비단을 생산, 생계를 유지했다. 60, 70년대 공주군 일대의 유일한 제조업이었던 직조공장도 80년대 이후 중국산 직물에 밀려 이제는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세태 변화를 눈치챈 사람들은 대부분 목축업이나 고랭지 채소.약초재배로 전업했다.
충효사. 단종 때 우의정을 지낸 충장공 정분과 그의 아들 정지산을 모신 사당. 사곡면 호계리 소재. 정분은 세조의 왕위찬탈 후 광양으로 유배됐다가 그곳에서 사약을 받았다. |
유구.마곡은 공주에서 천안으로 올라가는 대로변에서 비껴나 있다. 이 지역은 금강 이북의 이른바 차령산맥 (금북정맥) 이 시작되는 곳이어서 충남의 여느 지역과는 달리 산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지역의 진산 (鎭山) 이라고 할 수 있는 무성산은 일찍이 홍길동이 웅거하던 산이다.
또 마곡은 마 (麻) 씨라는 큰 도적의 산채가 있었던 곳이라는 데서 이름을 얻었고 이곳 마곡사는 김구선생이 인천감옥을 탈옥해 숨어있던 곳이다. 이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지만 칠갑산에서 북으로 흐르는 대룡천과 유구천이 만나 평야를 이루니 곧 유구읍에서 신풍면에 이르는 벌판이다. 이 평야는 최소한 이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특히 유구천의 수구가 꽉 막혀 있어 풍수적으로도 길지에 해당한다.
유구천이 금강에 이르기 전에 다시 마곡사에서 흘러오는 마곡천과 합하는 곳이 사곡면 입구의 호계리다.이곳은 유구에 비해 평야가 넓지 않지만 배후에 철승산과 무성산을 두고 있어 유사시에 피란하기에는 적합한 곳이다.
유규천과 마곡천이 만나는 호계리 느티나무. |
호계리를 벗어난 유구천은 우성면과 경계인 통천포에 이르러 또 한번 수구를 자물쇠로 채우듯 닫았다. 그런 탓인지 주위에는 이른바 명당이라고 하는 동네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대표적으로 화월리의 명당골을 들 수 있다.
금강변 곰나루의 취미산과 채죽산에 가려져 피란처로 알려진 유구와 마곡은 아산시와 예산.서산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로 바뀌었다.피란지라는 명성은 잃었지만 전원도시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아직도 그 꿈을 키워주기에 적합한 곳으로 남아있다.
* 볼거리·숙박시설
▶마곡사 : 사곡면운암리. 신라의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함. 대광보전은 보물 802호.
▶충효사 : 단종때 우의정을 지낸 충장공 정분과 그의 아들 정지산을 제사하는 사당. 정분은 단종복위 사건에 관련돼 전남 광양에 유배됐다가 그곳에서 사약을 받았다.
▶공주시 : 무령왕릉이나 공주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고 계룡산도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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