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승지를 가다 - 전북 부안 변산 호암(병바위)
변산 (邊山) 으로 가는 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산악의 나라 한반도에 이렇게 넒은 평야가 있었는가
하는 것이 그 첫째다. 이어 송기숙의 대하소설 '녹두장군' 의 첫 무대가 이곳 백산에서 펼쳐지는 이유를
반추하게 된다.
곡창지대와 혁명의 요람 - .우리 역사는 이 역설의 현장을 이곳에 펼쳐놓고 있다. 김제.만경평야의
서쪽 끝이 변산이다. 이중환의 '택리지' 를 읽어보자. "노령산맥의 한 줄기가 북쪽으로 부안에 와서
서해 가운데 쑥 들어갔다. 서쪽.남쪽.북쪽은 모두 바다이고 산 안에는 많은 봉우리와 수많은 구렁이
있는데 이것이 변산이다.
굴바위로 불리는 변산 호암. 굴 입구의 모습이 호리병을 닮았다. |
" 자칫 배수진을 처야 할 외통수의 땅이지만 비결은 이런 "변산의 호암 (壺岩 = 병바위) 아래" 가 십승지라 했다.
'남사고비결' 은 여기에다 단서조항을 넣고 있다. "탐라 (제주)가 다른 나라 땅이 되면 그렇지 않다.
" 변산에서 호암을 찾기란 매우 힘들다. 발음만 듣고 사람들이 가리키는 곳은 보안 (保安) 면 호암 (虎岩) 리다.
호랑이와 호리병은 거리가 너무 멀다.
그래서 우선 바위부터 찾는다. 우금산성에 우금바위가 있다. 우금바위 동남편이 개암사 계곡이다.
이곳은 너무 좁고 동쪽 김제평야와 얼굴을 맞대고 있다. 군부대의 초소로 제격이다. 우금산성 북쪽, 상서면
통정리에서 우슬재를 넘으면 쇠뿔바위을 만나게 된다.
변산에서 가장 높다는 의상봉을 왼쪽에 끼고 있는 쇠뿔바위, 청림리의 주산 (主山) 이다. 심상치 않다.
당연히 우공 (牛公) 이 먹을 식량 (잡초더미) 이 있어야 한다. 남쪽에 자그마한 노적봉이 있고 동리 이름도 노적이다.
고광충 (57) 씨는 "부안 고을에서 첫 손꼽는 마을이 노적" 이라고 한다. 진사 급제자가 가장 많았고
유명 부자는 이곳에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의 뒷말은 이곳이 십승지가 아님을 전한다. "6.25때 수복이
가장 늦었고 궁궐같은 기와집들은 모두 불타버렸다" 고 한다. 이제 남은 것은 '굴바위' 를 끼고 있는
보안면 우동 (牛洞) 리다.
이곳은 이성계가 젊은 시절 무예를 닦았다고 전해지는 성계골과 실학의 문을 연 반계 유형원이 경국 (經國) 의
꿈을 펼치던 곳. 이 마을 북쪽에 옥녀봉이 있고 그 줄기 끝이 굴바위다.
우동제방에서 바라보면 굴바위 입구의 모양이 영낙없는 호리병 모양이다.
우동리는 전형적인 삼태기형 지형이다. 앞이 터진 것 같으나 천마산이 막고 있다. 가히 욕심없이 살 수 있는 전원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단서조항, 변산과 탐라는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제주도가 '남의 땅이 된다' 는 것은
또 무슨 뜻인가. 땅을 두고 시간과 역사의 골짜기를 더듬는 것은 그래서 늘 흥분을 안겨준다.
- 변산 = 최영주 편집위원
'우리산줄기와만남 > 십승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십승지를 가다 - 충남 서천군 비인면 (0) | 2011.07.14 |
---|---|
십승지를 가다 - 충남 보령시 남포 (0) | 2011.07.14 |
십승지를 가다 - 전북 무주군 무풍면 (0) | 2011.07.14 |
십승지를 가다 - 경북 영주시 풍기 금계동 (0) | 2011.07.14 |
십승지를 가다 - 경북 상주 우복동 (0) | 2011.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