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초보자를 위한 겨울산행 가이드

 

초보자를 위한 겨울산행 가이드

겨울산, 낭만의 땅은 준비된 자만 들어설 수 있다

 

   모두들 춥다고 아우성이지만 겨울은 산꾼들이 산다운 산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이다. 겨울산이야말로 4계절 중 가장 매력적인 산행이 기다리고 있다.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인 설경은 등산인들을 황홀경에 빠지게 하고, 그 설산을 걸어가는 희열은 겨울산행의 백미다. 그러나 겨울산은 추위가 기세등등하게 버티고 있는, 만만찮은 곳이다. 이 추위를 이기는 자만이 겨울산이 준비한 낭만을 누릴 수 있다.

 겨울산행장비들은 이러한 추위로부터 체온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발전되어 왔다. 겨울산행에 필요한 장비는 생각보다 많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올바른 사용법을 익혀두는 것은 겨울산을 오르기 위한 첫 준비다.

산이란 곳이 원래 예상치 못한 일이 자주 발생하는 공간이지만, 겨울산은 그 심술이 유독하다. 예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감안해 단단히 산행채비를 해야 한다.

 '서투른 목수가 연장 나무란다'는 옛말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등산, 특히 겨울산행에서는 잠시 잊어야 할 말이다. 겨울산에서 장비는 곧 생명이다. 혹한의 추위와 갑작스레 밀려오는 악천후의 위험이 상존하는 겨울산에서 기능성이 극대화된 장비들이 우리의 몸과 체온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값비싸고 좋은 장비들은 폼만 그럴 듯한 것이 아니라 성능 또한 뛰어나 겨울산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겨울산행은 체온유지가 가장 중요

   겨울산은 차가워진 대기에 강풍까지 불어 조금만 허점을 보여도 추위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우리 체온을 빼앗아 산행에 지장을 주거나 심각한 경우 저체온증으로 사망에 이르게도 한다.

 겨울철 발생하는 조난사고의 대부분은 길을 잃고 헤매거나 빙판에 미끄러져 골절상을 입고 이로 인한 체력저하와 탈진으로 저체온증이 와서 동사로 이어지는 경우다. 이러한 증상은 주로 악천후 상황에서 부적절한 옷가지와 경험부족 때문에 발생한다. 겨울산은 어떤 상황에서도 체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추위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방한장비를 챙겨야 한다. 그래서 배낭도 무거워지고, 그만큼 부피도 커야 하고 1박을 할 경우 60리터급 이상으로 준비한다. 눈이 내릴 것을 대비해 배낭커버도 배낭용량에 맞는 것으로 챙긴다.

꼭 챙겨야 하는 방한장비로는 방수방풍의(윈드재킷 또는 고어텍스류의 옷가지)와 플리스 원단의 재킷과 바지, 장갑, 모자, 크램폰, 스패츠, 이어밴드, 등산용스틱이고, 비상식도 절대 빠뜨려서는 안된다. 장갑과 양말은 여유분을 꼭 준비하고, 뜨거운 물을 담은 보온병과 차도 챙겨서 쉴 때마다 한잔씩 마시면 좋다. 또 떡, 건과류, 육포, 비스킷, 연양갱, 치즈 등 행동식을 준비해 쉴 때마다 미리미리 조금씩 먹어두어야 한다.

면 소재 의류는 속옷이나 양말이라도 금물이다. 면이 땀 흡수율은 높지만 흡수한 땀을 발산시키지 못하고 가지고 있어서, 운행을 멈추고 잠시라도 쉬게 되면 땀이 식으며 체온을 빼앗기 때문이다. 추위가 극성을 부릴 때는 기능성 소재의 고소내의도 꼭 챙겨 입어야 한다.

사람의 체온은 머리를 통해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겨울에는 모자만 착용해도 체온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산에서 사용하려면 모자에 끈이 달린 것을 구입하거나 재킷의 옷깃과 연결할 수 있는 보조집게를 따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귀 덮개가 있거나 귀까지 다 가릴 수 있는 모자가 겨울산에 적당하다. 혹한의 날씨에는 눈만 빼고 다 가릴 수 있는 방한마스크나 멀티스카프가 필요하다.

배낭을 꾸릴 때는 침낭이나 여벌 옷가지 등 부피가 크고 가벼운 것은 아래에, 무거운 장비는 위에 둔다. 산행 중 쉴 때마다 꺼내야 하는 우모복이나 오버재킷 등은 맨 위에 넣도록 하고 행동식, 헤드램프, 화장지, 여벌장갑 등은 배낭의 헤드부분에 넣어두면 사용하기 편하다.

겨울산행을 하다보면 배낭 속에 넣어둔 수통이 통째 얼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온용 수통덮개를 준비하면 좋다.

걸을 때는 열이 나서 춥지 않지만 쉴 때는 땀이 식으며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래서 산행 중 잠시 쉴 때나 막영지에 도착하면 먼저 우모복이나 오버재킷을 꺼내 입어 체온을 유지하도록 한다.

눈이 많이 내린 산은 고어텍스 오버트라우저가 위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값이 비싸고, 자주 쓰이는 장비가 아니다보니 어지간한 마니아가 아니면 장만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대신할 제품으로는 1~2만원 대의 일반 우의바지도 좋다.

등산화는 방수기능이 있고 바닥창이 두꺼운 중등산화 제품이 좋으며, 발목이 높은 것으로 고르도록 한다. 눈이 내려 땅이 얼어 있거나 젖어있기 쉬운 겨울산에서는 방석보다는 등산용 의자가 여러모로 유용하다.

 

낙엽 아래 숨은 빙판 조심해야

   겨울산은 비나 눈이 낙엽 밑에서 얼어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 낙엽을 밟을 때 조심해야 한다. 빙판길이나 눈이 샇인 곳에서는 등산용스틱을 사용해 걸으면 훨씬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다.

겨울산행에 필수품인 크램폰(아이젠)은 해외원정을 대비한 훈련등반이나 심설산행을 떠난 경우가 아니라면 4~6개의 발톱이 달린 제품이 좋다. 다만 크램폰을 신발에 고정시키는 부분의 소재가 고무로 된 것은 갑자기 미끄러지며 체중이 한 방향으로 쏠릴 경우 늘어나서 크램폰이 돌아가거나 혹한의 날씨에 충격을 받아 끊어질 수도 있어서 적당치 않다. 또 등산화 발목 사이로 눈이 들어가서 고어텍스 등산화가 젖어드는 경우가 있으니 크램폰을 착용할 때는 동시에 스패츠도 함께 착용하는 것이 좋다.

겨울산의 계곡이나 음지는 많은 눈이 쌓여 있어서 걸음이 느려져 계획보다 시간이 지체되기 십상이다. 당연히 하산도 늦어져 자칫하면 야간운행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북동 방향의 계곡으로 하산해야 할 경우 오후 3~4시만 되어도 어둑어둑해져 헤드램프가 꼭 필요하다. 반드시 여벌건전지까지 챙겨서 배낭에 넣어두어야 한다.

 겨울산은 생각보다 해가 빨리 지고 일몰 후 온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산행계획을 세울 때는 늦어도 해가 지기 한 시간 전에 그날 산행을 마치는 것을 원칙으로 타임스케쥴을 짜고 무리하지 않도록 한다.

 

겨울산행의 낭만, 야영을 위해서

   야영을 할 경우 필요한 장비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겨울산에서 추위를 이기고 잠을 자려면 침낭이 가장 중요하다. 크게 하계용, 춘추용, 동계용으로 나뉘는데 충전재로 예전에는 합성솜을 썼지만 요즘은 하계용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모를 사용한다. 동계용은 우모 함량이 1100그램~1500그램 정도 되고 복원력이 높은 것이 좋다. 이런 침낭은 침낭커버와 매트리스가 있을 경우 야외에서도 잘 수 있다. 외형은 직사각형, 쐐기형, 미이라형 등 다양하지만 최근엔 미이라형이 주를 이룬다. 산행 후에는 침낭을 주머니에서 꺼내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린 후 그물망 주머니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매트리스는 발포스펀지형과 공기주입형 두 가지가 있다. 단열성이나 부피, 무게 등을 고려할 때 공기주입형이 우수한 성능을 보이지만 가격이 비싸다.

침낭의 성능을 극대화시키는 침낭커버는 주로 고어텍스를 사용해 만들어져 가격이 비교적 높다. 부피와 무게가 생각보다 크고 무겁지만 일단 가져가면 산에서 큰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침낭커버가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텐트이 안락함에는 못 미친다. 텐트는 야영을 더욱 낭만적이고 쾌적하게 할 뿐 아니라 등산인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산속의 집이다. 보통 등산 시에 사용하는 텐트는 커봐야 3~4인용, 보통은 2~3인용이다. 캠핑용으로 쓰이는 5인용 이상 되는 텐트들은 부피도 크고 무거울 뿐더러 산에서는 칠 만한 공간도 없다. 텐트는 소형이라도 강풍에 견딜 수 있을 만큼 내구성과 안전성이 뛰어나야 한다. 또 설치와 철거가 쉽고 편리해야 좋은 텐트다.

텐트 바닥은 방수기능이 있어야 하고 플라이는 텐트를 여유있게 덮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크기여야 한다. 또 텐트 안 천장에 등걸이가 있는 것이 편하다. 산악용 텐트는 주로 돔형이 주를 이룬다. 홀로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침낭커버를 조금 더 확장시킨 형태의 1인용 텐트도 여러 모델이 나와 있다. 텐트는 아침을 짐을 꺼낸 후 플라이와 본체를 분리시킨 후 뒤집어 말리는 것이 좋다. 시간이 부족할 경우 빈 텐트 안에 가스등이나 스토브를 켜 두면 빨리 마른다.

추운 날씨로 인해 겨울에는 가스스토브보다 휘발유스토브가 유용하다. 가스스토브는 반드시 동계용 연료를 준비하고, 바람막이도 준비하도록 한다. 그리고 연료는 항상 넉넉히 챙기는 게 좋다. 스토브의 화구부분은 손으로 직접 만지지 않도록 습관화하고, 연료를 보충하거나 사용할 때는 반드시 텐트 바깥에서 하도록 한다. 그리고 잠을 잘 때는 질식의 우려가 있고 가스가 샐 수도 있으니 스토브나 등 모두 가스통을 분리시켜 둔다.

야영지에서 샘을 찾기 힘든 경우 눈을 녹여서 걸러 식수로 쓰면 된다. 이때 여과지나 깨끗한 면수건을 가져가면 유용하다.

 

디지털기기의 친구 손난로

   요즘은 등산인들 대부분이 산행이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다닌다. 겨울산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얇은 장갑을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 추위에 맨살이 노출되면 동상의 위험도 크고 손이 얼어 카메라 조작이 둔해져 값비싼 장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또 추위에 노출된 카메라는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어 정작 멋진 풍경을 찍으려 할 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럴 경우 미리 손난로 같은 것을 카메라 가방에 넣어두면 훨씬 오래 사용 가능하다. 핸드폰이나 MP3 같은 디지털기기도 함께 넣어두면 좋다.

손난로는 손뿐만 아니라 몸도 보호해주는 제품이다. 스스로 열을 발생시켜 체온을 높여주기 때문에 동절기스포츠를 즐길 때 신체경직으로 하여 생길 수 있는 부상도 방지할 수 있다. 겨울산행에서 손난로 두 개만 챙기면 하루 종일 추위 걱정 않고 산행을 이어갈 수 있고 야영시 침낭 속에 넣어두면 온돌방이 부럽지 않다.

현재 시판되는 손난로에는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연료 주입형과 디지털화된 배터리 충전형이 있다.

 

빨리 걷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산행 전 대상 산을 포함한 지역의 기상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기상예보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조산사고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역번호에 131을 추가로 누르면 실시간으로 기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등산에서 지도와 나침반의 사용 능력은 필수다. 독도의 목적은 안전하게 계획한 산행코스를 벗어나지 않고 가는 데 있다. 겨울산은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익숙하던 곳에서도 길을 잃거나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이때 독도법은 안전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독도법이 익숙치 못하더라도 산행시 나침반과 대상 산의 지도 정도는 반드시 챙기는 것이 좋다.

휴대용 GPS가 있다면 더욱 좋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이나 안개가 꼈을 때도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고, 좌표를 미리 입력해두면 10m 이내 오차로 산행할 수 있다. 특히 조난시 구조대에게 좌표를 알려주면 신속한 구조를 받을 수 있다.

산행의 기본은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반면 초보자들이 저지르기 쉬운 잘못은 너무 빨리 걷는 것이다. 산행을 시작할 때 몸 상태나 기분이 좋아 빨리 걷기 쉬운데 산행 시작 후 30분 정도는 호흡을 조절해 천천히 걸으면서 몸을 적응시켜 나가는 시간으로 여기는 게 바람직하다. 그후에 차츰 자기 속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자기 페이스보다 빠르거나 늦으면 체력 소모가 많아지거나 쉽게 지친다. 특히 단체산행시 팀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초보자들이 무리하게 산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상태를 팀 리더에게 미리 말해주고 무리하지 않도록 한다. 산에서는 빨리 걷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걷는 게 중요하다.

 

구급약품도 챙기자

   최근에는 각종 아웃도어 분야마다 구급낭이 필수품목으로 인식되어 각 분야에 적절한 내용물을 갖춘 구급낭이 출시되고 있다. 등산용으로 출시된 구급낭도 전문등산장비점이나 각 전문 브랜드마다 몇 종류씩 갖추고 있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들 중에는 밴드나 붕대 등 기초 구급품이 포함된 구급낭도 있고 내용물 없이 구급낭만 출시된 것도 있다.

 하지만 구급품이 포함된 제품일지라도 붕대나 연고, 각종 알약 등 약국을 통해서만 판매되는 의약품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따로 개인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배낭에 구급낭이 들어 있으면 산행에 나서는 발걸음이 더욱 자신감에 넘친다.

구급약으로 필요한 종류가 많지만 그 모든 항목을 다 챙겨서 산행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품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구급낭 기본 내용물
소화제	면봉	지사제	반창고
진통제	가제붕대	해열제	탄력붕대
정제소금	삼각건	종합감기약	체온계
마이신계 연고	1회용 비닐장갑	소독약	등산용 칼
근육마사지용 로션	가위	일회용 밴드	핀셋
화상용 가제	비상용 등(램프)

    약품들은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적당한 기간마다 새로운 약품ㄷ을로 바꿔주어야 한다. 알약의 경우 낱개 포장으로 잘라 내 빈 필름케이스나 적당한 플라스틱케이스에 넣어 구급낭에 넣으면 섞이지 않고 보관성도 좋다.

위의 표에 해당하는 약품이나 응급처치 도구들을 현재 판매하고 있는 기본단위로 구입하는 비용은 등산용 칼을 빼고 3만원쯤 든다. 구급낭은 내용물 유무에 따라 다르며, 보통 만원에서 3만5천원이면 구할 수 있다.

겨울산은 다른 3계절처럼 별 준비 없이 즉흥적인 결정으로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추위란 결코 만만한 문제가 아니며, 추위로부터 우리 몸을 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장비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경비지출을 요구한다. 그러나, 겨울산은 그 값을 치를 만한 매력을 가진 곳임에 틀림없다. 준비된 자에게 겨울산은 자유다.

 

   글쓴이:이승태 기자

   참조:등산상식

 참고:월간<사람과산> 2008년 12월호

출처 : 보정산방

글쓴이 : 여수동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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