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련
- 박명순
태초에 맺은 인연이더냐
헤어나지 못하는 어미의 자궁속
깊은 어둠의 시간 속에서
길고 긴 하나의 탯줄에 의지한 체
적막(寂寞)의 양수
개화의 의지로 밀어 올리며
강보 같은 잎 젖히고
유월의 햇살 맞으며
수줍은 미소 이승에 흩뿌리누나.
억겁의 연(緣)이
연(蓮)으로 피어났나
하늘이 열리고 땅이 열리는 날
한 잎 한 잎 네게 담겨진 시간들이
유월의 햇살 속에
투명한 아기의 미소처럼
해맑게 피어나는구나
천상으로 오르지 못한
천녀(天女)의 모습이
네 모습보다 고울까
너울너울 바람결에
하얀 세모시 치마 날리 우며
혹여 천상으로 승천하는 것은 아닌지
고운 자태에 빠져 정지한 시간 속을
꿈결처럼 한없이
너를 따라 자맥질 하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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