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등산의 계획과 준비 - 등산의 가치와 선택
등산은 일반 스포츠와 여러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고 이런 특징은 "알피니즘"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알피니즘은 다른 스포츠와 달리 경쟁과 비교를 하지 않는 순수성을 강조해 왔다. 이것은 등산이 객관성 있는 평가를 받거나 자랑거리로 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등산철학의 테두리 안에서 자기만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등산이 시작된 이래 높이 올라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초등을 훌륭한 것으로 인정해 준다거나, 어려운 등반을 칭찬해 주며, 좀더 나은 등반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의 행위 대부분이 그렇듯이 등산에서도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과 드러나지 않은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등산철학을 가지고 하는 등반은 분명 자기 방식대로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자기가 추구하는 내면의 가치는 다른 사람이 추구하는 내면의 가치와 비교할 필요도 없고, 평가 할 수도 없는 고유한 순수영역인 것이다.
그러나 등반가가 자기 철학을 가지고 목표로 한 가치를 얻기 위해 또는 의미를 찾기 위해 해낸 등반은 어떤 등반방식 가운데 한가지로 나타나고 그것은 겉으로 나타나는 결과다.
따라서 이 결과에 대해 우리는 서로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가령 누군가가 한 등반은 아주 어려운 곳인데 참 잘했다거나 또는 그 등반은 이런 점이 아쉬웠는데 나는 좀더 멋지게 해야겠다하고 평가해 볼 수 있는 것이며, 등산의 정신이 아무리 숭고하다 해도 이렇게 밖으로 보여지는 등반의 세계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주말이면 가까운 산을 올라가며 일상에 찌든 정신을 맑게 하고, 계절에 따라 변하는 산의 모습에 감동하며 자연과 교감하면서 인생의 풍요를 즐기는 등산은 그 나름대로 비교할 수 없는 자기만족과 등산철학이 있다.
심지어 뒷산에 약수를 뜨러 가는 등산, 야유회 삼아 놀러 가는 등산, 케이블카 타고 오르는 등산도 모두 등산의 한가지 방식이며 그 의미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편 836.5m의 북한산 백운대를 오른 것과 2,774m의 백두산을 오르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것은 높이의 차이이며 그곳을 오른 등반가의 철학과는 관계없이 높기 때문에 더 어려운 등산을 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쉬는 날이면 맘에 맞는 사람들과 같이 가까운 암장을 찾아가 비록 쉬운 곳이지만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바윗길을 오르는 것과 누구도 오른 적인 없는 어려운 바윗길을 고된 훈련과 연습 끝에 오른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것은 쉬운 등반과 어려운 등반이라는 어려움의 차이인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차이를 비교해 보는 것을 등반의 가치라고 하며, 이런 가치는 보통 등반방식이 달라지면서 여러 가지 의미를 두는 가치들도 달라지게 된다.
오래 전에는 단순히 그 산의 정상에 서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상에서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좀더 어려운 길을 골라 곤란함을 이겨내고, 등반시간을 줄이고, 또 혼자 오르거나 산소를 쓰지 않는 방법을 택해서 끝없이 인간의 한계를 넓혀 나가는 것에 관심을 갖고 힘과 정열을 쏟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바위를 오르는 것도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올랐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진다. 하늘을 향해 곧게 치솟은 바위벽을 긴 사다리를 세워놓고 올라가는 것은 마치 높은 건물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는 것과 다를게 없다.
바위에 구멍을 내서 볼트를 박고 튼튼한 철사다 리를 써서 높고 어려운 바위를 올랐다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대단한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그런 행위를 대단하다고 인정해 주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등반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는다. 자신을 이겨내고 힘든 일을 이루어냈다는 성취감을 얻고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낸 뒤에 얻는 해탈과 비슷한 정신의 안정을 얻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더 높은 곳을 다른 사람과 다른 방법으로 오르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도전과 개척정신 때문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높이 올라가는 것만을 추구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높이보다는 위험과 어려움이 많은 곳을 오르는데 의미를 두기도 한다.
또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모험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깨끗하고 좋은 등반방식을 써서 오르는 등반윤리에 의미를 더 많이 두는 사람도 있다.
이런 등반방식 가운데 어느 한가지만 집중해서 추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양한 장르를 두루 추구하려는 사람도 있다.
등산이 추구하는 가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지만 여기서는 높이, 미지적(未知的)요소, 난이도, 위험, 고난 등 중요한 요소들만을 가지고 설명해 본다.
A는 가까운 근교등산 정도를 표현한 것인데 각 가치요소들의 크기가 작아 전체면적도 적다.
B는 미지적 요소, 난이도, 위험성은 적지만 어느 정도 고난이 따르고 높이도 제법 높은 등산을 표현한 것인데 알프스 몽블랑(4,807m)등반정도로 볼 수 있다.
C는 높이나 미지적 요소는 없지만 고난, 위험이 어느 정도 있고 높은 난이도를 추구하는 인수봉 정도의 암벽등반을 표현한 것이다.
D는 오직 극한의 난이도만을 추구하는 스포츠 클라이밍이다.
E는 난이도는 다소 적지만 위험, 고난, 높이를 추구하는 히말라야 고산등반을 표시한 것이다.
이 도표로 표시하는 면적이 큰 등반스타일은 작은 면적의 등반스타일보다 보다 큰 등반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각 요소들의 크기는 절대적인 값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난이라는 요소를 볼 때 어떤 사람에게는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는 것이 대단한 고난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쉬운 것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각자의 등산철학에는 자기 나름대로의 중요한 가치들이 있으며, 이 가치들은 다른 사람과 그 크기를 비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이 크기를 비교하는 것에 중요한 가치를 두는 사람은 그렇치 않겠지만)
결론적으로 보다 즐거운 등산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나름대로 등산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들을 생각해 보고, 자기만의 등산방식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주말하이커라도 그 나름의 즐거움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등반철학이라고 해서 어렵게만 여기고 거부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철학이라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하는 있는 행위의 본질을 규명하는 것이므로 등산을 하고 있다면 등산이 무엇이고 왜 산에 오르고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등산을 좀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
자기만의 방식과 가치가 있다면 그 가치를 좀 더 높여나가는 것이 등산의 참 맛이라고 강조한다.
즉 자기만의 가치도표를 그려보고 그 영역의 크기를 넓혀 나가는 것이다.
주말근교산행을 따라만 다니다가 점차 자신이 새로운 산과 코스를 찾아 나서고 설악산의 숨겨진 계곡과 능선으로 자신의 등산영역을 넓혀 나갈 때 참된 등산의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자료출처 : 코오롱등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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