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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산줄기와만남/조석필의 산경표를 위하여

호남정맥 보고서 - 8. 우리들의 호남정맥

by 두타행 2011. 6. 28.

호남정맥 보고서 - 8. 우리들의 호남정맥

 

대간이나 정맥 종주등반을 경험했던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았던 소감은 "내나라 내 땅을 새롭게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였다.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공허한 수사어 또한 아니다. 종주를 마치고 나면 어느새 - 뭐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 이 땅의 사랑법이 진득하게  묻어있음을 느끼게 된다. 가을 들판의 고만고만한 산들만 봐도 달려가서 껴안고 싶은 충동 따위의...

그런 의미에서 정맥 종주는 교육적으로도 권할만한 일이다. 바쁘고 바쁜 세상에, 그것 때문에 몇달씩의 시간을 따로 내야할 이유는 없다. 며칠 여유가 있을 때 가까운 산줄기의 일부라도 걸으면 되는 것이고, 아니라면 한적한 주말에 한번씩 이어 걸어도 되는 것이다.

호남정맥은 세번 솟는다. 시작과 끝 그리고 에두른 복판이 천미터 넘게 솟아, 전체적으로 뫼 '山' 자를 연상케하는 골격을 갖추고 있다.  시작인 장안산(1237m)이 가장 높은 산이고, 다음으로 끝인 백운산(1218m), 중간인 무등산(1187m)의 순서이다. 그 외에 마이산(686m), 내장산(763m), 제암산(807m), 조계산(884m) 따위가 두드러진 산군을 이룬다.

산군은 중심이 되는 산 양쪽의 낮은 재를 경계로 해서 구분 될 수 있다. 98쪽 총람의 산군 분류는 그런식의 접근으로 이루어졌는데, 103쪽 고도표와 연계해서 살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정맥에서 가장 높은 재는 밀목재(750m), 가장 낮은재는 과치재(130m)로 기록된다. 이 경우 무령고개(930m)나 한재(850m)는 산군의 경계라기보다 산의 일부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백두대간의 영향권에 있는 장안.팔공산군이 가장 뚜렷한 산세를 보이는 반면, 영월부락국도에서 과치재에 이르는 16km는 그야말로 비산비야(非山非野) 지역이다(따라서 두개의 고속도로가 관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무등산군과 백운산군이 대표되는 산 하나로 뚜렷한 반면, 경각.내장.추월산군은 어슷비슷한 산들이 저마다를 뽐내는 영역이다. 특히 이 부근은 산세가 순하고 주변 경관이 뛰어나, 명승지의 요건을 갖춘 산들이 많다. 그에 비해 험악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계당.제암산군이 되겠다. 종주 기록에서도 밝혔듯 이 부근의 산들은 사람 다닐 곳이 못된다. 그래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땅이긴 하지만...

무등산과 존제산 일대는 군부대 철조망으로 해서 입산 금지이다. 사전 허가를 받아두지 않는한 통과하기 힘들 것이다. 무등산이야 우회로(신선대→장불재)라도 발달해 있지만, 존제산은 비켜갈 방법조차 없다. 무남이재에서 일단 하산한 후, 주랫재로 다시 올라붙는 방법이 최선이겠다.

정맥을 아는 방법에 등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 5만분의 일 지형도만 지참한다면 자동차 드라이브로 살펴볼 수 있는 곳도 많다. 원수분(原水分, 그림20-2)은 그 대표가 될 것이다. '물뿌랭이'라는 옛 이름과 함께 분수지지(分水之地)로 유명한 곳인데, 도로변의 호젓한(그 사이에 가게로 변했다는 후문이다) 김세호씨 댁이 그 상징 격이다. 초당골 국도(도엽명/갈담)는 옛날의 능선이 인간의 손 때를 타면 어떻게 변할 수있는가를 보여주고, 감상굴재(도엽명/담양)는 지맥(산날)이 정맥보다 높은 특이한 지형을 갖고 있으며, 윗보리밭(도엽명/갈담) 부근은 정맥이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보여주는 지형이기에 들러볼만하다. 지형도상 가장 까다로운 구간인 三水마을(그림 20-16) 부근은 마루금 그을때야 이게 과연 능선일가 의심스럽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면 정맥이 마루금 오른쪽을 분명한 단애(斷崖)로 떨구며 의연하게 뻗어 있는 곳이기에 또한 권할만 하다.

마지막으로, 호남정맥을 에워싼 여섯강(그림14 참조)의 이해를 위해 표1, 표2, 표3을 만들었다(다음 쪽 그림과 함께 보아주기 바란다). 39쪽 총람에는 호남정맥의 주요 산과 고개를 모두 적었고, 43쪽 구간상황표에 구간별 등산로 상태 및 소요시간 따위 실제 답사의 보고를 요약 했다.

그리하여 이제, 호남정맥 보고가 모두 된건지 모르겠다. 잊지못할 7월 10일 백운산의 밤, 그 황혼과 바람을 반추하며 마침내 좀 쉬어도 되는 건지도...

 

표1. 호남정맥 바깥 강의 발원과 하구

강이름

발원

하구

금강

만경강

동진강

영산강

탐진강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신무산)

완주군 구이면 안덕리(모악산)

정주시 용산동(내장산)

담양군 월산면 용흥리(병풍산)

영암군 금성면 세류리(궁성산)

군산시 금동

김제군 청하면 소토리

부안군 동진면 장등리

목포시 용당동

강진군 강진읍 남포리

 

 

표2. 섬진강 및 섬진 지류의 발원과 하구

물길이름

분류

발원

합수

비고

①섬진강

②추령천

③구림천

④오수천

⑤사천/경천

⑥옥과천

⑦요천

 

섬진강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팔공산)

순창군 복흥면 봉덕리
(내장산)

순창군 구림면 운복리
(여분산)

임실군 성수면 왕방리
(성수산)

순창군 금과면 목동리
(서암산)

곡성군 오산면 선세리
(△644)

장수군 번암면 지지리
(영취산)

광양군 진월면 망덕리

임실군 강진면 옥정리

임실군 덕치면 물구리

순창군 적성면 평남리

남원군 대강면 월탄리

곡성군 옥과면 합강리

곡성군 곡성읍 동산리

하구(河口)를 합수지점으로 삼았다

합수지점은 운암호에 잠겼다

'구림천 유역=구림면'이다

'작은'성수산(△876)을 말한다

사천(沙川)의 발원지를 적었다

오산면, 옥과면을 적신다

백두대간의 물을 많이 받는다

 

 

표3. 호남정맥상의 수분점

수분점

도엽명

개요

분1

영취산(1076)

함양

함양 백운산 북쪽 3.1km 지점의 삼각점 봉으로, 현지에서 영취산으로 부른다고 한다. 호남(금남)정맥의 시원(始原)이기는 하나 독립봉으로 보기에는 약한 느낌이다

분2

무명봉(565)(=주화산?)

진안

모래재(터널) 북쪽 0.6km 지점의 야트막한 봉우리로, 호남 및 금남정맥의 분기점이다(마이산이 분기점이 될 수는 없다). 이것을 주화산이라 부른다는 의견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분3

무명봉(360)

갈담

초당골국도 서쪽 0.9km, 묵방산 북쪽 1.3km 지점으로 지형도에서는 재(峙)로 읽히나 실제 지형은 작은 둔덕을 이루고 있다. 만경강과 동진강을 가른다

분4

무명봉(530)

담양

소죽엄재 서쪽 0.7km, 내장산과 백암산의 중간 지점이다. 여기서 입암산, 노령으로 뻗는 지맥이 영산강의 북쪽 울타리인데, 소위 '노령산맥'에 가장 유사한 흐름이다

분5

무명봉(430)

청풍

국사봉과 삼계봉의 중간 지점, 바람재 부근이다. 지맥은 월출산, 흑석산 지나 서해로 뻗으며(남해, 즉 두륜산 쪽은 아니다), 영산강과 탐진강을 나눈다

분6

사자산(666)

장흥

수분점 중 유일하게 봉우리다운 모습인데, 지맥은 천태산을 향하며(천관산이 아니다), 탐진강의 남쪽 경계이다. 지맥 동쪽의 물길들은 흐름이 약해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