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승지를 가다 - 충북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
남한강과 소백산이 가로막고 있는 영춘면. 이곳 사람들의 고적한 삶을 달래주듯 오늘도 강물은 북벽을 따라 유유히 흐른다. |
비결서의 내용은 본래 '비결' 이란 말이 상징하듯 그 해석을 둘러싸고
상당한 의문을 남기고 있다. 예컨대 '정감록' 에서 이심은 십승지의
다섯번째로 '단춘 (丹春)' 을 꼽았다.이어 같은 책에서 이연은 '단춘' 이란
말 대신 '영월 정동쪽 상류가 난을 피할 만하다' 고 했다.
앞의 '단춘' 에 대해서는 오늘날 대개 충북 단양 (丹陽) 읍과 영춘 (永春) 면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이연이 말한 '영월 정동쪽' 이 어디냐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혹자는 강원도 영월의 정동쪽인 상동읍 직동리라고 해석하는가 하면
혹자는 충북 영춘면 의풍리 (儀豊里)가 그곳이라고 한다.
상동읍 직동리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우선 영춘면 의풍리를 살펴보자.
영춘면 의풍리는 충북 단양군 소속이다. 단양이란 말은 선가 (仙家)에서 말하는
연단조양 (煉丹調陽)에서 비롯됐다. 백두대간이 낳은 오대산 줄기와
소백산 줄기가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곳이 단양이다.
기암괴석이 주종을 이루는 단양팔경이 말해주듯 이곳은 태고의 신비가 그대로 숨쉬고 있다.
오늘날 보아도 그러한데 옛 사람은 이곳에서 영생을 꿈꾸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단양군에서 영춘면은 '육지 속의 섬' 과 같은 곳이었다.
삼면이 남한강에 둘러싸였고 남동쪽은 소백산이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남·북에 각각 다리가 건설돼 단양읍과 영월로 곧바로 통한다.
영춘향교 전경. 북벽 언덕에 우뚝서 영춘면을 지켜보고 있다. |
영춘면 소재지에서 남한강의 북벽을 타고 동쪽으로 가면 동대리가 나온다.
이곳 역시 북벽이란 절벽을 앞에 두고 있어 비결파들이 일찍부터 십승지로 알고 삶의 둥지를 튼 곳이다.
동대리에서 이른바 99굽이의 대관령보다 더 험하다는 157굽이의 베틀재를 넘으면 의풍리가 나온다.
경북·강원·충북의 3도 경계지대다. 면적은 지리산 운봉에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태백산이 소백산으로 넘어가면서 만든 평지라는 점에서는 지리적 성격이 같다.
금년에 일흔이라고 나이를 밝힌 박문찬씨는 깜짝 놀랄 만큼 젊어 보였다.
해맑은 얼굴이 누가 보아도 50대 후반이라고 할 만하다.
"해방 전 형님을 따라 이곳에 왔다" 는 그의 고향은 평북 창성군 청산면이다.
1남 5녀를 둔 박씨는 서슴없이 "물좋고 산 좋아 제 한몸 살기는 매우 좋은 곳" 이라고 자랑한다.
다만 아이들 교육 때문에 걱정이었다고. 한때 200호가 넘던 마을이 지금은 90호 정도만 남았다.
주산물은 고추와 대추다.쌀농사도 자급이 될 만큼 하고 있다.
오리 밖에 김삿갓묘소가 있어 영월군에서 관광지로 개발하자, 의풍도 그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여느 동리와는 달리 이곳 주민들은 그들의 고장이 십승지임을 드러내 놓고 자랑한다.
96년 10월 마을 한가운데 '마을자랑비' 를 세웠다. '깨끗한 물, 맑은 공기를 보존하자' 는 결의가 대단하다.
▶온달성과 온달동굴 : 하리 구인사 입구. 고구려 온달장군의 유적.
▶구인사 : 천태종 본산
▶북벽 : 남한강이 감고 도는 절벽으로 절경을 이룸.
▶구봉팔문 : 소백산 연화봉 줄기
▶영춘향교 : 상리. 정조15년 (1659)에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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