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승지를 가다 - 충북 단양군 단성. 적성면
'동국여지승람' 은 충북 단양 (丹陽) 을 두고 '산과 물이 기이하고 아름답다' 고 한마디로 평했다.
산과 물, 계곡의 아름다움을 단양처럼 한곳에서 집중적으로 볼 수 있는 곳도 우리나라에서는 드물다.
비단을 펼쳐놓은 듯한 금수산의 품에 안겨 있는 적성면 품달촌 |
그래서 예부터 문인들이 즐겨 유람을 왔고 선비들의 휴식처가 됐다. 오늘날 역시 이곳은 월악산, 소백산국립공원과
충주호로 연계되는 관광의 중심지다.
'정감록' 역시 단양을 십승지에서 빠뜨리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단양 가차촌 (駕次村)' 을 피장처로 꼽았다.
문제는 가차촌이 어디인가다. 다른 십승지와는 달리 같은 이름이나 비슷한 지명이 지금까지 전해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 지역 향토연구가들은 대개 적성면 성곡리에 있는 가은산성 (可隱山城) 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이번 취재를 하기 위해 기자가 자료를 조사하던 중 '여지도서' 와 '호서읍지' 에서 '가차읍리' 의
기록을 찾게 됐다.
두 문헌은 단양 (현재의 단성면 소재지) 관문으로부터 20리 서쪽에 '가차읍리 (加次邑里 또는 佳次邑里)' 가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 같은 지역에 장회천 제방이 있다고 했다. 이로 미뤄 오늘날 단성면 장회리 일대가
바로 가차촌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단양팔경의 하나인 구담봉과 옥순봉 그리고 가은산성이 둘러싸고 있는 이곳은 피란처라기보다는 명승지다.
이곳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산천을 즐기고 환란시에는 가은산성으로 피란하지 않았나 싶다.
이를 입증하듯 '여지승람' 에는 고려말 왜구의 침입때 단양인은 물론 청풍과 제천 사람들까지 이 성에
피란했다고 전한다.
가차촌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데 반해 여전히 옛날의 지세와 이름을 유지하는 곳이 있다.
장회리에서 멀지 않은 적성면 품달촌 (品達村 : 상리와 현곡리 일대) 이 그곳이다.
해동 성리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우탁 (禹倬 ; 1262~1342) 선생의 탄생지이기도 한 품달촌은 금수산 (錦繡山) 이
진산이다.
금수산 정상은 마치 한자 품 (品) 자처럼 생겼다. 이는 관작의 품계 (品階) 를 뜻하며 품달이란 말의 어원이 됐다.
우탁선생 이후 조선조 영조때 영의정을 역임한 유척기 역시 이곳 사람이다. 아직도 한 명의 큰 인물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이곳 출신 여인들은 친정에 와서 몸을 푸는 관습이 생겼다. '요즘도 친정 와서 아기 낳는가' 라는
질문에 박옥자 (63) 씨는 웃음으로 대신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할머니들이 "아, 첫날밤이 어디 따로 있유.
만나면 즉석에서 끝내지. " 스스럼 없는 농담이 삶의 여유처럼 다가왔다. 또 물 한바가지 퍼주면서 150살까지
살라고 축원한다. 자신들은 "미수 (米壽 : 88세)가 보통" 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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