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白頭大幹) 들어가기
‘백두대간(白頭大幹)’‘은 한반도의 정점이요 겨레의 상징인 "백두산 천지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한줄기로 이어져 뻗어나가는 장대한 산줄기를 말한다. 이 땅의 자연 생태계의 중심 축(軸)이자 배달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생활의 현장인 것이다.
남북의 큰 산을 하나로 잇고있는 마루금의 지도상 거리가 1천625km에 달하며, 실제 걷는 산행거리는 약 2천km 내외로 추정된다.
흔히 백두대간을 마루금, 하늘금, 용마름, 등줄기, 근골, 척추, 중심축 등으로도 표현한다. 이는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크나큰 산줄기로서, 이 땅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생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인식하는 말이다.
조선시대 여암 신경준(申景濬 1712∼1781) 의 『여지고(輿地考)』를 바탕으로 편찬된 ‘산경표(山經表)’ 는 우리 민족 고유의 산줄기 흐름을 토대로 집필한 전통 지리서로서.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산은 물의 근원임을 파악하고 있으며 강이 되어 바다로 흐르는 물줄기처럼 산줄기 역시 전체적인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명료하게 밝혀주고 있다.
또한 실제 내용상으로 백두대간이 최초로 나타난 문헌인 10세기 초 신라말 승려 도선이 지은 ‘옥룡기(玉龍記)’에는, “우리나라는 백두에서 일어나 지리에서 마쳤으니, 그 형세가 물을 근원으로 하고 나무를 줄기로 한 땅이다…”라고 표현되어 있다.
전체 ‘1대간 1정간 13정맥’의 총 15개의 산줄기들을 정리·연결하여 체계화한 산경표에는, 무수히 많은 산과 산들이 끊기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있는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산경표에 표시된 산줄기의 내용과 이름은 다음과 같다.
* 1대간
백두대간:백두산→연지봉→허항령→보다회산→사이봉→완항령→어은령→원산→마등령→괘산령→황토령→천수령→ 조가령→후치령→향령→태백산→부전령→대백역산→황초령→사향산→설한령→낭림산→상검산→마유산→횡천령→ 두무산→애전산→철옹산→오강산→운령→무라발산→거차산→토령→장좌령→대아치→죽전령→기린령→재령산→ 화여산→두류산→노동현→반룡산→마은산→노인치→박달령→백학산→예운령→설탄령→분수령→청하령→추포령→ 풍류산→철령→판기령→기죽령→저유령→추지령→판막령→선령→온정령→금강산→회전령→진부령→마기라산→ 흘리령→미시파령→설악→오색령→연수령→조침령→구룡령→오대산→대관령→ 삽당령→백봉령→청옥산→두타산→ 죽현→건의령→대박산→태백산→수다산→백병산→마아산→곶적산→소백산→죽령→도솔산→작성산→대미산→계립산→ 조령→이화현→희양산→주현→대야산→불일산→화산→속리산→구봉산→봉황산→웅현→웅이산→고산→흑운산→추풍령→ 계방산→황악산→삼성산→우두산→삼도봉→대덕산→덕유산→백암봉→봉황산→육십치→장안치→본월치→백운산→기치→ 유치→여원치→지리산
* 1정간
장백정간:원산(함경도 두류산)∼서수라곶산(함경북도 두만강 하구)
* 13정맥
청북정맥: 낭림산∼미곶산(평안북도 신의주, 압록강 하구)
청남정맥: 낭림산∼묘향산∼광량진(평안남도 대동강 하구)
해서정맥: 개연산∼장산곶(황해도)
임진북예성남정맥: 개연산∼송악산(개성)∼풍덕치(경기도)
한북정맥: 분수령∼대성산∼북한산(서울)∼장명산(경기도)
한남정맥: 칠현산∼광교산(수원)∼수리산∼김포평야 구릉∼문수산(경기도 보구곶리, 강화도)
한남금북정맥: 속리산∼칠현산(경기도 안성)
금북정맥: 칠현산∼수덕산∼안흥진(충남 태안반도)
금남정맥: 마이산∼대둔산∼계룡산(공주)∼조룡산(충청남도 부여)
금남호남정맥: 장안치(영취산)∼마이산(전라북도 진안)
호남정맥: 마이산∼내장산∼무등산(광주)∼백운산(전라남도)
낙동정맥: 태백산(매봉산)∼주왕산∼금정산∼몰운대(경상남도 부산 다대포)
낙남정맥: 지리산(영신봉)∼무학산(마산)∼분산(경남 김해, 낙동강 하구)
이처럼 백두대간은 민족의 정기와 정서를 품고있는 나라 땅의 핵심으로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인간과 자연의 필연적인 공존을 싱싱하게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옛부터 우리 조상들은 산을 물줄기처럼 끊어지지 않는 맥으로 보았으며, 산과 강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여 조화를 이루는 ‘상생(相生)의 정신’으로 인식했다. 그리하여 “산은 물을 낳고, 물은 산을 가르지 않는다”고 여겼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산줄기를 인식하는 중요한 개념인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인 것이다.
이와같이 산자분수령의 원리에 입각해 이 땅의 산줄기를 인식하는 정신이자 실체가 바로 백두대간이다. 그러나 치욕적인 일제 식민시대를 거치며 조상들의 지혜와 철학인 ‘백두대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인위적인 ‘산맥’ 개념이 대신하게 되었다.
▲ '백두산 천지'/ 도병훈 그림 -2002. 8월
이같은 산맥과 그 이름들을 갖게 된 것은, 한일합방 이후 쌀·금·목재 등의 수탈을 위한 기초 조사와 연구를 목적으로 고토 분지로(小藤文次郞)라는 일본의 지질학자가 1900년초 2차(14개월)에 걸쳐 시행한 한반도의 지질조사 결과를, 1903년 동경에서 ‘조선의 산악론(朝鮮山岳論)’이라는 논문과 지질구조도(地質構造圖 1/200,000)를 통해 발표하면서부터다. 이후‘한국지리’라는 일본 교과서에 지질구조 개념에 따라 한반도의 산맥을 규정했으며, 1905년 조선통감부 체제로 들어간 ‘고등소학 대한지지’라는 한국 교과서에 그대로 실어 전통적인 이 땅의 산맥 분류 체계가 왜곡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일제의 민족 정기와 고유문화 말살정책의 결과다.
더욱 안타깝고 이해 못할 일은 해방후 반세기가 지난 오늘까지도 대한민국 학생들이 공부하는 공통사회 한국지리 교과서와 지리부도에 백두대간이란 표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일본인들이 만들어낸 마천령산맥·함경산맥·낭림산맥·태백산맥·소백산맥 등 다섯개의 산맥으로 분절돼 표기되어 있으며, 정맥은 묘향산맥·멸악산맥·광주산맥·차령산맥·노령산맥 등 십여개의 산맥이 거의 인위적인 직선으로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국립지리원 발행 지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북한은 1996년 1월, ‘일제 유물을 청산하는 차원에서’ 한반도 산맥체계를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 ‘백두대산줄기’ 체계로 전면 개편하였다.
세상사 ‘선치중후행마(先治中後行馬)’라 했거늘, 최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해 흥분하고 성토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의 내부문제(지도와 지리 교과서 수정)부터 확실하게 해결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이자 순서라고 판단한다.
백여년을 잠자던 백두대간이 깨어나 용틀임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년전인 1980년대로, 선각자인 이우형 선생(지도제작자)과 소수의 산악인들에 의해서 복원되기 시작됐다.
고서점에서 우연히 입수한 산경표(육당 최남선 선생이 주축이 된 조선광문회에서 1913년 발간한 인쇄본)와 고산자 김정호(金正浩 1804∼1866 ?)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를 확인하면서 마침내 백두대간이라는 숨겨진 진실에 대해 대오각성을 한 것이다.
필자는 2000년 12월, 이우형 선생(2001년 4월 작고)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것에 대한 자존심을 간직하고 되찾을 것”을 힘주어 말씀하신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
다음의 글은 마음 속 깊이 간직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일제가 지하자원의 수탈을 위해 세운 태백산맥이니 차령산맥이니 하는 지리 개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질학에서나 필요한 개념일까, 우리 강토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거의 무용지물인 것이죠.
산에서 비롯된 물줄기의 흐름이 바뀌면 기후나 토양도 바뀌며 거기에 기대어 사는 사람의 품성도 바뀌는 것인데, 우리는 어처구니 없게도 그 일제의 지리 개념에 의해 무감각해진 채 별 생각없이 마구 파헤치고 있는 겁니다. 우리 조상은 이 땅을 뼈와 피의 흐름을 가진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여겨왔습니다.
그리고 ‘대동여지도’는 그런 인식의 구현입니다. 이를 통해 잃을 뻔했던, 그 현명했던 땅에 대한 인식을 되찾는 일이 곧 불구가 되어가는 이 강토를 살리는 길입니다.” (이우형, 월간 산, 1990. 12)
부디 ‘백두대간’이라는 화두와 실체가 개개인은 물론 남북한 우리 민족 모두의 생존에 절실한 의미요 미래의 희망(비젼)으로 다가서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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