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2월 3일(일), 다소 춥고 화창한 날씨,
약 6시간에 걸친 산행 길
카라반들을 만난 듯한 덕유산
전주에서 출발하는
무주행 첫차를 타고
안성면에서 내린다.
마침 아침식사가 되는 곳이 있기에
식당에 들러 김치찌개를 시켜서
먹으려고 하는 순간
강한 화학조미료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구역질이 날 정도다
또 짜기는 어찌나 짠지
대충 먹고 나와
택시를 이용하며
안성면 소재지를 황급히 뜬다.
시간의 흐름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모든 것들이 다 멎은 것 같다.
오직 들리는 것은
내 거친 숨소리와
눈을 밟는 아이젠 소리만이
이 계곡에 미세하게
파장을 일으킬 뿐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도
아무 것도 들리지 않기를
바랄 때가 있고
그냥 시간이 정지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살아갈 시간보다는
살아온 시간이 더 애착이 가고
그립기 때문에
때로는 커다란 기둥에
단단히 묶어 놓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그런 것 같다.
노송에 붙들어 메고 싶다.
덕유산 향적봉을 알리는 이정표
산에서의 이정표는 반가움과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한
확인을 시켜주는 것이다.
즉 확고한 믿음이다.
우리 인생에도 이정표가 있다
살아온 시간, 살아갈 시간
정점의 시간
우리는 이정표의 거리처럼
남은 시간을 부지런히
또 땀을 흘리며
평탄한길, 고갯길, 너덜길, 내리막길
예상치 못한 길을 가야된다.
다만 이정표처럼
확고한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정상의 자리는 아니더라도
살아온 시간을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여유와 행복함이 있을 것이다.
동업령
갑자기 눈보라가 친다.
겨울 산
새삼스러울 것도 업지만
그 바람에 얼굴이 얼어버리고
숨소리도 얼어버리는 것 같다.
한 발짝이라도 대간 길에 갖다 놓으면
문득 문득 떠오르는 생각
우리 선조들의 地理認識
세계 어디에다 내 놓아도
지리에 대한 체계를 갖추어 놓았다.
地圖로는 모자라
긴 줄기부터 짧은 줄기까지
또 깊은 골부터 짧은 골까지
긴 강과 짧은 강을 나누는
글이야말로
거의 완벽에 가깝고
실체에 가까우니
다시 한번 우리 산줄기의
경이로움에 놀란다.
송계삼거리에 이르러 서는
추위가 잠시 주춤하고
눈길은 그야말로 하늘아래 낙원이다.
그런데 어제오늘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등산인구가 급수 적으로 늘고 있다
나 또한 그렇고
여러 사람들의 취미활동이라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문제는 더러는 자연훼손과
산에서의 심각한 음주산행,
만나는 팀마다 술 냄새, 간단히 한 두 잔은 좋겠지만
많은 량의 섭취는 자칫 잘못하면 저체온증과
흐릿한 판단력으로 안전사고를 불러일으킬 수가 있다.
또 많은 눈이 쌓였는데도 고령자분들은
월동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산행하는 것을 종종 볼 수가 있다.
누구를 위한 산행인지
건강 때문에 산을 찾은 것이
안전장비 소홀로 인하여 목숨을 잃는 것은 순간이다.
요즘은 이런 사고들을 흔히 보고 듣고 있다.
또 단체산행에서 흔히 볼 수가 있는 것인데
유행인지 아니면 이것도 하나의 패션인지
배낭에 달고 다니는 술잔과 종,
(멧돼지 등이 금속성을 싫어한다는 것은 안다)
마치 카라반들이 야크에 달고 다니는 종소리처럼
심각한 소리공해에 이르렀다.
자연은
나 혼자 만이 독차지하는
전유물은 아닌 것 같다.
길을 양보하는 산행예절, 산에서의 음주문화,
취사행위, 등 하지도 말고 생각지도 말자
우리의 산은 점차 병들어 가고 있다.
인간이라는 바이러스에 의해
산이 암에 걸려 있다.
거창에서 버스를 타고
전주로 가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내린다.
자주 다니는 길이지만
수승대, 안의의 광풍루, 농월정, 거연정은
아름다운 풍경이고
육십령은
두 지역을 연결해 주는
고리라 그런지
늘 정겹고
대간의 정기가 늘 꿈틀대고 있다.
▼ 그리운 덕유...그리고...하늘아래 우리 산자락.......
- 06:25 : 전주출발→무주 안성(버스요금 7,400원)
- 08:10 : 안성면 도착
- 08:50 : 산행시작(안성매표소)
- 10:40 : 동업령
- 11:40 : 백암봉(송계삼거리)
- 13:35 : 횡경재
- 14:50 : 송계사매표소
- 15:10 : 송계사매표소 출발→거창읍 이동(버스요금 2,550원)
- 16:15 : 거창출발→전주(버스요금 10,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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