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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도우미/등산지식

환절기 산행요령

by 두타행 2011. 5. 4.

환절기 산행요령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이중성에 주목하라!

 


[해빙기 산행의 위험요소 극복하기]
   꽃샘추위는 봄의 문턱에서 늘 만나게 되는 불청객이다. 따스한 봄바람을 기대한 등산객에게 무자비한 추위는 공포 그 자체다. 특히 꽃샘추위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아 대비가 어렵다. 하지만 산이라는 지형적인 요소를 고려한다면 바람을 등반한 봄추위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같은 환절기라 해도 산은 평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기간 중에 해빙기라는 것이 있다. 해빙기란 말 그대로 눈과 얼음이 녹는 시기를 말한다. 도심에서는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짧은 순간이지만, 산에서는 예상 밖으로 길게 이어진다. 2월 하순부터 땅이 완전히 풀리는 4월 초순까지로 잡을 수 있다. 물론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은 여전히 잔설이 남아 있어 해빙기는 더욱 길어진다.

해빙기는 사계절 가운데 등산로의 상황이 최악인 시기다. 쌓인 눈이 낮 동안 기온이 올라가면 녹았다가 해가 지면 다시 얼어붙기를 반복한다. 같은 날이라도 양지쪽은 녹이 질척대는데 음지쪽은 여전히 얼어 있는 경우도 있다. 결국 기온이 높아지면 다 녹게 되겠지만, 그 기간이 짧지 않아 안전사고의 빌미가 되고 있다.

 해빙기는 여전히 겨울이라고 생각하고 대비하는 것이 속 편하다. 겨울이라고 생각하고 나섰다가 봄을 만난다면 그 이상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봄이라고 생각하고 나섰다가 겨울을 맞는다면 보통 곤혹스런 일이 아니다. 심할 경우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으니 해빙기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등산로 상태를 파악하라]
   눈이 많이 내린 고산지역은 해빙기에도 쌓인 눈이 두텁기 마련이다. 이렇게 겨우내 쌓인 눈을 구설층이라 하는데, 해빙기가 되면 눈밭의 표층만 녹고 그 아래 구설층은 아직도 굳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지역은 표층의 녹은 부위가 윤활유 역할을 하고 굳어 있는 구설층이 미끄럼틀이 되어 조금만 경사가 져도 매우 미끄럽다.

눈이 녹아 진흙이나 낙엽이 드러났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 그 밑의 얼어 있는 땅 때문에 상당히 미끄럽기 때문이다. 등산로 상태가 미끄러울 때는 해빙기에도 아이젠을 사용해야 한다.

눈이 녹은 물과 섞인 상태로 유동성이 커져 죽처럼 되도 걷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이럴 때는 아이젠도 성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등산용 스틱을 지참해 균형을 유지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운동신경이 무뎌진 중년층이나 이런 불안정한 등산로를 경험해 보지 않은 초보자들에게는 요긴하게 쓰인다.

 

[낙석과 낙빙에 요주의!]
   해빙기에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가 낙석과 낙빙이다. 겨울에는 흙 속의 수분이 결빙되며 부피가 불어 흙 위에 얹혀 있는 돌을 들뜨게 한다. 이것이; 기온이 오르며 녹아 균형이 무너져 구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가장 위험한 경우는 균형을 유지하고 얹혀 있는 바위를 사람이 건드려 구를 때다. 인적이 드문 산길이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등산객 통행이 많은 곳에서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특히 암벽이나 암릉을 등반하는 전문산악인들이 낙석을 조심해야 하지만, 일반 등산인들도 낙석의 위험에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조금 가파른 구간에서 다른 사람이 굴린 바위에 상처를 입는 경우를 손쉽게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아래에 있는 사람을 위해 낙석을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해빙기에는 약간 불안해 보이는 바위나 돌은 밟거나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낙빙 역시 조심해야 하는데, 특히 협곡을 지날 때 밑에서는 보이지 않는 사면에 걸려 있다가 어느 순간 균형이 깨지면서 떨어지는 얼음조각에는 예고가 없는 것이다. 이 얼음조각들은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힌다. 위험구간에서는 항상 위쪽을 주시하고 머리나 얼굴을 보호할 수 있도록 모자를 쓰도록 한다.

 

[추운 밤 오기 전에 산행 마쳐야]
   해빙기는 등산로 상태가 최악이라 생각보다 운행이 늦어질 수 있다. 해지기 전에 하산을 마칠 수 있도록 산행일정을 여유있게 잡는 것이 좋다. 게다가 어둠이 내리면 산에서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여벌의 옷이나 방수방풍의를 준비했을 때는 적절히 대처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조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서 하산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대상지를 잘못 파악해 길을 잃었다거나 일행 중 다친 사람이 있어 후송하느라고 늦어지는 경우가 그렇다. 축제기간이나 일시에 사람이 많이 몰릴 때는 병목현상으로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보온의류와 헤드랜턴을 반드시 준비한다.

운행이 늦어지면 결국 모든 상황이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르게 된다. 어둠 때문에 등산로 상태 파악이 쉽지 않고, 따라서 더욱 운행이 느려지며, 그만큼 체력소모가 심해진다. 이런 위급사항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능하면 안전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장비는 여전히 동계용으로 준비]
   해빙기에 준비해야할 장비는 여전히 겨울용이어야 한다. 녹기 시작하는 눈길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중등산화가 필요한데, 한겨울보다 습기가 더 잘 스며들기 때문에 세심한 방수처리가 필요하다. 산행에 나서기 전에 방수제를 충분히 발라 신발 속으로 물기가 침투하지 않도록 대비한다.

스패츠 역시 필수 장비다. 높은 산 북사면에는 아직도 눈이 많이 남아 있기 십상이다. 해빙기의 눈은 대개 습설이기 때문에 옷에 닿으면 금방 젖어든다. 중등산화를 신어야 하는 것처럼 스패츠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해가 지면서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 젖었던 바지가랑이가 얼 수 도 있어 이런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아이젠도 아직은 배낭 속에 넣어둬야 한다. 높은 산에는 여전히 눈이 많고, 기온의 변화에 따라 이 눈이 녹고 얼며 등산로를 진창이나 얼음판으로 만든다. 특히 사면을 가로지르는 경사진 등산로가 얼어붙으면 아이젠 없이는 도저히 통과할 수 없다. 여기에 등산용 스틱이나 지팡이까지 준비하면 큰 도움을 준다.

하드쉘인 방수방풍의는 언제나 준비해야할 필수품이지만, 특히 해빙기에는 없어서는 안 될 기본의류다. 햇볕을 받아 포근한 사면을 오르는 동안에는 땀이 나다가도 주능선에 올라 바람을 맞으면 온몸을 떨게 되는 것이 이 시기 산의 기상이다. 일기가 불안정하고 일교차가 큰 시기라 하드쉘의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없다.

 

[여벌옷 다양하게 준비하라]
   해빙기 산행의 장비는 반드시 동계용이라야 하지만, 의류만큼은 이 시기에 알맞은 준비가 필요하다. 봄기운이 완연한 날이면 높은 산에 올라도 그다지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 그만큼 봄볕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런 날 겨울옷을 고집하고 있으면 쓸데없이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한겨울에도 격렬한 산행 후에는 배낭을 진 등 부위에 땀이 흥건하게 밸 수 있다. 하물며 봄기운이 퍼지기 시작하는 해빙기에는 더욱 발한양이 늘어난다.

겨울과 마찬가지로 해빙기에도 땀 조절이 쾌적한 산행의 관건이 된다. 땀을 조절하려면 우선 자신의 페이스에 맞춘 운행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상황에 맞는 옷 껴입기로 땀을 조절한다. 집에서 나서는 아침에나 새벽에는 쌀쌀해도 맑은 날 한낮에는 기온이 오르고 산행으로 인해 체온은 더욱 상승한다.

따라서 더워지면 입을 얇은 긴팔티셔츠 한 장 정도를 여벌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처음부터 얇은 옷 한 장으로 버티겠다며 나서는 것은 위험천만이다. 환절기에는 언제 어떻게 기상이 변할지 모른다. 밑에서는 비가 내려도 산 위에는 하얗게 눈이 쌓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다양한 상황을 즐기기 위해서는 덧입을 수 있는 보온의류는 물론, 모자와 장갑까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비상식과 운행구 철저하게]
   기본적인 운행구와 복장 외에도 구급약품이나 보조자일, 헤드랜턴, 보온병 등 운행에 꼭 필요한 장비도 빼놓지 말고 준비한다. 이러한 장비들은 긴급상황이 아니더라도 산행 중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 평소에는 쉽게 통과했던 바위 둔덕도 방핀과 진흙으로 엉망이 되면 지나가기 어렵고 사고도 날 수 있다. 이럴 때 짧은 보조자일만 있어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 헤드랜턴은 예상보다 산행이 길어질 때 반드시 필요하므로 잊지 않도록 한다.

열량이 높은 사탕이나 초콜릿, 양갱 등 부피가 크지 않고 간단히 휴대할 수 있는 비상식도 반드시 챙겨둔다. 기온이 낮은 산중에서 체력소모가 다하기 전에 조금씩 섭취해 탈진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겨울철과 마찬가지로 해빙기에도 개인당 보온병 하나씩은 준비하도록 한다. 갑작스런 기온 강하로 체온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때 뜨거운 물의 위력은 상상외로 크다. 언제 요긴하게 쓰일지 모르므로 마지막 한 잔은 하산을 마칠 때까지 남겨 두도록 하자.

 


글쓴이 : 김기환 기자   
월간<산> 2006년 3월호에서 引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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