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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흔적 그리고 모습/책속의 글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 - 제1부 『아, 한반도』 (1∼3권) 줄거리

by 두타행 2015. 9. 9.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

1, 한반도(13) 줄거리

 

1

* 역부의길

감골댁은 동학농민혁명에 가담하였다가 병을 얻고 숨어 지낸 남편의 약값으로 김가에게 18원의 빚을 지게 된다. 그러나 남편은 결국 죽고, 갚을 길 없는 빚 때문에 감골댁의 큰아들 방영근은 20원에 하와이 이민으로 팔려가게 된다. 같은 동학군 출신으로 친 가족처럼 지내던 지삼출이 나머지 돈을 받아내려 하지만 결국 장칠문을 한 대 친 죄로 주재소로 끌려간다.

* 철도공사장 일꾼

구속된 지삼출은 일본 헌병으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하고 조선인의 관가로 보내달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조선 땅의 치안이 일본에게 넘어갔다는 소리에 절망하고 새삼 동학농민운동의 실패를 한스러워하게 된다. 선택의 여지도 없게 된 지삼출은 징역살이 대신 철도 공사장의 일꾼으로 가게 된다.

경부선 철도 공사장에 끌려간 지삼출은 일꾼들은 물론이고 공사장 주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끌려온 부역자에 대한 부당한 노동력 착취에 분노하게 된다. 노역자 중 같은 동학군 출신을 만난 지삼출은 의기투합하게 되고 철도 공사를 빗댄 노랫말을 듣고 철도공사에 얽힌 일본의 의도를 깨닫는다. 조선으로 들어온 일본인들은 김제만경평야를 닥치는 대로 사들이고 우체국 조직망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다닌다.

 

* 일본말을 배워라

양반들 편에서 동학군의 편에서 시세에 맞춰 살아나가는 아전출신 기회주의자 백종두는 신분적 제약에서 벗어나고자 일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개항이 되면서 일어학원들이 문을 열자 백종두는 놀기 좋아하는 아들을 학원에 보내고자 안달을 한다.

 

* 거미줄

보부상 출신 장덕풍은 대륙회사에서 이민 모집인을 하는 아들이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하자 숨어있는 동학군을 찾으면 출셋길이 열린다며 설득한다. 또한 같은 보부상 출신들을 정보원으로 삼아 잔존 동학군을 찾으려 혈안이 된다.

우체국장 하야가와는 어린이들에게 사탕을 사주고 노점상 노인의 엿을 사주는 등 유순하게 생긴 생김새에 조선말을 하는 장점을 살려 호감을 얻는데 성공한다. 흘러가는 대화에서 조선의 정보들을 캐내는 한편 영사관 서기 쓰지무라에게 한일조약에 대비한 준비를 당부 받고 자신의 조직원들을 점검한다.

 

* 이민이냐 노예냐

하와이로 노동 이민을 떠난 120명은 갖은 고생 끝에 하와이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갖은 욕설과 심한 채찍질, 인간 이하의 대접과 노예생활이었다. 열대성 잡초가 뒤엉킨 농지를 개간하는 일부터 시작한 사람들은 책임량을 채우기 위해 7월 열대 햇빛에서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하고 일만 하게 된다. 일주일중 하루 쉬는 날인 일요일도 감독들의 감시아래 빨래와 목욕을 하러 가고 먼저 이민 온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 기뻐한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자신들도 모르는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이민자들은 분노하나 해결방안이 없음에 한숨만 지을 뿐이다.

 

* 돈바람, 땅춤

일본 대농장의 상무인 모리야마는 총지배인 요시다와 김제 만경 들판을 둘러본다. 김제만경 평야의 드넓음에 감탄하면서 닥치는 대로 논을 사라고 주문한 뒤 논을 팔지 말라고 선동하는 사람은 주재소의 도움을 받아 처리 하라 명령한다. 개항 전에는 일본인에게 냉혹하게 대했던 이완용은 친일파로 돌아서고, 그가 자신의 논을 일본에게 팔았다는 소문이 농민들에게 불어 닥친다. 일인농장에서는 갯논을 시가의 3배를 주고 사들이자 갯논에 농사짓기가 힘들던 갯논 소유자들은 앞 다투어 논을 팔아버린다.

 

* 일진회 지부

호남평야의 가마솥더위가 꺾이듯 계절의 변화와 함께 일본은 조선에 고문정치를 하게 된다. 영사관 서기 쓰지무라는 우체국 소장 하야가와와 의논을 한 뒤 백종두를 친일 단체인 일진회의 회장으로 선출한다.

일진회 회장 자리를 맡는 것에 흔쾌히 승낙했던 백종두였지만 밤에는 미처 생각 못했던 관리라는 입장에 마음 무거워 한다. 그러나 그렇게 원해도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얻지 못하던 일급지 땅문서를 받고 바로 마음을 돌린다. 한편 장덕풍은 당장의 이익을 위해 대륙회사에 남으려는 아들을 설득해 일진회에 가입시킨다. 얼마 후 건달 수십 명과 백종두가 단발을 하고 군산지부 일진회의 발단식을 가진다.

 

* 차라리 죽자

큰 아들 방영근이 없는 자리를 더 크게 느끼는 감골댁은 곧 다가올 겨우살이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큰아들이 없는 현재로선 품삯으로 버는 돈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동네 김참봉이 매파를 보내 큰 딸 보름이를 첩으로 삼으려고 하지만 감골댁은 새끼 팔아 배 채우는 부모 봤고 언니, 누님 팔아 호식 허는 동상덜 어디서 봤냐며 마음이 약해진 보름이에게 절대 불가함을 당부한다.

송수익이 일제의 강압으로 사랑채에 세웠던 학교를 닫자 학교에 재미를 붙이며 다니던 대근이는 어머니를 조른다. 하지만 형편상 학교를 보낼 수 없는 감골댁은 마음이 무겁고 지삼출의 아내 무주댁에게 보름이의 혼처를 알아 볼 것을 부탁한다.

 

* 어떤 양반

한때 마음이 통했던 글벗 정재규를 찾아온 송수익은 세월이 흐름과 함께 생각이 변해버린 그에게 실망한다. 만석꾼 집안의 큰아들인 그와 손잡고 학교를 세워보고 싶었으나 정재규는 세상의 흔한 양반처럼 양반과 상놈의 구별을 명확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답답해진 송수익은 주막에 들르고 거기서 논을 팔라고 회유하는 일본 앞잡이를 호통 쳐 쫓아 보낸다. 이 일로 주재소에 끌려가지만 문중의 힘으로 다시 풀려나게 된다.

한편 지삼출은 다시 마을로 돌아오게 되고 마을 주민들과 회포를 풀던 중 일진회 얘기를 듣게 된다. 뭔가 석연치 않음을 느낀 지삼출은 송수익에게 자문을 구하고 일진회의 속뜻을 알게 되나 세상이 날로 어지러워짐을 한탄할 뿐이다.

 

* 겨울들녘

밥을 짓지 못하면서도 설거지 소리를 내고 연기를 내는 것은 체면치레 뿐 아니라 이웃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였다. 늘 그렇듯 솥뚜껑 소리를 내던 보름이는 펑펑 내리는 눈을 부질없이 바라보며 물 한사발로 저녁을 대신한다. 지삼출은 마을 주민들과 참새몰이에 나선다. 금산사 미륵불이 통곡했다는 소문을 들은 지삼출에겐 대나무 숲의 바람소리도 동학군의 혼이 통곡한다고 느껴진다. 요시다는 기한날짜에 자리를 비워 정재규의 담보물인 논을 떼먹고 그의 고용인 이동만 역시 뇌물을 받으며 온갖 악행을 일삼는다.

 

* 혼탁한 물결

날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군산엔 온갖 소비상품을 실어오고 쌀을 실어가는 배들로 북적거렸다. 광목, 석유, 성냥, 남포등, 잡화 등은 돈푼깨나 있는 사람들의 과시욕으로 날개달린 듯 팔려나갔고 반대로 조선의 쌀은 계속해서 실려 나가기만 한다.

잡화상 주인 장덕풍은 백종두에게 쌀을 팔아 오래 쌓아두어도 손해가 없을 석유를 사두라고 알려준다. 화폐조례에 따라 모든 돈이 일본 돈으로 바뀐다는 걸 먼저 입수한 그였기 때문에, 백종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한편 일진회원들은 일본의 사주를 받고 전주 부민들과 싸우게 되나 열세를 면치 못하고 쓰지무라는 싸움 자체에 의미를 두며 흡족해 한다. 백종두는 아들이 꾀를 부리며 일어학원을 다니지 않자 경성으로 강제 입학시키며 쓰지무라의 소개로 하시모토를 만나게 된다.

 

* 우리 어찌 살거나

군산 포구에 도착하는 일인들만큼이나 금산사 미륵불과 은진미륵이 통곡을 했다는 흉흉한 소문은 계속해서 퍼져나간다. 결국 을사조약이 체결되고 민심이 흉흉해 지고 혼란스러워진다.

송수익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옛 글벗 신세호에게서 소개 받고 의병을 도모하게 된다. 하야가와는 보호조약과 관련하여 의병 가담자가 생겨난다며 의병가담자들을 색출해 내라 명령한다.

 

* 장례식

방영근과 함께 하와이로 이민을 왔던 주만상은 심한 노동에 시달리는데다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결국 눈을 감는다. 남은 사람들은 그를 조선식으로 장례지내고 싶어 하나 농장 루나(감독)들의 제지를 받게 된다. 결국 의사의 중재로 조선식의 장례가 치러지고, 누군가가 시작한 아리랑이 만가가 되어 울려 퍼진다. 노래를 따라 눈물겹고 한스럽게 부르며 가락을 이끌어 간다.

 

2

* 횃불 횃불 횃불

들녘의 봄기운이 아련하게 어렸다. 그 아련함은 땅에서 하늘까지 자욱했다. 보호조약 체결과 함께 우국의 자결이 태풍을 일으켰었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서는 세상이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침묵은 보호조약의 시인이 아니었고 조약체결 사실의 망각은 더구나 아니었다. 그건 항쟁을 위한 준비의 침묵일 뿐이었다.

충청도 의병을 시작으로 경상도에서도 계속해서 의병은 봉기하고 나선다. 전라도에서도 최익현과 임병찬이 의병준비를 하고 송수익과 임병서는 앞으로의 의병활동 방법에 대해 의논하고 헤어진다. 쓰지무라는 백종두와 일진회원들을 다그쳐 의병들을 탐지하라 지시하고 백종두와 장칠문은 몸이 달아 일진회원들을 마을로 내보낸다. 그러나 의병의 흔적을 찾던 일진회원들은 지삼출의 꾀에 넘어가 죽임을 당하고 지삼출과 손판석은 총을 탈취한다.

* 장마의 계절

호남평야의 중간지점인 태인에서 의병이 일어나자 백종두와 장덕풍은 쓰지무라와 하야가와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는다. 쓰지무라는 백종두에게 하야가와는 장덕풍에게 의병색출을 못한다고 호통을 친다. 의병을 없애려는 병력부터가 여럿이었고 그들은 의병 뿐 아니라 의병에 가담한 가족에게까지 해코지를 한다.

지삼출의 아내는 구타를 당하고 송수익의 어머니와 아내는 주재소로 끌려간다. 송수익네 부대는 일본토벌군에게 계속 쫓겨 다니고 생포된 의병들은 각기 자기 마을로 끌려간다. 그들은 가족들 앞에서 잔혹하게 죽임을 당하고 마을 사람들은 의병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 그들을 장례 지낸다.

 

* 신작로

이민법의 시행으로 일본 이주민들은 늘어가고 이동만은 요시다의 지시에 따라 그들의 안내를 맡는다. 그들은 일본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농민들이었다. 한편 신작로가 호남평야를 지난다는 정보를 얻은 하시모토는 당분간 무작위로 진행하던 농토 구입을 보류하고 염전사업을 할 계획을 세운다. 백종두는 염전사업을 도와주는 대신 군수자리를 부탁하게 된다. 신작로를 개설하기 위해 측량기사들이 논밭을 가리지 않고 깃발을 꽂고 다니자 크고 작게 논을 가진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정재규처럼 일부는 그들을 협박하여 쫓아내기도 하고 일부는 술을 사주며 뇌물을 먹이기도 한다.

 

* 서로 다른 길

같은 양반출신으로 의병대장을 맡고 있던 송수익은 유기석과 생각이 달랐다. 투항하라는 조정의 조칙은 일본 통감부에서 내린것인 데다 의병봉기는 전과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송수익에 반해 유기석은 전형적인 유생의 생각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헤어지고 송수익은 자신을 따르는 의병을 소조직으로 나누고 싸움을 계속해 나간다. 그러나 일본의 토벌작전은 더욱 거칠어지고 면마다 자위대가 생겨 의병활동이 더욱 힘들어지기만 한다. 그래서 의병대들은 필요할 경우에 협동작전을 펼치게 되는데 이때 작전 수행 중이던 공허와 만나 인사를 하게 된다.

 

* 샌프란시스코의 총성

사탕수수 농장에서 고용기간을 끝낸 방영근과 남용석은 풀려나지만 조선으로 돌아오는 배 삯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다. 뱃삯을 더 벌기 위해 하와이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그들은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마저 막히자 실망하게 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장인환과 전명운이 스티븐스를 암살하자 하와이 이민자들이 모금운동을 벌이지만 통역자로 모셔왔던 이승만은 개인적인 이유로 얼마 후 떠나버리게 되고 실망과 원망의 대상이 된다.

* 남한 대토벌

장인환 사건은 조선내의 의병세력을 더 커지게 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본을 공격하게 된다. 결국 일본은 의병 대토벌작전에 들어가고 백남일은 이에 맞춰 모집하는 헌병 보조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생포된 손판석은 도로 공사장에 끌려가고 의병들은 일본군의 대토벌 작전에 거의 소멸된다. 유명한 용맹 장수들은 대토벌작전 앞에 쓰러져 가고 송수익도 싸움 도중 부상을 당해 암사로 숨게 된다.

 

* 침묵하는 땅

의병의 기세가 꺾이는 것을 한스러워하던 사람들은 안중근 의사가 초대 통감 이등박문을 암살했다는 소식에 통쾌해 한다. 공허는 송수익이 죽었다는 소문을 퍼뜨리면서 송수익 집을 찾아가서는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한다. 안중근의 이등박문 암살로 한성에서 열린 일진회 비상임시총회에 박수부대로 참석한 백종두는 잠시 양심에 꺼리나 곧 떨쳐버린다. 한편 어느 정도 상처를 회복한 송수익은 공허를 통해 말사라 부르는 자그마한 절에 피신한다.

 

* 해가진 나라

도로공사에 투입되었던 의병들은 앞날을 알 수 없는 옥살이와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나날을 보낸다. 도로의 보수공사와 대대적인 식목공사에 동원되곤 했는데 일본 국화인 사쿠라를 심는 일은 손판석같이 의병출신인 사람들에겐 더 비감스런 노동이었다.

호남선 철도공사가 몇 년을 소문처럼 떠돌다가 본격적으로 행해지기 시작했다. 군산과 일본의 호남선싸움에서 갈등하던 통감부가 의외로 전주양반들의 반대가 나오자 해결방안을 찾았기 때문이다. 1910829일 한일합방조약이 공포되고 조선총독부가 설치되었다.

총독부는 한일합방에 대한 저항을 줄이기 위해 일진회 같은 친일 단체들을 포함하여 정치단체에 해산령을 내린다. 백종두는 일진회가 해산된 후 죽산면장으로 임용되고 토지조사사업을 실시한다는 얘기를 쓰지무라에게 듣는다.

 

* 미로

말사에 피신하고 있던 송수익은 공허의 안내로 온 신세호와 임병서를 만나게 된다. 몇 년 만에 같이 자리한 이들은 처음 의병의 앞일에 대해 의논하다가 임금에 대한 생각차이에 부딪치게 된다. 송수익이 의병전쟁의 패인 중 하나가 상감과 조정의 망발이라고 하자 신세호는 평상시 성격과 틀리게 크게 화를 낸다. 그러나 송수익 역시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반박하고 결국 나라의 주인을 누구로 보느냐의 차이라며 언쟁은 끝나게 된다.

임병서가 앞일에 대한 의논을 하자 제의하나 송수익의 북행에 대해 임병서와 신세호는 주저하게 된다. 결국 송수익은 신세호에게 신채호의 이야기책인 성웅이순신과 을지문덕을 읽으라 조언하고 신세호와 임병서는 산을 내려온다. 집에 돌아온 신세호는 그런 이야기책이 금서가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며 책을 읽은 후 자신이 할 수 있는 독립운동방법에 대해 깨달음을 얻는다.

 

* 검은 파도

한일합방은 멀리 떨어져있는 하와이의 조선 사람들에게도 여파를 미쳤다. 하와이 이민자들은 대한국민회 하와이 지역 총회에서 일본 성토와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일본영사관은 인구조사를 하고 다닌다. 국민회에서는 합방으로 낙망하여 방황하는 조선인들의 정신무장을 위해 각 농장마다 젊은이를 모아 군사교육을 시키게 되어 방영근 등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더불어 농장주와 국민회 사이에 <사진 결혼>이 논의되어 결혼하러 오는 조선여자는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하여 나이든 총각들은 가슴 설레게 된다.

 

* 세월의 상처

무주로 시집갔던 보름이는 남편이 의병과 내통했다 하여 총살당하는 아픔을 겪는다. 그나마 묘를 쓸 수 있었다는 것에 위로를 받았고 시아버지가 여름과 겨울에 친정나들이를 허락한 것을 위안 삼는 그녀였다. 친정에 온 보름이는 가족들의 선물로 일본 광목과 수실을 사왔다가 대근이의 생각 곧은 소리를 듣게 된다. 대근이는 신세호가 무료로 여는 서당에 다니며 교육을 받으며 깨우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공사장에서 도망친 의병출신 동네 주민이 밤에 왔다 갔다는 소식을 접한 무주댁은 남편 지삼출을 찾아 나서고 싶어 한다. 그러나 올 때가 되면 식구를 데리러 올 것이라며 감골댁이 만류하자 무주댁은 고개를 끄덕인다.

 

* 지반 다지기

죽산면 면장이 된 백종두는 밑으로는 장칠문을 순사보로 두어 의병과 배일자들을 색출하려 혈안이 되는 한편 하시모토의 토지수매를 위해 힘을 쓴다. 하시모토는 토지조사사업 전에 죽산면의 농지경작 실태를 조사하라 지시한다. 끄나풀을 풀어 일본을 욕하는 사람들까지 찾으려 혈안이 된 장칠문은 순사들과 신세호를 주재소로 끌고 간다. 신세호는 신채호의 금서를 소유한 혐의로 신민회 간부로 지목받고 고문당한다. 신 씨 문중은 신세호를 풀려나게 하기 위해 백종두를 찾아가 사정하게 되고 백종두는 양반에게 존대를 받았다고 통쾌해 한다.

* 번뇌의 불

말사에서 송수익을 본 뒤로 송수익을 그리워하게 된 홍 씨는 죽은 남편의 삼칠제를 올리겠다고 시부모께 핑계 대고 말사를 찾는다. 아기 중 운봉이 홍 씨의 마음을 공허에게 전하며 송수익을 만나게 해 주기를 부탁한다. 공허로부터 홍 씨의 일을 전해들은 송수익은 홍 씨에게 자기는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난다며, 만난 일이 없었던 것으로 잊으라며 자리를 뜬다. 송수익은 만주행을 위해 의병을 해산시키고 아리랑 노래를 주고받으며 작별한다. 아리랑을 부르는 그들의 가락은 서럽고 구성지면서도 컬컬하고 어기차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3

*뻘밭

일본 대농장의 지배인 요시다의 앞잡이를 하는 이동만은 요시다를 등에 업고 부를 축적한다. 일본인 농민들로 인해 소작을 떼인 조선 사람들에게 냉혹하게 대하고 돈놀이를 하며 높은 이자 돈을 받아 챙긴다.

송수익과 헤어져 후일을 기약한 의병들은 화전을 일구고 집을 지어 천수동, 배두성,손 씨 등이 거주토록 하고 지삼출과 손판석은 하산하여 군산으로 향한다.

군산은 타관사람들이 많아 숨어 살기 알맞았기 때문에 군산 부두에서 등짐 일을 하게 된다.

소작인들의 원망이 높았던 이동만은 한밤중에 소작인들에게 피습 당해 다리가 부러진다. 소작인들은 차례로 농장 사무실에 끌려가 헌병들로부터 매타작을 당하나 범인이 잡히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변신의 굴레

호남선 중에서 군산-강경선이 제일 먼저 개통되고 군산역은 일본사람들로 붐빈다. 송수익을 만주까지 배웅하고 돌아온 공허스님은 포교당에서 지삼출과 손판석을 만나 후일을 도모한다.

김참봉과 하시모토의 마수에서 막내딸 수국이를 지키려고 애가 타던 감골댁은 가족들을 데리러 온 지삼출과 손판석을 따라 군산으로 피신한다.

 

*탐욕의 소용돌이

장덕풍은 작은 아들을 사탕공장 기술을 배우게 해서 사탕공장을 세우면서도 정미소를 차릴 욕심을 부린다.

그의 큰아들 장칠문은 공을 세우고 정식 순사가 되어 군산으로 옮기게 된다. 정재규는 아버지가 죽고 재산을 물려받으면서 화투와 주색잡기에 빠져든다.

장덕풍은 그런 정재규에게 급전을 빌려 주고 하야가와의 장학후원회 가입 권유에 흔쾌히 응하며 유지대접 받음을 흐뭇해한다. 정재규 일가는 아버지가 죽은 후로 2년 넘게 재산 다툼을 벌이고 그로 인해 어머니는 병을 얻게 된다.

 

*길 그리고 길

문중의 힘으로 주재소에서 풀려나온 신세호는 심호흡 치료로 몸을 회복해 간다. 몸은 거의 회복이 되어갔지만 송수익의 모친 병문안을 가는 신세호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송수익의 모친은 그간의 고생과 고통이 그대로 병이 되어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이 문병을 가는 임병서가 찾아와 독립의군부에 가담할 것을 제의하지만 그와 같은 운동은 문약한 유생들이 하는 꿈같은 일이라며 거절한다.

그리고 손수 농사를 짓고 서당을 다시 열리라 결심한다. 결국 송수익의 모친은 사망하고 빈소를 찾은 공허는 순사에게 잡히지만 중간 논길에서 순사와 순사보를 살해하고 도망친다.

 

* 대지진의 시발

통감부에서는 토지조사령을 공포하고 궁장토, 역토, 둔토 등 많은 토지들을 국유화 시킨다. 그러나 실제 모두 나라의 것이 아니고 이런 저런 이유로 사유지화된 것이 많았으나 일본은 그런 모든 사유를 무시했다. 그렇게 국유화된 농토의 7할 이상을 통감부가 동양척식주식회사에 넘겨준다. 뒤늦게 땅을 되찾고자 일어났으나 합방이 되어 버렸고 땅이 사유지라는 공문서가 없을 경우엔 그대로 뺏겨버리는 식이었다. 농토를 빼앗긴 외리와 내촌 사람들은 외리마을 박병진과 내촌마을 김춘배를 대표로 동척을 찾아가 항의하지만 대표자 둘은 구속되고 나머지는 심하게 태형을 당하고 일부 불구자가 되는 결과를 낳는다.

한편 하시모토는 지주 대표를 뽑는 일에 자기편을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선정하라 지시하고 백종두는 그런 하시모토가 못마땅하다. 땅 욕심이 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하시모토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땅을 사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정미소를 세우기 위해 기계를 사들이고 죽산면이 아닌 다른 면에 땅을 사기 시작한다.

 

* 세월의 잔가지

송수익의 모친 문상을 갔다가 순사와 순사보를 죽인 공허스님은 피해 다니기 위해 농부로 가장한다. 가장한 채 숨어있는 의병들을 점검하던 공허는 배두성이 천수동, 손필녀 등이 있는 화전민촌으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찾아간다.

장날 토지조사사업에 반대하는 언급을 했다가 주재소에 잡혀갈 뻔하여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안심하며 얼떨결에 필녀와 배두성을 중매 놓게 된다.

 

*뭉쳐야 산다.

지삼출을 위시해 손판석, 방대근 등은 군산부두에서 중국인들과 패싸움을 하게 된다. 중국인들은 싼 노임 값으로 군산부두의 일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조선 일꾼들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었기 때문이다. 싸우던 중 손판석은 다리가 부러지고 방대근도 허리 부분을 다치게 된다.

방대근과 친구로 지내는 서무룡은 우연히 수국을 보게 되고 그 미모에 반하게 된다. 감골댁은 방대근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고자 미선소에서 일하길 희망하지만 나이 때문에 결국 허락을 받지 못하고 수국이가 무주댁과 정미소 일을 나간다.

 

*덧나는 상처

아버지를 면회하고 온 박건식은 재판날짜조차 모르는 신세가 한탄스럽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거짓말로 안심시키고 마을 주민들과 회의하며 땅을 포기 하지 않음을 다짐한다. 타작 때가 되자 동척은 타작의 절반을 걷어간다. 그것도 모자라 숨겨논 볏단이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집을 뒤지고 다닌다. 절반을 빼앗긴 억울한 마음에 볏단을 숨겼던 한기팔은 동척직원들에게 기절할 정도로 몰매를 맞는다. 섬 대신 일본에서 들어온 가마니 값과 동척직원들의 밥까지 해 날라야 했지만 그나마 남은 볏단을 뺏기지 않기 위해 억울함을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 아버지와 아들

우체국장 하야가와의 추천과 도움으로 일본의 첩보원 학교를 졸업 하게 된 양치성은 돌아와 가족들을 바라보며 지난날을 회상한다.

아버지가 죽고 그의 가족은 가난함에 허덕거렸고 맏아들인 그는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했다. 그러나 나이가 어려 머슴으로도 들어가지 못하자 한푼 줍쇼라는 말을 일본어로 배워 동냥질을 하게 된다. 그러다 하야가와의 눈에 띄었고 그의 밑에서 우체국 소사로 일하게 된 것이다. 계속해서 하야가와의 도움으로 첩보원 교육을 마친 양치성은 조선에 돌아왔고 노동조합의 실태를 파악하는 첫 임무를 맡는다.

 

* 호랑이 아가리

방대근이 부두에서 중국인들과 싸우고 몸을 다쳐 일을 못 가자 수국이는 손판석의 아내 부안댁과 미선소에서 일을 하게 된다. 일을 끝내고 나갈 때마다 몸수색을 당하는 것에 몸서리를 치는 수국이는 어서 동생이 낫기만을 바란다. 그러다 미선소 주인의 아들 백남일의 눈에 띈 수국은 속임수로 끌려간 후 강간당한다.

방대근은 복수하기 위해 백남일을 미행하고 지삼출과 함께 그를 폭행하고 가족들을 데리고 화전민촌으로 피신한다.

 

* 파장과 진동

지삼출을 의병잔당으로 의심하고 있던 양치성은 한 발 늦었음을 알고 분통해 한다. 그리고 하야가와에게 원인이 백남일이라고 보고하고 백남일을 헌병에서 쫓겨나게 한다.

그리고 서무룡을 방대근과 공범이라고 몰아 자신의 정보원으로 삼는데 성공한다. 백종두는 그의 아들 백남일이 강간한 사람이 수국이란 사실을 알고 하시모토를 생각하며 가슴이 서늘해진다.

한편 화전민촌으로 피신한 수국이는 자살을 기도하나 지삼출 등에 일찍이 발견되어 살아난다. 그리고 공허스님의 설법을 듣고 마음을 돌려 만주로 떠날 결심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