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산줄기와만남/우리산줄기&역사

백두대간 두걸음 - 왜 백두대간인가

by 두타행 2015. 10. 30.

왜 백두대간인가

 


백두대간이란 말은 이제 어느 정도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다. 많은 산악인들이 홍보를 해왔고, 각 산악회마다 백두대간 종주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등뼈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대간이라는 인식이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대간과 정간, 정맥에 대한 개념과 일제가 우리에게 남겨준 산맥개념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대간과 정간은 우리 고유의 지리학이며, 지리의 모양 그대로 서술한 지리인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에 산맥이란 땅속의 지질구조선에 근거하여 땅 위의 산들을 분류한 선으로 인위적으로 가공된 지질학적인 선이다.



이러한 대간과 정맥 개념은 1769년 여암 신경준이 펴낸 『산경표』(山經表 : 이 책의 편자에 대해서는 이 글 맨 아래에 다른 의견이 있으니 참고 바람. - 홈지기)라는 지리서에 나타난다. 선조들은 산과 강을 하나의 유기적인 자연구조로 보고 그 사이에 얽힌 원리를 찾는데 그 근간을 두었다. 『산경표』에 나타난 1대간 1정간 13정맥은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라 하겠다.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분류한 것은 어느 개인의 돌출된 아이디어가 아니라 축적된 지리인식의 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산맥이란 일본인들의 개념이 그대로 교과서에 실려 오늘날까지 우리 아들 딸들에게 그대로 가르치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태백산맥이니 소백산맥이니 하는 산맥명칭은 이제 우리고유의 산줄기 인식에 따라 백두대간,호남정맥, 한북정맥 등의 명칭으로 되돌려져야 한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운동에 앞장 서야 될 것으로 생각해서 앞으로 대간과 정간, 정맥 그리고 산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연재할 예정이다.



산맥이라는 용어는 일제가 조선강점을 기정사실 해 나가던 무렵인 1903년 일본인 지리학자 고토 분지로(小藤文次郞)의 손에 의해 태어났다. 그이는 조선의 지질을 연구하여 <한반도의 지질구조도>라는 것을 발표하였고,거기에 기초하여 태백산맥, 소백산맥, 차령산맥 등의 산맥이름이 생겨나게 되었다. 고토가 우리나라 땅을 조사한 것은 1900년 및 1902년 두 차례에 걸친 14개월 동안이었다. 한 나라의 지질구조를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 그만한 기간에 완전하게 조사했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03년에 발표된 한 개인의 이 지질학적 연구성과는 우리나라 지리학의 기초로 자리잡아 『산경표』를 대신하여 지리교과서에 들어 앉게 되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다음 두 가지를 눈여겨 보자.
첫째, 지질학적인 연구가 지리학 연구보다 선행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시의 추세에 의한 학문적인 욕구로 볼 수도 있으나, 식민지 지하자원의 수탈을 염두에 둔 우선 사업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 현실의 지리와 어울리지 않는 지질구조의 성급한 도입에 다른 의도는 없었는가. 그것이 실수였건 의도적이었건 지질학이 지리학의 뼈대로 자리잡는 순간부터 우리나라 국토인식의 왜곡, 문화전통의 왜곡, 역사의 왜곡, 총체적 민족자존심의 왜곡 내지 상실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호남정맥과 노령산맥의 차이는 그 이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호남정맥이 노령산맥으로 바뀌었다"는 말은 산줄기는 같은 산줄기인데 이름만 '호남'에서 '노령'으로 바뀌었다는 뜻이 아니라, '정맥'으로 표현되는 지리체계가 사라지고, '산맥'으로 표현되는 체계가 도입되었다"는 뜻이다. 반복하자면 정맥과 산맥은 지리인식의 출발이 다르고, 분류방법이 다르며, 당연히 산줄기에 포함되는 산들도 다르다. 결과적으로 산줄기 이름이 같지 않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가 될 뿐이다.



산맥개념
1) 땅속의 지질구조선에 근거하여 땅 위의 산들을 분류하였다.
2) 따라서 산맥선은 도중에 강(또는 바다)에 의해 여러 차례 끊기고
3) 실제 지형과 일치하지 않으며
4) 인위적으로 가공된 지질학적인 선이다.



『산경표』
1) 땅 위에 실존하는 산과 강에 기초하여 산줄기를 그렸다.
2) 따라서 산줄기는 산에서 산으로만 이어지고
3) 실제 지형과 일치하며
4) 지리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선이다.



산맥개념의 문제점

앞서도 말한대로 산맥이란 땅 속의 일정한 선을 기준으로 땅 위의 산을 분류하였기에 실제의 산줄기와 일치하지 못한다. 기준을 삼은 지질구조선은 강은 물론 바다를 건너서까지 일직선으로 그려져 있다. 이론에 따르면 그 선들은 중국까지 이어져 있다. 예를 들면 마식령산맥의 선은 바다를 건너 강화도까지 이어져 있다. 또한 백두산에서 뻗어 내린 마천령산맥은 동해바다로 사라져 버린다.



대부분의 지질구조선은 직선으로 그어져 있어, 땅 위의 산줄기가 구불구불하게 이어지는 것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산맥개념은 지하의 지질구조선을 기준으로 땅 위의 산줄기를 그리기 때문에 산과 강을 포함하게 된다. 예를 들어 노령산맥만 해도 속리산에서 금강을 건너야 운장산에 닿게 되어 있다. 이것만 해도 문제인데 산맥개념은 "산맥에는 강도 포함되어 있다"라는 사실 조차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즉 "땅맥"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그 선을 산맥 즉 "산들의 맥"이란 이름으로 교묘히 포장해 왔던 것이다.



현행 산맥개념은 본질적으로 분류기준의 모호함, 즉 주관적 판단을 배제할 원칙이 수립되어 있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을 잣대로 삼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맥개념이 안고 있는 보다 큰 잠재적 문제점은 인문사회와의 연계 때 더욱 두드러질 것을 생각된다. 현실에 맞지 않는 산맥이 역사나 문화의 연구에 기초자료로 제공되었을 때 왜곡상이라,얼핏 드러나지 않는 것이기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앞에서 말한대로 고토 분지로가 <한반도의 지질구조도>를 발표한 것은 1903년이었고, 야쓰쇼에이(矢津昌永)의 『한국지리』는 그에 근거한 것이다. 그리하여 1908년의 지리교과서에서는 '신식'지리개념인 산맥개념이 전래의 산줄기인식을 대신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산지는 종래 구조의 검사가 정확하지 못하여, 산맥의 높이가 태반 오차를 면치 못하고 있으므로 일본의 전문대가인 야쓰쇼에이의 지리를 채용하여 산맥을 개정하노라"



그러면 지금도 계속되는 잘못되는 교육의 예를 보자. 사회과 교과서에 나오는 말들을 중심으로....

# 태백산맥은 우리나라의 등뼈다.

한쪽으로 치우친 선을 등뼈라고 하는 것은 옆모습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정상체위라면 등뼈는 몸의 중심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등뼈라는 표현 속에는 암암리에 한반도가 대륙에 인사하는 모습임을 교육하고 있다. 고토 분지로는 '한반도가 토끼처럼 생겼다.'는 소위 토끼형국론에서 "..앞부분 생략..조선인들은 자기나라 외형에 대해 '형태는 노인의 모습이고, 나이가 많아서 허리는 굽고, 양손은 팔짱을 끼고 지나(중국대륙)에 인사하는 모습과 같다..후략 ..'라고 여기고 있다. 한반도가 토끼처럼 생겼다는 것은 지질구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인데 지질학자인 고토가 이런 주장을 펴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는 토끼처럼 생겼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된다.



조석필 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글쓴이는 "우리나라 땅이 토끼처럼 생겼다" 는 이야기를 초등학교 때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다. (그 기억은 지금도 선연하다.) 그리하여 내 땅이 '토끼'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의 선생님은 물론, '선생님의 선생님'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얼마나 끈질긴 것인가. 교육, 그 한번 뿌린 내린 씨앗의 생명력이라는 것. 오늘도 이 땅의 어느 교실에선가는 "우리나라는 꼭 토끼처럼 생겼단다."하고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생각이 미쳐 집 아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생김새에 대해서 학교에서 들은 적이 있니?" 물었더니 "토끼!" 그랬다.



# 태백산맥은 우리나라를 동서로 가르고 있다.

바로 위 글에서 우리는 지리인식 왜곡의 한 전형을 보게 된다. 과연 태백산맥이 정말로 우리나라를 동서로 가르고 있는 산줄기인가? 일반적으로 '동서로 가른다'는 표현은 나뉜 동과 서가 어느 정도의 세력균형을 이룬다는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태백산맥의 경우, 동서의 균형은 고사하고 나라를 가르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길이의 왜소함이 먼저 눈에 띈다.나라 길이의 전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태백산맥은 그 위치, 길이, 산세 세가지 측면 모두에서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나라를 동서로 가르는 크고 험한 기둥 산줄기"의 자격에 미달하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태백산맥이 우리나라의 중추를 구성하고 있다는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 태백산맥이 우리나라의 중심산줄기이다.

금강산과 설악산이 포함되는 태백산맥 북부는 우리나라의 중심산줄기가 되기에 손색이 없지만, 태백의 남부는 그렇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는 태백산맥 전부가 우리나라 중심산줄기라고 믿어 왔다. 실제로 태백산맥의 남부는 평균 오륙백 높이인데 그만한 산줄기는 나라 안에 널려 있는 형편이다. 이는 절대로 우리나라 중심산줄기가 될 수 없다. 산맥개념으로 인해서 이와 같은 혼돈이 오는 것이다.



『산경표』는 우리나라 땅의 실존하는 모양 그대로 그린 그림이고, 산맥은 지하의 지질구조선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지형과 일치하지 않음을 앞서 검토해 보았다. 산맥개념에 의해서 백두대간은 마천령산맥, 태백산맥의 일부, 소백산맥 등으로 분해되어 이 땅의 지리인식을 흐리게 한다. 산맥개념으로 인해서 백두의 상징성이 자연 폄하되고, 백두대간의 분해에 의해서 나라의 기둥 산줄기 무게의 중심이 분산되었다.



실제적으로 백두대간이 나라를 동서로 양분하며, 백두대간으로 갈려지는 동쪽과 서쪽은 물길도 서로 섞일 수 없으며, 대간으로 인한 지리적 험준함으로 세시풍속도 달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산경표』에 분류되는 산줄기는 어떤 원리와 뜻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그것은 땅과 물줄기의 이해를 돕게 된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바로 이것이 『산경표』 원리의 시작이요 끝이다. 대간과 정맥 분류의 발상이자 완결이다. 번역을 한다면 '산은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 즉 경계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양쪽 물을 가르고 있다는 뜻이 포함된다. 산이 물을 가르고 있고,물이 산을 넘어가지 못한다. 산은 곧 양쪽 물줄기의 젖줄인 동시에 울타리이기도 하다. 그 선은 곧 두 물줄기의 분수령인 것이다.



우리가 산에 올라 가서 보면 좌우 양쪽이다 잘 내려다 보이는 곳이 있다. 그곳이 바로 능선이다. 능선은 산의 양쪽 사면이 만나는 지형으로 능선 중에 가장 높은 곳을 산봉우리라 부르고, 가장 낯은 곳을 재 또는 안부라고 한다. 이렇게 산봉우리, 재, 능선, 재, 봉우리, 능선 순으로 길게 뻗어나간 지형을 그냥 "능선"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 규모가 클 때는 산줄기라고 한다. 산줄기는 짧게 끝나버리는 작은 지릉에서부터, 땅 끝에서 백두산까지 길게 이어지는 큰 규모도 있다.



우리가 하산을 시작하여 한 10여분 능선에서 내려서면 계곡이 시작되는 곳이 있다. 이곳이 곧 물길이 발원하는 곳이다. 이것은 내려 갈수록 점점 더 규모가 커져서 물줄기도 굵어지고 소리도 크게 된다. 또한 옆의 계곡과 세력이 합쳐져 산을 벗어나게 되면 개울이나 내가 되고, 마침내 강을 이루게 된다. 계곡이 끝나고 개울이나 내가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고, 길도 나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것들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지리적 사실
1)능선에는 물이 없다.
2)계곡은 물길 머리에 있는 능선보다 반드시 더 낮은 곳에서 시작된다.
3)두 능선 사이에는 반드시 하나의 계곡이 있다. 또한 두 계곡 사이에는 언제나 능선이 하나 있다.
4)물길은 끊기는 법이 없이 이어져 흐른다.



인문적 사실
1)능선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2)사람은 물가에 산다.물길이 커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모여 산다.



지리적 사실을 검토해 본다.
1)능선에는 물이 없다.
2)계곡은 물길 머리에 있는 능선보다 반드시 더 낮은 곳에서 시작된다.
3)두 능선 사이에는 반드시 하나의 계곡이 있다. 또한 두 계곡 사이에는 언제나 능선이 하나 있다.
4)물길은 끊기는 법이 없이 이어져 흐른다.



우리는 지리적 사실에서 "물길은 능선보다 낮은 곳에서 시작한다"는 말은 곧 "능선에는 물이 없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덧붙이자면, 물의 원천은 산이다. 즉 산은 물길의 젖줄임을 인식해야 한다. 계곡에서, 강에서 하루 종일 흘러 다니는 물 방울 하나하나는 모두 산에서 스며 나온 것이다.



지리적인 사실 3)에서 "두 능선사이에는 반드시 하나의 계곡이 있다. 또한 두 계곡 사이에는 언제나 능선이 하나 있다"는 내용을 검토해 보면 능선과 계곡은 일대일 대응하여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능선과 계곡은 '네거티브 필름'과 사진의 관계처럼 뗄 수 없는 역상구조의 관계이다. 즉 톱니바퀴와 같이 맞물려 돌아가는 관계라 할 수 있다. 필름을 보면 인화될 사진을 짐작할 수 있듯이, 강줄기를 보면 산줄기의 흐름을 짐작할 수가 있다. 그 사실은 함축적으로 표현하면 "강이 흐르듯 산도 흐른다"는 정의다.



지리적 사실 4)에서 "강은 끊기지 않고, 이어져 흐른다"라고 하였기에 산도 물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흐름으로 이어져 있다. 다만 일정하게 내려 흐르는 강과는 달리 오르락내리락 하기 때문에 얼핏 그 맥을 알아 보기 어려울 뿐이다.



지리적 사실 1)~4)는 산을 이해하려면 강을 보면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강줄기를 분류하고 나면 산줄기는 저절로 나뉜다는 사실도 가르쳐 준다.



이번엔 강에 대해서 알아 보자.

하나의 강을 이루는 물줄기는 수백, 수천이다. 이 물줄기들은 제각기 독립된 시작점을 갖고 있고, 그것들 하나하나가 강의 수원이 된다. 넓은 의미로 보면 이들 모두를 발원지라고 해야겠으나, 통일된 기준에 의해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발원 : 수천,수백이 되는 강의 시작점 중에서 하구로부터 물길을 거슬러 올라 가면서 측정한 거리가 가장 긴 시작점을 특별히 그 강의 발원이라고 한다. (물론 강의 거리는 직선거리가 아니다.)



본류와 지류 : 발원지에서 하구에 이르는 가장 긴 하나의 물줄기를 그 강의 '본류'로 삼고 강 이름을 그 줄기에 부여한다. 그 외에 곁가지는 '지류'라 하여 별도의 이름이 붙인다.



강의 길이 : 강의 길이는 본류의 길이를 말한다. 물론 지류의 길이는 포함되지 않으며, 지류보다 더 적은 곁가지들의 길이 역시 포함되지 않는다.



유역면적 : 강의 세력을 말하는 것으로 길이가 아닌 지류를 포함한 그 강의 모든 물줄기를 에워싼 지역의 넓이를 말한다. 즉 분수계(分水界)에 의하여 둘러 싸인 면적을 말한다. 분수계란 하나의 강을 산줄기로 에워 싸는데 필요한 산줄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낙동강 수계라고 하면 낙동강을 온전히 둘러 싸기 위해 태백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일부와 낙동정맥 그리고 낙남정맥으로 둘러 싸인 지역을 말한다.



선조들은 산과 강을 하나의 유기적인 자연구조로 보고, 그 사이에 얽힌 원리를 찾는데 지리학의 근거를 두었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이것이야 말로 『산경표』 원리의 시작이요 끝이다.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건너가지 않는다. 산이 스스로 분수령이 되는 것이다. 산은 양쪽 물줄기의 젖줄이면서 울타리이기도 하다. 그 산이 이어지는 줄기가 곧 분수령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줄기로 이어지는 지형을 관찰해 보니 백두산에서 시작해서 두류산, 금강산, 오대산,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 영취산,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가장 큰 줄기가 있음을 알고, 이름을 백두대간이라 했다. 그것은 곧 우리나라의 지형을 동서로 양분하며, 대간에는 웬만한 큰 산은 모두 포괄하고 있어 이 산줄기를 우리나라 모든 산줄기의 기둥으로 삼은 것이다.



백두대간에서 장백정간을 비롯하여 청북, 해서, 한북, 한남, 낙동, 낙남 등의 정맥들이 뻗어 나간다. 『산경표』가 분류하고 있는 산줄기는 1 대간, 1 정간, 13 정맥이다. 백두대간은 나라를 동서로 양분하고 있으며, 동쪽 물길과 서쪽 물길이 서로 섞이지 않는다는 지리적 사실을 아울러 일깨워 주기도 한다. 대간에서 갈래 쳐 나온 산줄기는 1 정간,13 정맥으로 모두 14개인데, 이들은 우리나라의 열개의 큰 강을 각각 구획하는 울타리들이다. 그러한 연유로 해서 정맥의 이름은 에워싸고 있는 물길에서 대부분 따오게 된다. 1정간과 13개 정맥으로 구획되는 분수계 유역면적상 우리나라 10대강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의 지리 인식의 수준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



# 유역면적상의 10대 강 (괄호 안은 강의 길이,단위는 km)
1. 압록강(790) 2. 한강(514) 3. 낙동강(525) 4. 대동강(439) 5. 두만강(521) 6. 금강(401) 7. 임진강(254) 8. 청천강(199) 9. 섬진강(212) 10. 예성강(174)



산자분수령에서 파생되는 이치를 더 살펴보자. 하나의 산에서 물을 건너지 않고 다른 산으로 가는 길은 반드시 있고, 그 길은 오직 하나 뿐이다. '물을 건너지 않는다'는 말은 결국 능선 길을 밟아 나간다는 뜻이다. 또한 그 길은 반드시 이어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백두대간을 타고 백두산까지 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능선길이란 5만분의 일 지형도에서 마루금으로 표현된다. 마루금을 잇는 그림이 바로 『산경표』를 바탕으로 한 <산경도>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전국 모든 지역의 개념도를 하나로 잇댄 산줄기 그림으로 이해하면 된다. 다만 <산경도>는 여러 산줄기 중에서 어느 것이 크고, 중요한 줄기인가를 가려 강조해서 그렸고, 거기에 이름을 덧붙인 것이다.



그것은 실제 지형의 축소 복사이며, 동시에 수계도(水界圖)라고 할 수 있다. 수계도로 구분 짓는 구역은 곧 문화의 동질성을 갖게 되는 구획이다. 같은 수계도의 구역은 같은 생활권이며, 문화가 같을 수밖에 없다. 곧 <산경도>에서 표현하는 지리는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게 한다. 산맥개념에서 표현하는 산맥지형도는 땅속의 지질 구조선이 바탕이 된 '임의 작도' 그림인데, 『산경표』의 정신을 표현한 <산경도>는 실제 지형의 축소 복사임을 알 수 있다. 『산경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산경도>는 이 땅의 산과 강을 있는 그대로 그린 지도이다. 이것은 선조들의 지리 인식이기도 하다. <산경도>는 이 땅의 지리를 있는 그대로 가르쳐 주며, 가장 중요한 산이 백두산임을 알려 주고, 그 백두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 백두대간이 이 땅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잣대임을 말해 준다.



반면에 산맥개념에 의한 산맥지형도는 땅속의 지질 구조선을 기준하여 그린 지도이다. 그것은 실제 지형과 어울리지 않으며,그것은 땅맥이라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일본인들이 그려준 산맥지형도는 이 땅의 지리 무대에서 백두의 존재를 희미하게 하였고, 산줄기의 무게 중심을 여러 곳으로 분산시켰으며, 결과적으로 지리인식을 흐리게 하였다. 또한 그에 수반하는 역사 및 문화인식에 혼란이 초래되었음은 말 할 것도 없다. 이와같이 요약되는 『산경표』의 정당성이 지질구조선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땅의 생성과정에서부터 미래의 예측에 이르기까지 지질구조연구가 담당해야 할 부분은 무척 크고, 방대하며 중요하다. 다만 그것이 전문가에게 할당된 몫임을 강조한다.



땅 위의 산과 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학생들에게 땅속의 지질구조선부터 가르치는 것은 바른 선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제가 우리에게 남겨준 산맥개념은 대간, 정간, 정맥의 『산경표』를 바탕으로 하는 백두대간, 한북정맥 그리고 호남정맥 등의 개념으로 바뀌어져야 한다. 그것이 실제 지형과 일치하며, 지리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선이기에 그리고 우리 고유의 지리인식의 표출이기에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는 일제가 남긴 유산인 산맥개념이 아닌 『산경표』가 바탕이 되는 교육을 우리 세대에서 되돌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운동에 산을 사랑하고 아끼는 산악인들이 앞장서야 될 것으로 믿는다. 일제 때 우리에게 전수해준 산맥개념을 일본인들 스스로도 버린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우리는 아들, 딸들에게 태백산맥이니 소백산맥으로 가르친다. 공비가 출몰한 지역에서 공비들이 태백산맥을 타고 이북으로 도주하다고 언론에서 표현한다. 태백산맥 대신 백두대간을 타고 북상한다는 신문기사를 볼 수 있는 날이 언제인지?



참다운 백두대간의 의미를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을 때 내가 사는 이 땅의 지리를 『산경표』의 정신으로 알고 있게 되리라.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는 올바른 지리 인식을 가르쳐야 되지 않겠는가. 일제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우리는 이것을 청산하는데 다소 소홀하지나 않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연재를 하면서 혹시 내가 잘 못 알고 있는 부분은 없었는지, 공부가 부족했음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산맥개념을 올바로 알자.' 그리고 『산경표』에 나타난 우리 선조들의 지리인식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었던 것이 연재를 하게 된 동기였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 주시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본 내용은 조석필 님이 쓰신 『산경표를 위하여』라는 책에서 발췌)

의 글은 <산맥개념과 『산경표』>라는 제목으로 지난 1996년 9월 9일부터 9월말까지 현용권 (ykhyun)이라는 분이 어느 통신상에 올린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조석필 님의『태백산맥은 없다』의 기초가 되었던 『산경표를 위하여( 사람과 산. 1994)』를 요약 정리한 것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또 한번 보이지 않는 분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산경표』의 지은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대표적인 견해가 있습니다. 박용수님은 『산경표』(푸른산, 1990)에 실린 서지학적 고찰을 통해 여암 신경준이 1769년 경에 편찬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백두대간 개념을 살려낸 이우형님과 최근 『한글 산경표』를 펴낸 현진상님은 1800년대 초에 여암 신경준의 영향을 받은 누군가가 편찬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우형님은 편찬자가 누구냐의 문제보다는 『산경표』에 실린 지리인식체계가 조선 초의 지도에 이미 그 윤곽을 드러냈다는 사실에 중점을 두어, 『산경표』가 편찬된 시기에는 이미 그러한 지리인식이 이 땅에서 일반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