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 고수가 전하는 나의 산행1
"GPS는 오지산행 최고의 파트너"
젊은 시절엔 낚시를 다녔다. 왜 낚시를 했는지 꼭 집어서 말하라면 할 말이 없지만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관계로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자연스럽게 낚시를 한 것 같다. 난 동적인 성격이라 낚시와는 잘 맞지 않았고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산에 왜 가는지 물어보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좌우지간 그렇게 산에 다니기 시작한 지 벌써 8년 정도 된 것 같다.
처음에는 안내산악회를 따라 명산을 찾아다녔고 그렇게 다니다 산을 조금 알게 되어서 지인들과 함께 산을 다녔다. 그러나 뭔가 1% 부족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그래서 시작한 것이 오지산행 이었다.
용늪이 있는 대암산을 꼭 가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입산이 통제되어 산행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대암산 가는 단체를 찾는데 쉽게 접할 수 없어서 포기하려는데 오지산행하는 팀이 대암산 산행을 한다고 인터넷에 공지가 된 것을 발견하여 함께 산행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껏 오지산행을 하게 된 것이다.
오지산행을 할 때는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가 가장 난감했다. 그래서 독도법을 배워서 산행을 하는데 그 독도법에도 한계가 있다.
내리막 등로에서 능선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나뭇잎이 떨어진 지금 같은 때는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지만 여름에 숲이 우거진 상태에선 독도법 도사라고 하는 이들도 실수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산행 후기를 쓰려면 중간에 기록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등로가 난감할 때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해서 구입한 게 GPS다.
처음 산에서 사용할 때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산행을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대만족이었다.
무박산행시 새벽에 산행 들머리를 찾을 때, 비 오는 날, 안개가 많이 낀 날 등이 가장 요긴하게 GPS를 사용할 때이다. 더불어 사고발생시 구조대에 현 위치를 정확히 알릴 수 있어 유용하다.
GPS를 이용한 산행은 GPS 없이 산행할 때보다 한결 수월하다.
산행 중에 알바(가고자 하는 길에서 벗어나 엉뚱한 길로 가는 것을 '아르바이트' 라고 하며, 이것의 준말)가 없어지고 산행 후 내가 가고자 한길을 얼마나 정확히 진행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산행 후가 더 기다려지는 순간도 가끔 있다.
몇 주 전 삼척의 일출명소를 찾아서 산행할 때다. 일출 시각은 정해져 있어서 그 시간에 맞춰서 도착하려면 산행거리, 길 상태(눈이 많아서 진행이 늦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날씨 등을 고려해야 했다.
들머리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까지 일출시각에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최단 코스로 산행 거리를 조절하는데 이때 들머리 위치를 정확하게 정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 GPS다.
만약 거리를 너무 많이 줄였다면 일출을 기다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추위에 고생을 했을 것이고 또 거리를 짧게 줄였다면 일출을 못 보는 일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GPS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나곤 한다. 얼마 전 횡성에 있는 주봉산에서 봉복산 방향으로 산행할 때다. 주봉산 전 538.6m봉의 삼각점을 확인하기 위해서 산행하는데 봉우리 옆으로 임도가 있었다. 일행은 임도를 따라 진행하고 나와 다른 한 분 둘이서 그 봉우리를 향해서 올라가 삼각점을 확인하고 진행 방향으로 내려가려 하니 임도로 갔던 일행이 이곳으로 내려오기 어려우니 왔던 길로 되돌아가 내려오란다.
왔던 길로 돌아가 임도로 내려서서 우리가 진행하려 했던 위치에 도착해보니 538.6봉을 임도가 휘감고 있는데 임도로 내려서려면 약 5m의 절개지를 뛰어내려야 하는 상태다.
GPS나 지도에는 임도 표시가 없어서 완만한 능선으로 착각하고 진행했던 것이 이런 화근을 불러온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산에서 길을 잘못 들어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걸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화근이라 할 만하다. 이렇듯 아무리 좋은 장비도 산행의 어려움을 완전히 피할 수 있게 해주지는 못한다는 걸 알고 사용하면 더 즐거운 산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깜깜한 밤 산에서 목적지를 찾아갈 때 지도와 나침판이 필수지만 여기에 GPS가 있다면 얼마나 든든한지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내가 하는 오지산행은 잡목과 가시넝쿨과 씨름을 하며 하는 산행이기 때문에 독도법이 필수이며 거기에 또 다른 정확한 것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GPS다. 기계는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너무 기기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스스로의 능력으로 밤길을 헤쳐갈 수 없을 때는 GPS에 의존해야 한다.
요즘 전자제품은 기능이 다양해서 사용법 또한 복잡하다. 그러나 GPS는 한글을 알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산행 전 GPS에 트랙 입력하는 것과 산행 후 트랙을 확인하는 방법만 알면 산행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요즘은 GPS 사용법을 상세히 알려주는 인터넷 까페도 있기 때문에 사용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나의 경우 GPS를 처음 사용할 때 GPS 사용하는 게 숙달이 되지 않아 답답했는데 까페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서 지금은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다.
또 인터넷이 발달해서 내가 모르는 것은 인터넷으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GPS 사용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내가 쓰는 GPS는 마젤란 제품으로 좀 오래된 모델이다.
요즘 출시된 신형은 위성수신율이 좋아 계곡에서도 내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구형 GPS '마젤란 익스프로리스트600' 모델은 계곡이 조금만 깊어도 위성 수신이 잘 안 되는 기종이다.
그래서 처음 GPS를 사용할 때는 GPS에 트랙을 저장해서 산행했는데 수신율이 떨어지다 보니 하도 답답해서 내가 가는 산의 주요 지점을 저장해서 산행을 했다. 그렇게 하니 한결 수월하게 산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신형 기종들은 위성수신율이 좋아 어떤 곳에서도 현재 위치와 내가 가고자 하는 진행 방향을 정확하게 표시하기 때문에 GPS의 편리성은 강조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김길용(51세) 오지마운틴(http://cafe.daum.net/OGmountain) 회원이다.
참고:월간<산> 201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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