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지도> 지도표(地圖標) 해설
현진상
고산자 김정호는 <대동여지도>에서 '지도표(地圖標)'라는 제목을 붙이고 지도에 사용한 표(標, 기호)를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지표(地表)상의 각종 현상을 지도상에 어떤 기호로 나타내었는지를 지도의 여백에 별도의 도표(圖表)로 만들어 설명을 붙인 것으로서 현행지도의 난외주기(欄外註記)와 같다. 범례(凡例, 일러두기)라고도 한다.
김정호는 <청구도>에서는 지도표를 사용하지 않고 범례를 사용했다. <청구도>의 범례는 기호식 범례가 아니고, 지지 편찬에 관한 의견, 지도를 축소·확대하거나 전사(轉寫)할 때 주의할 점 등 9가지 사항을 설명문 형태로 싣고 있다. 지도에서는 단지 봉수(烽燧)만을 <대동여지도>와 같은 기호로 표시했다.
<청구도>에서는 지명이 3·4자 되는 진(鎭)·보(堡)·사(寺)·원(院)·역(驛)·창(倉) 등은 '○○진(鎭)'의 경우 '鎭(진)'이라는 글자를 우선 그 소재지에 적고 그 이름인 ○○은 여백에 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혹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쓰는 방식을 택했고, 지도를 전사(轉寫, 베껴 옮기는 일)할 때 이 점을 유의하라고 범례에서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지도의 전사가 거듭되면서 그 소재지를 분별할 수 없게 되자, 김정호는 이러한 오류를 방지하고, 지도에서 사용하는 글자 수를 가능한 한 줄여, 표현할 내용을 기호화하는 방안으로 이러한 지도표를 고안하여 사용하게 된 것이다.
<동여도>에서는 12개 항목 26종의 기호를 사용했고, <대동여지도>에서는 이를 간결하게 하여 14개 항목 22종의 기호를 사용하여 위치를 표기하고, 지명의 공통된 어미(뒷말)를 지도에는 기록하지 않았다. 즉 '○○산성'의 경우 산성을 나타내는 기호를 정확한 위치에 그려 넣고 다른 여백에 '○○'이라고만 기록하여 글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좁은 지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 <동여도>에는 파수(把守, △)라는 항이 있었는데 <대동여지도>에서는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 각 기호와 그 용어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영아(營衙) : 영문(營門)에 속하는 관아(官衙)라는 뜻으로 쓰여, 병영(兵營, 병마절도사의 군영), 수영(水營, 수군절도사), 감영(監營), 행영(行營) 등 군영(軍營)을 일컫는다. 이곳에서 절제사·첨절제사·동첨절제사·수군만호·절제도위 등을 지휘·감독하였다. 지도에서는 기호() 바깥에 '行營'(행영), '水營'(수영) 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 4) 진(鎭)의 주진(主鎭)에 해당한다.
감영(監營, 감사), 관찰사영(觀察使營, 관찰사), 순영(巡營, 순찰사) 등 오늘날의 도지사에 해당하는 직책과 관련된 명칭으로 쓰였고, 상영(上營), 관영(官營), 영부(營部), 영문(營門), 군문(軍門) 등으로도 불렀다.
영재읍치즉무표(營在邑治則無標) : '영(營)이 읍치(邑治)에 있는 경우에는 이 기호()를 표기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2) 읍치(邑治) : 지방행정조직인 8도·군현제(郡縣制)의 도(道) 아래 두었던 부(府), 목(牧), 군(郡), 현(縣)의 치소(治所)를 말하며, 오늘날의 시청, 군청(청사)에 해당한다.
읍성(邑城)이 있으면 ◎, 성이 없으면 ○표시 안에 고을 이름 두 글자를 적고 부, 목, 군, 현 등의 단위명칭은 지도에서 생략하였다.
읍성은 읍치(邑治)를 직접 보호하기 위한 내성(內城)과 고을의 외곽에 축조한 외성(外城)으로 구분할 수 있다.
☞ 6. 8도행정통계표 ① 주현(州縣) 참조.
3) 성지(城池) : 원래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하여 성(城)의 둘레에 파놓은 연못(池)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산성(山城)과 궐성(闕城)을 의미한다.
산성 : 일반적으로 3면이 험한 산벼랑으로 둘러싸이고 1면이 강이나 계류(溪流)로 된 곳을 택하여 낮은 곳을 막아 성벽을 쌓고 골짜기의 좁은 통로를 이용하여 성문을 내는 방식으로 축조한 성을 말하며, 산봉우리를 감싼 퇴뫼형과 골짜기를 막아 쌓은 포용형이 있다.
궐성이란 궁궐 외곽의 성이나 수원의 화성(華城)처럼 고을 외곽을 완전히 둘러싼 성을 말한다. 일종의 외성이다.
성지(城地)란 성(城)과 그 영지(領地)를 의미한다.
4) 진보(鎭堡) : 진(鎭)과 보(堡).
진(鎭) : 신라시대부터 있었던 지방행정구획 단위의 하나이며, 조선조 때의 진은 각 병영·수영·감영 밑에 둔 지방대의 진영(鎭營)을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절도사가 주재하는 병영인 주진(主鎭), 절제사·첨절제사가 주재하는 거진(巨鎭), 동첨절제사·수군만호·절제도위가 주재하는 제진(諸鎭) 등 3등급이 있었다. 여기서는 거진(巨鎭)과 제진(諸鎭)을 이른다.
☞ 1) 영아(營衙) 참조.
보(堡) : 흙으로 축대를 쌓아 만든 작은 성을 말하며, 진(鎭) 예하 병력의 주둔지로 볼 수 있다.
성이 있는 경우(유성, 回)의 기호는 영아( 回)와 모양이 같지만 이보다 작은 기호를 사용했고, 지도에서 영아(回 )는 '행영', '수영' 등 명칭을 기록하고 있어 구분된다.
5) 역참(驛站) : 역(驛)과 참(站).
역(驛) : 중요 도로에 약 30리 간격으로 설치되었고, 말과 역졸(驛卒)을 두어 공문을 전달하는 이외에 공무 여행자에게 말을 제공하고 숙식을 알선하며 그 밖에 관물(官物)의 수송도 담당하였다.
참(站) : 역과 역 사이에 공무 여행자가 쉬도록 마련한 장소.
역참제(驛站制)는 조선 선조 때 통신망 위주의 파발제로 고쳤다.
역원제(驛院制)의 원(院) : 공무로 출장하는 관리의 편의를 위하여 역로(驛路)에 설치한 숙박시설.
6) 창고(倉庫) : 창고. 여기서는 관창(官倉)을 이른다.
7) 목소(牧所) : 목장(牧場). 국가적(행정, 군사)으로 필요한 말을 먹이던 곳.
목소()와 속장(屬場, 牧)을 구분하고 있는데, 8도행정통계표에서는 큰 항목을 '목장(牧場)'이라 하고 제주의 것은 '목소(牧所)'라고 하여 구분하고 있다.
확실하지 않지만 일단 제주의 목소(牧所)는 방목소(放牧所)로, 다른 지역의 속장(屬場)은 마구간 등 우리에 가두어 기르는 곳이라는 가설(假說)을 제시해 둔다.
8) 봉수(烽燧) : 봉화(烽火). 여기서는 봉수대(烽燧臺)를 말한다.
봉수대는 봉화를 올리는 설비를 갖춘 곳.
9) 능침(陵寢) : 능(陵)은 임금이나 왕후의 묘(墓)를 말하며, 능묘(陵墓)란 능(陵)과 묘(墓)를 함께 이르는 말이다.
능침(陵寢)이란 죽은 임금(왕후)의 침소(寢所)라는 뜻으로 쓰였다.
시봉능호서권내(始奉陵號書圈內) : 문리(文理)적으로는 '처음으로 능호를 기호 안에 써넣는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도에서는 능호의 첫글자만을 기호( ○) 안에 표기함으로써, ○ 안에 두 글자를 표기하는 '성이 없는 읍치'와 구분하였다.
10) 방리(坊里) : 태종 13년(1413) 이후 현행 읍(邑)·면(面) 동(洞)에 해당하는 하급 지방행정구획 단위로서 면(面)·방(坊)·사(社)·<통(統)·리(里)>가 있었으며, 방(坊)은 현행 동(洞)과 유사하다. 여기서 방리(坊里)는 하급행정구역 명칭을 모두 이른다.
향(鄕) 소(所) 부곡(部曲) : 신라시대부터 조선초기까지 있었던 특수한 하급 지방행정구획 단위로서 이곳의 주민들은 일반적 양민과 달리 그 신분이 노비나 천민과 유사한 열등적 지위(계급)에 있었다.
11) 고현(古縣) : 폐지(통합, 이전)된 부·목·군·현의 옛 치소(治所). 폐현(廢縣).
12) 고진보(古鎭堡) : 고진(古鎭)과 고보(古堡). 곧 사용하지 않는 옛 진(鎭)과 보(堡). 폐진보(廢鎭堡).
13) 고산성(古山城) : 옛 산성. 곧 주둔군이 없이 비워둔 산성. 폐산성(廢山城).
14) 도로(道路) : 도로.
<대동여지도>에서 도로는 직선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이것은 당시의 도로가 직선으로 되어 있었다는 뜻이 아니고 <대동여지도>가 목판본이기 때문에 흑백으로 인쇄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곡선으로 표현되는 강(江)과 구분하기 위함이었다. 10리마다 방점(傍點, 방표<傍標>)을 찍어 거리를 표기했는데, 이 또한 직선거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구불구불한 이정(里程, 도리<道里>)을 표현한 것으로서,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는 것과 그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평지의 곧은 길은 일정한 간격으로 방점을 찍고 기복(起伏, 높낮이)과 굴곡(屈曲)이 심한 경우에는 간격을 줄여 찍었다. 이우형의 연구 성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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