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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흔적 그리고 모습/책속의 글

사부님 仁이란 무엇이옵니까(小說 牧民心書)

by 두타행 2015. 11. 6.

 

사부님 이란 무엇이옵니까(小說 牧民心書)

 

 

사부님 이란 무엇이옵니까?

論語 521장중에 인에 관한 58장이며 仁字108자가 나오느니라. 이는 공자 사상의 근본 원리가 이 안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예부터 인에 대한 해석은 실로 구구하여 그 참뜻을 밝혀내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공자는 평소에 그처럼 많은 인을 이야기하였지만 결코 인의 本質을 논하여 설한 일이 없고 다만 인의 실천 방안만을 설명하였기 때문이니라.

모두 다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스승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곤두세웠다. 그러나 공자의 후학들은 인에 대하여 제각기 나름대로 설명하고 있다. 그것들은 두 가지로 整理하면 哲學的인 것과 倫理學的인 것으로 나눌 수가 있느니라.

약용은 숨을 가다듬고 나서 다시 이어나갔다.

주자는 인을 愛之理心之德이라고 표현하였다. 다시 말하면 사랑의 이치라고 표현하였으나 이는 程朱 哲學天理를 뜻하는 것이니라. 뿐만 아니라 주자는 性理說의 근거가 되는 를 만유의 根源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만유의 근원인 라면 처럼 天理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만을 떼어서 말한다면 그저 수시로 일어나는 측은한 감정에 지나지 않을지는 모르나 愛之理로서의 哲學的根據를 가진 근원적인 것이 된다는 뜻이니라. 이러한 인은 人道로서의 인이라기보다는 천지의 근원적인 것으로서의 인이 될 것이다.

주자는 철저히 인은 天地生物之心에 근거하였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은 애지리일 뿐 아니라 심성적인 면에서는 心之德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니라.

이처럼 주자는 인을 애지리심지덕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바로 이와 심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뜻이니라.

한참 동안 설명해 나가던 약용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렇지만 여기에 問題가 있다.

공자는 인은 倫理觀에 있어서의 최고 이념이고 사람답게 사는 데 요구되는 운순, 친절, 선량, 자애 등 덕성의 結晶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므로 인은 결코 마음의 상태가 아니라 人間 스스로의 행동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그 어떤 결과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이란 人間道이지 주자가 말한 천리가 아닌 것이니라.

하오면 사부님의 仁觀을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仁字는 두 사람의 관계를 의미하는 이 혼합된 글자이다.

 

그러므로 공자나 맹자가 다 같이 인을 愛人이라고 정의하지 않았겠느냐.

초당 밖은 봄기운이 무르익어 진달래가 온 누리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산새들이 짝을 부르는지 다정스레 지저귀고고 있었다.

약용의 에 대한 은 계속되었다.

인은 向人之愛이니라.

약용이 마침내 자신의 인관을 피력하였다.

그 뜻은 무엇이옵니까?

한마디로 말하여서 인이란 남을 향한 사랑이라는 뜻이다.

인이란 인간관계, 즉 사람 사이에서 그 도리를 극진히 하는 것이니라. 하오면 人間關係를 좋게 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합니까.

사람 구실을 하고 사람 노릇을 하고 사람다운 行動을 하고 사람됨이 있어야 하고 사람값을 하여야 하느니라.

여기서 사람 구실 또는 사람 노릇으로 표현되는 人間道는 인간으로서의 의무 또는 당위를 말하는 것이요, 사람다움 또는 사람됨으로 표현되는 人間像은 인간으로서의 자질 또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니라.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사람 구실을 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려면 결코 어질기만 하여서 되는 것이 아니다.

의젓하고 굳센 용기도 사람다운 사람이 사람 구실을 다하자면 필요하기 때문에 공자는 사람다운 사람만이 남을 좋아하기도 하려니와 남을 미워할 수도 있다고 말하였느니라. 알아듣겠느냐.

엉겁결에 모두 예하고 대답하였다.

인은 天理가 아니라 人德이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인간도가 인이라면 그것은 사랑만일 수는 없다.

내가 비록 인을 향인지애로 설명하였지만 愛親敬長이 인의 근본인 孝悌가 되는 것이다. 향인지애는 인간이 인간에게 바치는 의무로서 이루어지는 純情이니라.

이 순정은 어머니의 사람 같은 慈愛가 되기도 하지만 스승이 제자에게 착하기를 요구하면서 매를 때리는 엄격한 태도로도 나나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철학적인 천리나 심덕 같은 形而上學的槪念이 아니라는 말씀이옵니까?

그러하니라. 일상적인 生活 속에서 겪어야 하는 실천윤리로서의 인간도이니라. 인은 결코 어진 사람의 마음씨가 아니라 사람다운 사람이 실천한 사람 구실의 결과를 총칭한 것이니라.

제자들은 숙연히 스승의 강을 듣고 있었다. 멀리 바라보이는 강진만의 절경조차 그들과 함께 진리의 세계에 뛰어든 듯하였다.

대섬이나 가우도의 아름다움이 인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자연을 사랑하는 것, 무엇인가 절대적인 것을 사랑하는 것도 인임에는 틀림없었다. 마음가짐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어야 한다. 論理的인 것이 아니라 實學的인 것이어야 한다.

 

즉 실천윤리적이어야 한다. 그림의 떡 같은 學問이어서는 아니 된다. 집어 먹을 수 있는 떡이어야 하는 것이다.

학문 자체는 순수해야 하느니라. 어떤 物件을 가리고 꾸미고 옷을 입혀 본연의 形態나 자세를 볼 수 없게 만들어버리면 원래의 모습을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논어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잡학에 젖지 않는 순수성에 價値가 있는 것이니라.

약용은 학문의 眞實性純粹性을 강조하고 나서 다음 말을 이었다.

학문의 순수성이 회복되면 다음 단계는 학문을 유희의 對象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옮겨야 하는 것이니라. 實用, 實證, 實踐, 實心, 實事, 實利를 하여야 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죽은 학문, 허수아비 학문이 되어버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논의 역시 실천윤리학적으로 다루어야만 그 학문의 本質에 접하게 되는 것이니라.

 

 

황인경

小說  牧民心書 下卷

다산초당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