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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흔적 그리고 모습/국내·팝 뮤직

'시크릿 가든'과 뉴에이지 음악(퍼온 글임)

by 두타행 2011. 12. 30.

'시크릿 가든'과 뉴에이지 음악

 


북구의 혼성 그룹 '시크릿 가든'의 신보 앨범을 들으며 명상음악의 세계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Dawn of a New Century"(신세기의 여명) CD에 수록된 13곡을 들을 때 전율에 가까운 감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리의 레코드 점에서 들었거나 CF 배경음악, 또는 어느 드라마의 삽입곡인지는 모르겠으나 귀에 익은 선율이 가슴에 와 닿으면서 온갖 어수선한 감정을 가라앉히는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시크릿 가든 3집 앨범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In Our Tears"(눈물 속에서)를 들어보자. 어쿠스틱 피아노의 조용한 선율이 흐른 뒤 애상적인 바이올린이 뒤를 따른다.
한없는 슬픔을 안으로 안으로만 삭이는 것 같다. 뒤 이어 나오는 남녀 혼성 코러스는 이 슬픔을 조용히, 그러다가 점차 격하게 토로한다.
소월의 "진달래꽃"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면 이와 같을까. 아니 그보다 슬픔이 너무 진하여 마치 친한 벗을 멀리 떠나보내는 레퀴엠(鎭魂曲)처럼 들린다. 합창이 조용히 잦아들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테마 멜로디를 가지고 끝을 마무리한다.
시크릿 가든은 노르웨이의 작곡가 롤프 러브랜드와 아일랜드 태생의 바이얼리니스트 표뉴알라 셰리를 주축으로 한 그룹이므로 여기에 수록된 음악들은 산림과 표르드 사이로 울리는 그리이그의 "솔베이지의 노래", 그리고 바닷가 초원 위로 들려오는 "오 대니보이" 멜로디를 연상케 한다. 켈트족의 恨스러움과 북구의 어두컴컴한 신화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가운데 흐르는 동양적인 선율이 우리의 귀에도 친숙하게 들린다.
같은 계열인 아일랜드의 싱어 엔야(Enya)의 곡들과 비교해보면 비슷한 가운데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시크릿 가든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코러스("Aria")는 엔야와 비슷하지만 경쾌하게 울리는 리듬("Divertimento")과 바닥(心底)에서 끌어올리는 바이올린의 저음("Moongate")은 분명히 다른 그 무엇이다.
아크로폴리스와 자금성에서의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유명해진 그리스 출신의 피아노 연주가 겸 작곡자 야니(Yanni)의 음악과도 구별된다.
풍부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셰리의 바이올린 선율은 야니가 즐겨 내세우는 흑인 바이올리니스트("The End of August" 중간의 현악독주)나 바네사 메이("Theme from Caravans"에서 낙타의 걸음걸이를 연상시키는 바이올린 테크닉)의 그것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어른의 팔뚝 길이에 불과한 조그만 악기가 그처럼 변화무쌍한 감정의 이입(empathy)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