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표 이야기 첫째 마당 - 1. 시작하며
지상의 특정 공간이나 지형물은 고유명사, 즉 지명(地名)을 부여받는 순간 정보전달이 가능한 객체의 자격을 얻는다. "내가 사는 마을" 이라는 표현이 갖는 모호함을, "서울" 이라는 고유명사 한마디가 극복시켜주는 것이다.
지명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약속이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바꾸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명이 바뀐다해서 덩달아 지형까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러니까 "한양"을 "서울"로 부른다해서 갑자기 남산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새 이름에 적응하기까지 적지않은 혼란과 인내를 필요로하기 때문이다.
더 큰 혼란은 이름과 함께 체계(system)까지 바뀌었을 때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라도와 경상도를 묶어 '전경도'로 통합하겠다" 하는 변화 따위가 그렇다. 그것이 합리적, 전향적 취지에 따른 개선(改善)이라면 물론 수반되는 상당한 불편이라도 감수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전라도와 강원도를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한다는 식의 억지, 혹은 다른 불순한 의도에 의한 -대개는 정치적인- 개악(改惡)이라면 그것은 바로 잡혀 마땅한 것이 된다.
지금부터 하고자하는 얘기는 그러한 개악의 경우로 볼 수 있는 현행 '산맥분류개념'에 관한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태백, 소백 하는 식의 현행 산맥명칭은 우리 고유의 산줄기 인식에 따라 백두대간, 호남정맥 하는 명칭으로 되돌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할 이유와 근거, 그리고 향후의 대안에 대해 역사적 고찰로부터 시작하여 풀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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